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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는 2005년 10월 11일에 올라왔던 김준태 시인의 시 입니다.
그동안 이 시에만 쌓인 영문 스팸글로 인해 부득이하게 삭제하고 다시 올립니다 *
America
- 알렌 긴즈버그 풍으로
김준태
긴즈버그 시인, 가만 있자
자네가 언제 지상을 떠났더라
뉴욕에서 자네의 시집을 읽은 지가
바로 며칠 전 같은데, 아니 글쎄 그렇게
벌써 세상을 버렸다니 믿어지지가 않군
맨해튼 쌍둥이빌딩을 배경으로 찍은
내 모습을 오늘 그래서 나는 찾아낸 것이야
자네를 만나러 갔던 날 자네가 하필이면
인도로 여행길에 나섰다는 사실을 알았지
한때 히피들이 우상으로 여긴 긴즈버그 시인,
자네가 인도의 화장터 연기와 아메리카의 자스민
향기를 뒤섞어서 노래한 시들이 녹슬어 가고 있어
9.11테러로 무너진 쌍둥이빌딩의 철근먼지보다도
더 큰 소리로 쏟아져 내리면서 자네 시를 뒤덮고 있어
긴즈버그 시인, 자네는 'America'에서 어떻게 노래했더라
나는 이 시를 이일환씨가 한국어로 옮긴 [현대미국시선]에서
읽었어 아니 자네가 죽기 전 이미 내가 뉴욕 맨해튼의 헌책방
스트랜드서점에서 사온 자네의 시선집 [COSMOPOLITAN
GREETINGS](전세계인들에게 보내는 인사말)를 읽다가
문득 자네가 1956년도에 노래한 'America'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어 (참 'Manhattan' 이란 지명은 '인디언 神들이 사는
숲'이란 뜻인데) 그럼 아무튼, 첫 대목만 집어내
크게 소리내어 읽어보면 어떨까
"아메리카여 나는 너에게 모든 것을
주었고 지금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메리카여 2달러 27센트, 1956년 1월 17일.
나는 내 자신의 마음도 견딜 수 없다.
아메리카여 우리는 언제 그 인간의 전쟁을 끝낼
것인가? 가서 너의 원자폭탄하고나 성교하려무나.
나는 기분이 안 좋아 나를 귀찮게 하지마.
나는 올바른 마음이 찾아올 때까지는 시를 쓰지
않을 거야. 아메리카여 너는 언제쯤이나 천사같이
될 거야? 언제 너의 옷을 벗어버릴 거야?
언제 너의 수백만 트로츠키파들에 알맞는 곳이
될 거야? 아메리카여 왜 너의 도서관들은 눈물로
가득 차 있는가? 아메리카여 너는 언제
네 알들eggs을 인도India로 보낼 거야?"
긴즈버그 시인, 그러니까 내가 월트 휘트면 시인의
묘지를 방문하려고 필라델피아 근교 뉴저지 주 캠든
시티를 찾아간 날이었지 그곳에서 나는 파헤쳐진
두 개의 무덤을 보았지 묘지 관리인 멕시칸 친구에게
물어보니 하나는 이스라엘 사람 무덤이고 또 하나는
아랍 쪽 사람의 무덤?! 들어보니 하룻밤을 사이에 두고
서로 몰래 몰래 숨어들어 송두리째, 파헤쳐 버렸다나
긴즈버그 시인, 아메리카는 갈수록 내게 콤플렉스를
많이 안겨주고 있어 나 또한 자네 나라에 애정을 갖고
있지만 이건 바른 말인데 말야 한국계 미국인으로
코메리칸Komerican 때문만은 아니네 LA만도 코리언이
100만여 명 뉴요커가 된 코리언도 30만 명, 샌프란시스코
40만 명, 시카고에 30만여 명, 좌우지간 아메리카에
살고 있는 코리아 교민들이 250만 명에 육박한다 해서
편견 갖고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라네
뭐, 그렇다고 철학자 헤겔이 예나 도시를
지나는 백마 위의 나폴레옹을 보고
세계인世界人der Welmensch이라고
외친 그런 기분에서 한 말은 아니라네
왜냐고?! 나는 아직도 글로벌리즘을
모르고 신자유주의가 무엇인지 모르고
월스트리트를 어떻게 걷는지도 몰라
긴즈버그 시인, 지난 날 베트남 정글 속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아 귀국한 나는 지금은 영국시인
바이런이 기타를 퉁기며 울먹였던
바그다드Baghdad 한복판 티그리스 강변으로
가고 있다네 '아아 바빌로니아여, 그대의 영광이
사라진 강가에서 나는 밤새도록 울었네라.'
긴즈버그 시인, 자네도 인도에서처럼 두 손을
모은 뒤 들었겠지 이라크 공격Strike in Iraq,
공습개시,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 40발 발사,
F-117 스텔스 전폭기 솟구치고, 하늘과 땅을
찢는 섬광閃光과 폭발음 소리......
후세인 목베기 공격decapitation attak,
세계 도처에서 터져 나왔다지만
NO War! NO War! NO War! 외침은
모기, 모기소리보다 더 작아지고...
바그다드 임산부들이 전쟁 대비해
제왕절개까지 하며 조산早産을 기도할 때
이슬람(神에게 복종하라)!
이슬람(神에게 복종하라)!
이슬람(神에게 복종하라)!
BC 2700여 년 전 점토판에 새겨진
'수메르 족의 묘비명'이 또다시 쓰러지고
"법과 질서가 자취를 감추고...... / 여러 도시가
파괴되고 집들이 무너졌다. / 수메르의 강물에
가슴 쓰라린 눈물이 흐르고...... 어머니는 아이들을
돌보지 않으며...... / 왕위는 국외로 빼앗겼다. /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의 강변에 / 가냘픈 풀들이
자란다...... / 누구 하나 큰길을 걷는 자 없고 /
길을 찾는 자 아무도 없다. / 훌륭하게 가꾸어놓은
거리와 마을들이 / 폐허로 변하고 / 검은 수염을
풍성하게 기른 사람들이 / 철퇴의 제물이 된다...... /
神들이 정한 운명을 바꿀 / 도리는 없다. /
대체 누가 그 운명을 뒤엎을 수 있을 것인가!"
알렌 긴즈버그 시인, 자네는 죽어서 인도India에 가고
그러나 나는 온갖 잡귀신들과 같이 덮은 비단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저 먼 먼 수메르 왕국, 바빌로니아 왕국,
수도 바그다드로 달려가면서 3600여 명의 수메르神들을
만난다 출산에 들어간 女神드을 만나 그들의 주문을 듣는다
닌임마, 슈지안나, 닌마다, 닌샤르, 닌묵, 무무무, 닌니긴나......
모신母神들이 남자와 잠자리를 하고 임신하여 아이를 낳은
후에 神들이 구운 빵을 식탁에 차릴 때 하늘神 아누가
나타나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에 다산多産의 피를
뿌리는 것을 본다 다산多産의 젖을 뿌리는 것을 본다
오 그래 자네 말처럼 America가 원자폭탄과
성교性交를 하는지 모르지만 결국, 죽음이 아닌
돌연변이를 낳는 것을 목격한다 평화라는 돌연변이를!
오오, 알렌 긴즈버그 시인, 지상의 인간이 神을 이기면
전쟁이 일어나고 인간이 神에게 패敗하면 평화가
찾아오느니 노아에게 비둘기도 찾아오느니
알렌 긴즈버기 시인, 그대도 수많은 詩를
생산할 희망이 있을 것이다 그대의 詩가 아닌
神들의 詩를 생산하여 세계인들에게 빵으로
나눠줄 수 있을 것이다.
김준태1948년 해남 출생. 1969년 <시인>지로 문단에 나옴. 시집으로 [참깨를 털면서], [국밥과 희망], [불이냐 꽃이냐], [지평선에 서서] 등이 있으며, 세계문학기행집 [슬픈 시인의 여행], 역서 베트남전쟁소설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 등이 있음. 본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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