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21)

「삼각 관계」 後記 (afterword)

죄형법정주의, 무죄추정의 원칙

실체적 진실, 자유심증주의

1997년 4월 3일 늦은 밤 이태원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

1. 변호사는 왜 (흉악한) 범죄자를 변호하나?

소송 때 변호사의 역할은 식사 때 요리사의 역할과 같다.

모든 분쟁이 변호사에게 가는 것은 아니다.

의사는 인간을 약한 것으로, 변호사는 인간을 악한 것으로, 목사는 인간을 어리석은 것으로 본다.

그들 사이에는 변호사라곤 한 명도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변호사라는 직업을 사물을 변장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선의 법률가는 바르게 살고, 부지런히 일하고, 가난하게 죽는다.

변호사는 법률이 규정하는 변호인의 고유한 권리를 활용하여, 억울한 피고인을 위해서 무죄 판결을 받거나 무슨 범죄를 저질렀지만 그토록 큰 범죄를 범하지 않은 피고인을 위해서 그만큼 죄와 벌의 정도를 경감하도록 변론을 하는 것이 본연의 공적 임무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작가일기에서, ‘자기 자신의 양심과 자신의 신념에 반하고, 온갖 도덕성과 온갖 인간성에 반해서, 변호사들은 진실을 회피하고, 발뺌을 하고,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 정말이지 그들은 공짜로 돈을 받고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꼬았지만 말이다.)

다시 말하면 왜 변호사 제도가 있는 것일까.

변호사법 제1조 (변호사의 사명)는,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변호사는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조 (변호사의 지위)는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서 독립하여 자유롭게 그 직무를 수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아주 아주 오랜 옛날인 고대 아테네 시대부터 변호사 제도가 존재해온 이유는 한 마디로 말해서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이다. 21세기 대명천지인 지금, 여기, 우리 사회에서도 마녀사냥을 당하는 사람처럼 범죄를 저질렀다고 지목받는 사람 중에서 사실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억울한 사람이 섞여 있을 수 있다.

범죄를 어느 정도 저질렀지만 (소문만 얼핏 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큰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경우도 많다. 다만 이런 사람들은 지레 움츠러들어서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사회적 공론의 장에서는 나쁜 사람들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아우성이 압도적으로 크게 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피의자 혹은 피고인을 보호해야 한다.

“열 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혹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라는 법 격언은 법조인에게는 금과옥조 같은 격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형사재판은 무력한 피고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피고인 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설계되어 있다. 피고인에게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질문을 받더라도 답변을 거부할 수 있는 진술거부권이 보장된다. 실질적으로 가장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원칙이 입증책임이다. 형사재판에서는 판사가 어떤 범죄사실이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서 충분히 확신을 갖도록 입증하지 못한 경우에는 입증책임을 지고있는 검사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온다.

판사 입장에서 보면 누구 말이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을 때에는 입증책임이 없는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다. 민사재판에서는 원고와 피고가 입증책임을 나누어서 부담하지만 형사재판에서는 오로지 검사만 입증책임을 부담한다. (그래서 검사는 억울하다고 할 수 있을까?)

검사는 기소한다. 판사는 법관의 양식으로 (유권해석적) 판단을 한다.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판단의 기본 방향, 범행 당시 상황에 관한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 범행 이후의 정황, 범행 이후 정황에 비추어 본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에 대한 평가, 피해자를 칼로 찌른 사람의 확정,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등등.) 그게 판사의 본질적 역할이다. 판사는 역할 대행을 하는 연극 배우가 아니다.

하지만 엄격한 판단의 기준이 있다. 판사는 그 기준을 지켜야 한다.

형사재판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재판이 다 끝나고 상소 절차까지 마치고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 ‘죄형법정주의’라는 원칙에 의해서 범행 이후 사후적으로 만든 형사법이나 처벌 요건이 불명확한 관습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형사재판을 하는 판사는 객관적으로 범죄사실을 확정하기 위하여 어느 정도의 심증이 있어야 확신이 든다고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 법과 판례가 제시하는 확고한 기준은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 (beyond a reasonable doubt)이다. 판사가 확신이 들지 않으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언이 적용되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한다. 하지만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기는 정말 애매모호하다.

뭐가 합리적이란 말인가?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만 합리적이란 말인가? 합리성과 비합리성 사이에 명쾌한 경계선을 그을 수 있단 말인가?

의심이라고? 의심은 의심을 낳는다. 증언자들의 진술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누구 말을 믿어야 하나? 어떻게 해야 의심을 거둘 수 있단 말인가? 의심하고 의심하지 않을까? 확신했다 하더라도 다시 번복하지 않을까? 확신은 흔히 번복된다. 심리적 사유 과정은 혼란스럽고 왜곡 날조될 수 있다. 누가 감히 장담할 수 있겠는가?

추정과 확신은 어떻게 다른가? (‘주장하고 있다’, ‘피고인의 주장은 아래와 같이 쉽사리 해소되기 힘든 논리적 모순이 발생한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시 몸을 일으켜 세면대까지 올 수 있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위와 같은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살해한 사람이라면 취했을 행동으로 볼 수 있다’, ‘피해자를 9차례나 찔러 살해한 사람의 태도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이 그와 같은 태도를 취하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공소외 1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할 수 없다’ 등등)

우리는 기억의 변덕 또는 오염을 극복해야 한다. 최종적인 결론은? 완벽은 없다. 여전히 찜찜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불가항력적인 일인데. 우리는 인간일 뿐이다.

판사는 먼저 스스로를 확신시켜야 하고 그러고 나서 검사, 변호사, 피고인, 국민을 확신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이 판결문을 읽어보고 속은 기분이 들지 않아야 한다.

거의 (법관의) 주관적인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2159]

2. (정당한) 법의 지배, 죄형법정주의

법은 무려 4000년이 넘는 시간을 인간과 세상과 함께했다. (B.C. 2000년경 함무라비 (Hammurabi) 법전이 나왔다. 그 이전의 여러 법전들을 체계화하고 집대성해서 여러 법들과 관습들을 명료하게 엮어놓았다. 다시 말하면 당시의 상업, 사회, 가정, 도덕 생활 등 다양한 영역에 미치는 법들을 공식적으로 법제화 한 것이다.) 하지만 법을 둘러싼 쟁점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정치 권력은 법을 통치 수단으로 보려는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도 세계 방방곡곡에서 정의와 인권을 지켜내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써 법을 활용한다. 법은 세상을 질서있게 만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확실한 수단이다.

누군가는 “법 없는 사회는 성립 불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그렇다면 문명은 없었을 것입니다”라고 답한다. “과연 법이 정의를 구현해주는가?”라는 질문에는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말이다. 법은 권력을 견제, 억제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만 권력자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그 영향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죄형법정주의

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 (nullum crimen, nulla poena sine lege)는 근대 형법의 기본 원리를 말한다. 어떤 행위가 범죄로 되고 그 범죄에 대하여 어떤 처벌을 할 것인가는 미리 성문법에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죄형법정주의는 원래 절대국가의 자의적인 권력 횡포로부터 시민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해주려고 하는 근대 시민주의 법치국가의 기본 요청 중 하나였다.

우리 헌법 제12조 제1항은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 보안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하여 이 원칙을 분명히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1조 제1항도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하는 원칙으로는, 첫째 관습형법 금지의 원칙 또는 성문법주의 (Lex scripta), 둘째 소급효 금지의 원칙, 셋째 유추적용 금지의 원칙 (Lex stricta), 넷째 명확성의 원칙 또는 확정성의 원칙 (Lex certa) 등이 있다.

형사소송법에서 말하는 무죄판결이란 피고사건에 대해 구체적 형벌권이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는 실제적 종국재판을 말한다.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않는 때란 공소사실 자체는 인정되지만 그 공소사실이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거나 구성요건에 해당하여도 위법성조각사유나 책임조각사유에 의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사항은 죄형법정주의를 구체적으로 현현한 것이다).

그러므로 위임 입법에 의한 형벌 조항이 죄형법정주의나 위임 입법의 한계를 벗어나면 무효가 되는 것이다 (대법원 1998.6.18. 선고 97도223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무죄추정의 원칙 (presumption of innocence)

무죄추정의 원칙이란 형사절차에서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는 것을 말한다. 이 원칙은 근대 계몽사상에 기초한 시민적 인권보장사상에서 유래한다. 언제나 불리한 처지에 놓여서 인권이 유린되기 쉬운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지위를 옹호하여 형사절차에서 그들의 불이익을 필요한 최소한에 그치게 하자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 존중을 궁극적 목표로 하고 있는 헌법 이념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형사소송법 제275조의 2 역시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해서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 in dubio pro reo)’ 법언이 도출되고, 구속 등과 같은 강제처분의 제한 원리로 작용하며 (불구속 수사 및 불구속 재판의 원칙), 형사절차에서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부당한 대우를 가급적 배제하고 일반 시민과 동등하게 취급될 것을 요구한다.

실체적 진실주의

실체적 진실주의란 형사절차에서 객관적 진실을 발견하여 사건의 내용을 명백히 밝히자는 원칙을 말한다 (객관적 진실주의).

하지만 미국의 과학자, 철학자인 도나 해러웨이 (Donna Haraway)는 “객관성이란 ‘아무 근거도 없는 정복자의 시선’이고 ‘환상이나 신의 장난’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형사소송은 국가 형벌권의 실현을 위한 절차이므로 실체적 진실 발견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형사소송의 이념이 된다.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사실상 주장이나 사실의 인부, 제출한 증거에만 의존하여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실체적 진실주의는 민사소송의 형식적 진실주의와 구별된다.

그러므로 형식적 진실주의에 상대되는 개념이다. 재판의 기초가 되는 사실 인정에 있어서 객관적 진실을 추구하는 입장이다. 자유심증주의는 실체적 진실주의를 그 이념으로 한다. 자백이나 전문증거 등의 증거능력 제한이나, 자백의 증명력 제한 등도 오판 (誤判) 방지라는 측면에서 실체적 진실주의의 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심증주의

자유심증주의는 증거의 증명력을 적극적 또는 소극적으로 확정하지 아니하고 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긴다. 이에 대해서 증거의 증명력을 적극적 또는 소극적으로 법률로써 정하는 주의를 법정증거주의라고 한다.

민사소송법의 경우 자유심증주의에 따라 법원은 변론의 전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법칙에 따라 사실주장과 진실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187조).

형사소송법 제308조는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고 하여 자유심증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예외규정도 있다. 형사소송법 제310조는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의 증거인 때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고 하여 자백의 보강법칙을 규정하고 있다.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가 없을 때는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백의 증명력 제한은 자유심증주의의 예외가 된다고 할 수 있다.

3. 이태원 살인 사건 (Itaewon Burger King Murder)

(1) 1997년 4월 3일 밤 10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소재 버거킹 남자 화장실에서 미국인 아서 패터슨이 한국인 조△△ (당시 22세)을 별다른 이유도 없이 악마적 속임수에 매혹되어 흉기로 아홉 차례나 찔러서 살해한 사건이다.

그날 밤 그 시경, 홍익대학교 공과대학 재학생 조△△은 여자친구와 함께 술을 마신 후 이태원의 거리를 걷다가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우연히 발견한 근처 버거킹 햄버거 가게로 들어갔다. 여자 친구가 주문하는 사이 그는 화장실에 들어갔다. 곧이어 2명의 한국계 미국인들이 화장실로 따라 들어왔다.

피고인 (아서 패터슨)은 1997. 4. 3. 21:30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태원역 3번 출구 부근 건물 1층에 있는 버거킹 햄버거 가게에서 몇몇 친구들과 함께 가게 화장실 옆 복도에 설치된 탁자에 앉아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그 당시 미국인 10대들인 그들 일행 중에는 피고인의 여자 친구가 섞여 있었다.)

피고인은 그 자리에서 공소외 1 (에드워드 건 리)로부터 선배들이 아리랑치기를 한 이야기와 함께 “나가서 아무나 칼로 찔러봐라. 빨리 나가서 누군가 쑤셔버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피고인과 공소외 1은 21:50경 마침 술에 취한 피해자 (조△△)가 자신들의 일행 옆을 지나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자 피고인이 실제로 사람을 칼로 찌를 용기가 있는지 여부를 시험해 보기로 하고, 피고인 또는 공소외 1이 “I'm going to show you something cool. Come in the bathroom with me (뭔가 멋진 것을 보여줄 테니 화장실에 나와 함께 가자)”라고 말한 다음, 공소외 1이 피해자를 뒤따라 남자 화장실 쪽으로 가고, 피고인도 공소외 1을 뒤따라 남자 화장실 쪽으로 들어갔다.

21:50경 공소외 1이 먼저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 세면대 앞에서 손을 씻는 척하면서 피고인이 실제로 칼로 피해자를 찌를 것인지를 지켜보고 있었고, 피고인은 화장실에 들어가 오른쪽 소변기 앞에서 소변을 보는 피해자를 발견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오른쪽 뒤편에 있는 대변기가 설치된 칸의 문을 열어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 다음, 오른손으로 미리 소지한 접이식 칼 (칼날 길이 9.5cm, 칼날을 편 경우 총길이 22cm)을 잡고 (당시 배낭을 메고 있었던) 피해자의 목 오른쪽을 2회 찌르고 1회 베고, 자신을 향해 돌아선 피해자의 가슴을 2회 찌르고, 오른팔을 휘두르면서 대항하는 피해자의 목 왼쪽을 4회 찔렀다.

(부검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4%에 이를 정도로 술에 취한 상태에서 급소를 9차례나 칼에 찔리면서 오른쪽 목 동맥가지와 왼쪽 목 동맥, 정맥이 각 절단되어 다량의 출혈을 일으켰다. 피고인은 CID에서 ‘피해자의 목에서 피가 솟구쳐 몸 전체와 옷에 피를 덮어썼다’고 진술했고, 한국 경찰에서는 ‘양손 모두 많은 피가 묻어 있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는 위와 같이 칼에 찔린 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119 구급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던 중 과다 출혈로 사망하였다.

(2) 미국 국적자 17세 아서 존 패터슨(Arthur John Patterson)과 18세 에드워드 건 리(Edward Kun Lee)가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사건 다음 날 미군 범죄수사대 (CID)는 익명의 제보를 받았는데 범인이 아서 패터슨이라는 내용이었다. 제보에 따르면 패터슨은 평소에도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자주 보였고 늘 흉기를 소지하고 다니며 친구들에게 이를 자랑하고 다녔다고 한다.

패터슨은 미 육군 소속 유럽계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인데 평소 품행이 불량해 부모와 싸움이 잦았으며 지인들 사이에서는 패터슨이 자신의 고향을 연고지로 삼은 갱단과 연줄이 있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그는 16세 때 이미 캘리포니아 소년원에 16개월 동안 구금된 전력도 있었다. 따라서 CID는 패터슨을 용의자로 판단하고 수사 방향을 잡았으나 평소 아들과 잘 어울리던 패터슨의 범행 소식을 접한 에드워드 리의 아버지가 아들을 추궁했고 에드워드 리가 자신도 이 사건에 연루되었음을 자백하면서 용의자는 2명이 되었다.

이 둘은 서로에게 범죄 사실을 떠넘겼다.

당시 이 사건을 조사한 한국 경찰의 김락권 형사 1팀장과 CID 수사관은 아서 패터슨이 온몸이 피투성이라는 점, 손에 미국 갱단의 마크가 있고 살해 방법이 그 갱단의 수법과 비슷하다는 점 (그들의 mad-dogging 수법이란 상대가 화가 나도록 여럿이서 빤히 노려보다가 상대가 화를 내면 이를 구실로 삼아 싸움을 건 뒤 상대를 제압하고 죽을 때까지 흉기로 난자하는 미국 갱단들 고유의 수법) 등을 들어 패터슨을 용의자로 지목하였으나 수사를 담당한 박재오 검사는 부검 결과와 그들의 친구인 C의 증언을 근거로 에드워드 리를 용의자로 지목했고 (하지만 패터슨은 경찰에서 자신과 C가 가장 가까운 친구 사이라고 진술했다), 리를 살인죄로 기소하면서 사건이 꼬이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

(두 번째 소송의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는 “김락권 형사가 지휘했던 경찰 수사는 수집된 증거와 여러 목격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내려진 합리적인 의견이었지만, 반면에 박재오 검사가 담당하여 진행한 검찰 수사는 기본적인 원칙조차 없이 수사를 했다. 어떤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패터슨의 진술을 진실로 믿었다.”라고 지적했다.)

그 당시 박 검사가 에드워드 리를 살인범으로 기소하는 데에는 4가지 근거가 제시되었다.

첫 번째, 피묻은 에드워드 리가 화장실에서 나와 C에게 우리가 재미로 사람을 죽였다고 말한 것. 그리고 에드워드 리는 자기가 세면대에서 손을 씻는 동안 패터슨이 칼을 휘둘렀다고 했지만 당시 3차례에 걸쳐 진행된 현장검증 결과 좁은 화장실에서 에드워드 리가 손을 씻는 동안 패터슨이 피해자한테 다가가 칼을 휘두르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키와 체격이었다. 당시 부검의는 피해자 목의 자창을 봤을 때 176cm의 피해자 조△△보다 가해자의 키가 크다는 추정을 하였다. 당시 아서 패터슨은 167cm로 피해자인 조△△보다 키가 10cm가량 작고 왜소했으나, 에드워드 리는 180cm, 105kg으로 피해자보다 훨씬 키도 크고 건장한 체격이었다.

세 번째,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였다.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 에드워드 리는 대부분의 질문에 거짓으로, 패터슨은 진실로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조사에도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다. 90년대 당시 거짓말탐지기 자체가 신뢰도가 낮아서 30%가 넘는 오차를 보였으며, 조사 방법도 엉터리였다는 것이다.

한국어가 서투른 에드워드 리는 조사 과정에서 통역을 요구했으나 묵살되었고, 포승줄에 묶인 상태에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은 반면 패터슨은 한국어가 더 유창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어 통역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답변할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있었고 편안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네 번째, 충격적인 범죄의 경우 가해자는 범행 당시의 충격으로 기억을 잃을 수 있는 해리성 장애를 겪는다는 것이다. 당시 박 검사는 칼로 사람을 찔러 피를 보면 이성을 잃어 그 후의 범행에 대하여 기억을 못 하는 것이 범죄심리학의 일반적 상식이라고 주장하였다. 실제 패터슨은 가해자가 칼을 잡은 방법과 찌른 부위와 횟수까지 매우 정확하게 기억하여 증언했고 이는 피해자의 몸에 남은 자창과도 일치했지만 에드워드 리는 사건 당시의 상황을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피해자나 목격자의 기억은 경우에 따라 부정확할 수 있으나 가해자의 기억이 부정확하다는 연구는 어떠한 교과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데, ‘검사가 이런 얘기를 어디서 주워듣고 이렇게 사건을 뒤집히게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3) 에드워드 리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음에 따라 유족들은 패터슨을 고소했고 검찰이 패터슨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였으나 검찰이 패터슨에 대한 출국금지 연장을 깜빡한 이틀 사이에 그가 미국으로 도망가는 바람에 사건은 미제로 남게 되었다.

당시 출국금지 등 사건을 담당하는 검찰청 계장이 단란주점 뇌물수수 등으로 얽혀 있었기 때문에 담당 박 검사가 경황이 없어서 실수로 연장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다. (이는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의 소송 과정에서 밝혀진 것이다.)

충격적인 사실은 박재오 검사가 수사하는 과정에서 술에 취해 있었다는 것이다. 피해자의 누나와 에드워드 리는 박 검사가 수사나 기소 업무를 처리하면서 술에 취한 상태이고 횡설수설했다고 증언했으며, 에드워드 리가 음주 상태인 박 검사의 상태를 지적하며 항의하자 욕설을 퍼붓고 서류를 집어던지는 등 격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당시 초동수사를 지휘했던 김락권 형사가 2013년에 사망할 때까지 아더 존 패터슨이 진범이라고 믿은 것과는 달리 사건을 담당한 박 검사는 에드워드 리가 진범이라고 믿었다. 박 검사는 에드워드 리의 1998년 무죄 판결이 난 이후 1년만에 검사를 사직하고 변호사로 활동했다. (나무위키 ‘이태원 살인 사건’ 문서 참조)

박재오 검사는 이 사건 이후 검사복을 벗고 2000년 정읍에서 개업하여 변호사로 활동 중이었다. 하지만 2023년 6월 하순경 정읍시의 한 상가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망과 관련하여 타살 혐의점은 없다고 보고 가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망원인을 조사했다. (연합뉴스 2023.6.29. ‘이태원 살인사건 담당 검사였던 변호사 숨진 채 발견’ 참조)

선행 사건

1997년 10월경 박 검사는 에드워드 리를 범인으로 지목해 기소한 후 마지막 공판기일에 사형을 구형했고 서울지방법원은 에드워드 리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였다. 패터슨에게는 증거인멸죄와 흉기소지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형사부 (재판장 : 이호원) 1997.10.2. 선고 97고합331 판결]. 1998년 1월 열린 항소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에드워드 리와 패터슨이 사건 당시 미성년자였던 점을 감안해도 (패터슨과 리는 둘 다 1979년생으로 이 사건 당시인 1997.4.3.에는 만 18세에 달하지 않았다) 에드워드 리에게 징역 20년, 패터슨에게 장기 1년 6개월, 단기 1년의 징역을 선고하였다 [서울고등법원 제3형사부 (재판장 : 김재진) 1998.1.26. 선고 97노2396 판결].

1998년 4월, 대법원 제2부는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하였다. 에드워드 리의 단독 범행이라는 증거가 부족하고 오히려 패터슨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원심 판결에는 심리미진 혹은 채증법칙의 위배로 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여 파기환송 한 것이다 (대법원 1998. 4. 24. 선고 98도421 판결 참조).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5조가 규정하고 있는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증거 불충분으로 법관 (주심 대법관 이용훈)이 유죄인지 무죄인지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 혹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 경우에는 담당 검사가 입증책임을 소홀히 했다고 볼 수 있고 법관은 자유심증주의에 의해 증거의 증명력을 판단한 것이다.

(나는 감히 상상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 명망 높은 그 판사님은 심사숙고하면서 깊은 고뇌에 빠졌을 것이다. 마침내…… 나는 누구인가? 혹은 나는 누구였던가? 만약 이 일이 나에게 또는 내 막내 동생에게 일어났다면……. 지금 내 마음속을 지분거리고 있는 것, 끈질긴 간지러움에서 비롯된 것, 그 실체가 뭐란 말인가? 인간의 조건은? 후회와 반성! 용서와 화해! 그의 칼부림은 삶을 향한 절망적인 비명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를 증오할 수 없다. 나는 평생동안 모셨던 전지전능한 신께 의지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그건 비겁한 일이다. 이 문제는 우리 인간이 해결해야 할 인간의 실존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틀렸고 우리는 옳았다고 자신할 수 있나? 나는 지금 뭘 두려워하고 있는가? 나는 그들을 파기해야 한다. 실체적 진실이란 무엇인가? 진실이란게 어디에 존재한단 말인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라. 나는 진실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결국 1998년 9월, 서울고법에서는 새로운 증거를 찾지 못하여 에드워드 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후 재상고심에서도 대법원은 그에게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에드워드 리는 5번의 재판과 1년이 넘는 구금 끝에 극적으로 풀려나게 되었다. 한편 아서 패터슨은 단순 흉기소지와 증거인멸죄로 기소되어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반년만인 1998년 8월 15일 8.15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6도15526 판결

2011년 10월 10일, 패터슨이 공소시효를 약 6개월 남겨두고 미국에서 잡혔다. 언론보도를 통해 패터슨이 범행을 시인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패터슨이 사건 이후 로스앤젤레스 코리아 타운에서 만난 자신의 친구들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서 자신이 그를 찔러 죽였다고 자랑했으며 자신을 잡지 못하는 한국 정부를 조롱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그 자리에 동석했던 다른 친구가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어느 언론은 합법적으로 사설 탐정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나서 일주일만에 패터슨을 찾아냈다.)

미국 검찰은 속지주의 원칙에 의거하여 패터슨이 범인이 맞다면 한국에서 처벌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송환했다.

2011년 12월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패터슨을 진짜 범인으로 간주하고 다시 기소하였다.

2016년 1월 29일, 1심 재판부는 패터슨의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판정했다. 그리고 검찰의 구형보다 더 무거운 무기징역을 선택한 뒤 1997년 당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소년범 처벌 규정을 적용하여 법정 최고형인 징역 20년을 선고하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7부 (재판장 : 부장판사 심규홍) 2016.1.29. 선고 2011고합1600 판결]. 에드워드 리는 검찰의 주장대로 볼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에드워드 리는 이미 무죄가 확정된 뒤 공소시효가 지난 상태라 일사부재리의 원칙 (또는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따라 다시 기소해서 재판할 수 없었다. (이 두 번째 소송에서 그는 피고인과 공동 피고인으로 기소되지 않았었다.)

2016년 3월 29일, 서울고법 형사5부의 심리로 첫 항소심 공판이 진행되었다. 패터슨은 자신은 우연히 범죄 현장에 있던 목격자에 불과하다며 거듭 무죄를 주장했다. 패터슨은 항소심 기각 후 다시 상고장을 제출하였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 (재판장 : 부장판사 윤준) 2016.9.13. 선고 2016노562 판결 참조]

2017년 1월 25일, 대법원이 패터슨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징역 20년이 확정되었다. [대법원 3부 (주심 : 김재형 대법관) 2017.1.25. 선고 2016도15526 판결]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및 법관이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있는지 판단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갖도록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합리적 의심이란 모든 의문이나 불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법칙에 기하여 증명이 필요한 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문을 의미한다.

따라서 단순히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은 합리적 의심에 포함되지 않는다. 법관은 반드시 직접 증거로만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고, 직접 증거와 간접 증거를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형사소송절차에서 두 범죄 사이에 공소사실이나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있는지는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는 순수한 사실관계의 동일성이라는 관점에서만 파악할 수 없고, 피고인의 행위와 자연적 · 사회적 사실관계 이외에 규범적 요소를 고려하여 기본적 사실관계가 실질적으로 동일한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피고인 (패터슨)은 ‘1997. 4. 3. 21:50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공소외 공범 (에드워드)과 공모하여 피해자를 칼로 찔러살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되었다.

선행 사건에서, 피고인은 ‘1997. 2. 초순부터 1997. 4. 3. 22:00경까지 정당한 이유 없이 범죄에 사용될 우려가 있는 위험한 물건인 휴대용 칼을 소지하였고, 1997. 4. 3. 23:00경 공범이 범행 후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 버린 칼을 집어 들고 나와 용산 미8군영 내 하수구에 버려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였다’는 내용의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되었는 바, 살인죄의 공소사실과 선행 사건에서 유죄로 확정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죄와 증거인멸죄는 범행의 일시, 장소와 행위 태양이 서로 다르고, 살인죄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죄나 증거인멸죄와는 보호 법익이 서로 다르며 죄질에서도 현저한 차이가 있으므로 살인죄의 공소사실과 증거인멸죄 등의 범죄사실 사이에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없다.

피고인이 ‘1997. 4. 3. 21:50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피해자를 공범과 공모하여 칼로 찔러 살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되었는 바, 피해자는 피고인과 공소외 공범만 있던 화장실에서 칼에 찔려서 사망하였다. 피고인은 자신은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하나, 범행 현장에 남아 있던 혈흔 등에 비추어 공범의 주장에는 특별한 모순이 발견되지 않은 반면 피고인의 주장에는 쉽사리 해소하기 힘든 논리적 모순이 발생하는 점, 범행 이후의 정황에 나타난 여러 사정들 역시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것을 목격하였다는 공범의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찔러 살해하였음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본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

에필로그

이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SBS ‘문성근의 다큐세상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살인자인가? 목격자인가? 이태원 살인사건’이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했다. 그 후 ‘그것이 알고 싶다’는 ‘2009년 이태원 살인사건 12년의 추적 ― 누가 진실을 두려워하는가’라는 제목으로 다시 이 사건을 다뤘고, 패터슨이 한국으로 강제 송환된 후 2015년 10월 ‘최후의 송환 ―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또 한 번 방송을 했다.

2003년에는 MBC 실화극장 ‘죄와 벌’에서도 이 사건에 대해 방송을 했다. 에드워드 리와 패터슨 그리고 피해자인 조중필 모두 실명으로 등장한다.

‘이태원 살인사건’이라는 영화의 개봉과 맞물려 2009년 9월 27일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도 이 사건에 대해 보도했다.

팟캐스트 방송 '나는 변호사'에서도 이태원 살인사건을 다뤘다. 법조인의 입장에서 법률적 쟁점이나 앞으로 패터슨에 대한 판결을 전망했던 것이다.

2017년 3월 이태원 살인 사건 피해자의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10억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7월 법원은 검찰의 부실 수사와 관련해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유족에게 3억 6천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 2월 13일, 서울고등법원 민사32부는 아서 패터슨 사건과 관련하여 유족이 국가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정부의 항소를 기각했다.

(나무위키 ‘이태원 살인 사건’ 문서, https://namu.wiki/w/%EC%9D%B4%ED%83%9C%EC%9B%90%20%EC%82%B4%EC%9D%B8%20%EC%82%AC%EA%B1%B4#to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