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크령 핀 언덕을 오르며 - 10.29 이태원참사 2주기에 / 강수경
우리는 골고다 언덕을 함께 올랐다
예수가 짊어진 십자가를 진 듯
자신의 십자가는 자신이 짊어져야 한다고 했지만
오늘의 십자가는 자신의 십자가만이 아닌
모두의 십자가
정작 십자가를 져야 할 사람들은 자신의 십자가를 모르고
십자가를 모르니 짊어져야 할 것도 없는 줄 안다
그저 지금의 삶을 지키는 것으로
안심하고 있는지
눈이 부시게 화창한 10월
수크령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남산공원
159개 무더기로 떨어진 별을 가슴에 묻고
밟히고 밟힌 만큼
더 단단히 되살아나는 힘센 풀이 되어 언덕을 오른다
바람에 흔들려도 꺾이지 않는
길갱이 꽃이삭마다 촘촘히 힘을 보태고
잃은 자의 십자가를 두려움 없이 함께 지는 것
누구든 예수처럼 세상에서 버림받을 수 있다는 걸
여인들은 눈물에 젖은 수건을 또
눈물로 적시며 비통에 젖고
십자가를 지고 언덕을 오르는
예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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