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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이정섭
마흔 여덟 번째 주머니에 숨은 입김이 그리워
밤마다 창문을 두드리네
눈 날리는 사람들의 나라 뒤돌아서 수군거리는 가면의 도시 핏줄 불거진 목을 깨물면
나는 나비가 된다네
강 건너 어깨를 벗는 어둠을 지나 시험에 든 어린 시절 골목으로 날아가 한 움큼 밀 이삭을 건네는 수줍은 소녀와 저주를 퍼붓는 신부의 중세로 날아가 돌에 맞아 피 흘리는 여인과 은화 삼십 냥에 목을 맨 유다 조롱을 끌어당겨 몸 감추는 광야로 날아가 분노의 숨결 일렁이는 혼돈으로 날아가
말씀이 있기 전 몸이 아직 바람이었을 때 완전한 그리움이었을 때
너는 빛보다 아름다운 어둠 나는 어둠의 젖을 빠는 티끌
서럽게 입 맞추지 못해서 용서받지 못해서
아직도 나는 창백한 송곳니를 갈면서 살아야 한다
거울 등지고 눈발처럼 휘날리는 머리 아흔 번째 심장 두근거리는 체온이 쓸쓸해
관 속의 잠과 함께 건너온 세월
사람의 자리를 박차고 내려온 나는 너라는 유령
눈은 외롭게 흔들리는데 눈은 내리고 네 눈은 너무 시려서 차마 열 수 없어서
창문을 두드리네 희미해진 혈흔을 되새기네
오늘 밤, 어둠이 닫히기 전에
* 닐 조단 감독, 1994년 작. 원제 ‘Interview with the Vampire : The Vampire Chronicles’
□ 이정섭
대전 출생. 2005년 『문학마당』으로 등단. 시집 『유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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