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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작가대회 평화소시집
- 반년간지 <시경> 특집
평양일기18
-정화 동무
신현수
2001년 여름, 8.15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하여
묘향산 보현사를 방문했을 때 만났던
해설 강사 정화동무가
묘향산에 온 감흥을
시로 남겨놓고 가라고 해서
다음에 오면 쓰겠다고 하고
도망치듯 보현사를 빠져 나올 때만 해도
나 사실 언제 여기를 다시 오겠느냐,
나 사실 언제 그녀를 다시 만나겠느냐,
생각했던 것인데,
2005년 여름, 6.15 공동선언 실천 민족작가대회에 참가하여
꼭 4년 만에 다시 보현사에 갔을 때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정화동무를 다시 만났으니
놀랍고 반가워라, 다시 만날 줄 알았다면
그녀 얘기가 나온 내 시집
아니면 자그마한 선물이라도 준비해 가는 건데
아직도 부족한 통일에 대한 신심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럽고 또 미안해서
시집은 갔느냐고 얘기를 돌려보는데
아직 안 갔다고 해서
통일사업에 너무 바빠 안 갔느냐고 농담 삼아 물었더니
감정이 메말라서 못 갔다고 하니,
말투만은 남과 북이 완전 거꾸로 섰고,
아니나 다를까
지난번에는 그냥 갔으니
이번에는 정말 시를 읊어보라고 해서
낯짝 두껍게도 또,
다음에 오면 꼭 시를 읊겠다고 했더니
세상사람 모두 다 시 쓴 다음에 쓸 거냐고 받아치니
말로는 못 이긴다 정화동무
이제 북쪽에도 챙겨야할 인연이 늘어가고.
신현수 1958년 충북 청원 출생. 1985년 『시와 의식』으로 등단. 시집 『서산 가는 길』 『처음처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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