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나는 수십 일 동안 시위대 행렬에서 ‘조중동! 폐간! 조중동 폐간!’이라는 구호를 수없이 들었다. 서울광장과 세종로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시위 도중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앞에서 “불꺼라! 불꺼라!”를 연호를 하였다. 시위 도중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앞에 쓰레기를 가득 쌓아놓기도 하였다. ‘OUT 조중동’이라는 현수막을 앞세워 가두시위를 하기도 하였다.

10여일도 더 지난 이야기지만, 조중동에 광고를 실었던 기업들이 네티즌들의 공세에 줄줄이 사과 광고를 내며 향후에 이들 신문에 광고를 싣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한겨레와 경향신문에는 국민들이 돈을 모금하여 광고를 내기도 한다. 보수 대형 신문들의 근간을 국민들이 흔들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번 촛불 행진을 기점으로 언론의 지형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네티즌들은 올바른 소식을 전하지 못하는 조중동을 전복시키고 있다. 그리고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포털사이트를 탈퇴하고 시작페이지 바꾸기를 통해 매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바깥세상을 지켜보던 친구는 신문을 당장 한겨레로 바꾸어 버렸다.

이제 더 이상 국민들을 배반하고 오도하는 언론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국민은 이번 촛불행진을 통해 올바른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알았으며, 친정부, 친자본, 친재벌, 친기업 언론이 어느 곳인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

이러한 언론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며칠 전부터 공영방송 지키기로 점화되고 있다. 미친소에 이어 미친 방송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 권력을 등에 업은 친자본적 이명박 정부의 방송 언론장악 음모를 국민들이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촛불 집회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를 공영방송 사수로 정했을까?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과 중립성을 훼손시키려는 이명박 정부의 음모를 저지하기 위한 국민의 평화로운 촛불행진 과정에서도 정부는 속속 친이명박 캠프출신을 YTN이나 한국방송 등 주요 방송사의 사장으로 앉히거나 앉히려 하고 있다. 이들이 방송을 점유할 경우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권력과 자본의 말과 그림만 퍼부을 것이 분명하다.

16일 저녁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조중동 심판, 공영방송 지키기’라는 주제로 40번째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집회 뒤에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앞으로 자리를 옮겨 공영방송 지키기 촛불시위를 벌였다. 이는 첫 번째의 집회가 아니다. 벌써 6일, 7일째이다.

민주언론운동 시민연합도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방송위원장의 방송장악 저지를 위한 탄핵성명’을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실시하고 있다. 한국방송 현재 사장의 퇴진문제는 겉으로만 봐도 친이명박 성향 이사들의 방송 장악을 위한 준동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장을 바꾼 뒤에 틀림없이 내부 인사 재배치를 통해 권력의 입맛에 맞는 내용을 방송으로 내 보낼 것이 분명하다.

현재 한국방송의 사장 퇴임 이유가 임기동안 적자경영을 문제 삼는데, 당연히 공기업은 수익이 나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수익이 난다는 것은 국민을 그만큼 갈취하는 것이다. 공기업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이 요구하는 수준의 방송을 내보내야한다. 공기업에 돈벌이를 요구하는 순간 공익성은 훼손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과거의 ‘땡전뉴스’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리고 솔직히 지난 세월 친 권력적 친자본적 방송을 경험하며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재의 공영방송을 미워하기도 했다. 이명박 집권 초기에도 어떤 사람은 이명박 얼굴을 보기 싫어서 뉴스시간에 티비를 끈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더 확실한 방송장악을 통해 현재보다도 더 공공성을 후퇴시키는, 아예 권력과 자본에 ‘미친 방송’을 만들겠다는 기획을 하고 있다.

한국방송 주변에서 촛불을 치켜 든 시민들은, 이명박 정권이 방송통제를 통하여 권력을 지키려는 음모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빤히 알고 있다. 그래서 언론장악의 심각성을 느낀 언론학자들 조차도 언론의 공공성 수호를 외치는 선언을 하였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민의 생활 정치적 요구를 권력 정치적 요구로 오도하고 현 국면을 모면하려고만 하고 있다.

그러니 국민이여, 촛불을 더 높이 들고 공영방송을 사수하자. 공영방송을 자본과 권력에 넘겨주지 말자. 그리하여 다시 한 번 국민의 방송으로 명실상부하게 바꾸어보자.

[2008. 6. 17. 미디어오늘. 시인 공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