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이 글은 진도에 함께 다녀온, 고럼장님의 제자인 최섭 군이 보내온 글입니다. 누군지 다 아시죠? 다음 문학의 밤에도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며, 고럼장님, 기특한 제자에게 A+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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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잊을 수 없는 진도

최 섭(광운대 인문사회과학대)

대학에 막 입학했을 때 누군가 나에게 대학생이 되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묻는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여행을 하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한 후 3개월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핑계로 여행을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선배님의 권유로 가게 된 21세기 젊은 작가들과의 진도기행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의 여행이었다.

아침 9시에 우리는 지하철 애오개역으로 모였다. 31명이나 되는 많은 인원이었지만 그 중에서 내가 아는 사람들은 선배님과 교수님 단 두 분뿐이었다. 그래서 나머지 사람들이랑 1박 2일 동안 어떻게 지낼지 출발하기 전부터 걱정이 되었다. 도착하자마자 진도에 계신 어느 작가분께서 먼 길을 왔다고 숭어회와 막걸리를 차려 주셨다. 회 한 접에 막걸리 한 사발은 8시간이나 차를 타고 오면서 괜히 왔다고 후회할 뻔했던 내 생각을 말끔히 씻어 주었다. 간단히 요기를 한 후 진도 현지 작가님께서 직접 진도에 유적지들을 가이드해주셨다.

입담이 너무 재밌으셔서 지루하지 않고 쉽게 역사적 사실들을 알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의 간단한 기행이 끝난 뒤에 21세기 젊은 작가들과 함께하는 항구의 밤을 준비하기 위해 접도 항구로 갔다. 밤이고 항구라서 그런지 바닷바람이 제법 쌀쌀했지만 서울에서는 절대 느껴 볼 수 없는 향긋한 바람이었다. 간단하게 준비를 끝낸 후에 항구의 밤은 시작되었다. 나는 시에 대해선 문외한이지만 시원한 바닷바람과 주변의 멋진 풍경에서 들리는 시는 그 분위기만으로도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시낭송 순서가 끝난 뒤에 진도에서 자랑하는 ‘소리’ 공연이 시작되었다. ‘소리’하시는 분들은 모두 무형문화제로 등록되어 계신 실력 있는 분들이었다.

역시 ‘소리’하면 빠질 수 없는 곳이 진도란 생각이 들었다. 판이 무르익어갈수록 항구의 밤을 휘해 찾아주신 마을 주민 여러분들도 일어나 춤을 추셨다. 나 역시 너무도 즐거워서 어깨가 덩실덩실 움직였다. 항구의 밤이 끝난 뒤에 마을 주민 분들께서 차려주신 음식들과 술을 맛있게 먹었다. 그때까지도 같이 진도에 온 작가 분들이나 같은 대학생들과도 말을 거의 하지 못했다. 하지만 역시 술이 말문을 트이게 하는 약인가 보다. 술을 마시고 나서부터는 모두들 서슴없이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분들과 얘기를 하면서 저렇게 유능한 작가 분들의 작품을 한번도 읽어보지 못했다는 사실에 너무도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나도 엄연히 광운대학 문예창작 소모임의 회원이기 때문 저분들께 많을 것들을 배워야한다고 생각하고 질문도 많이 하면서 즐겁게 담소를 나누었다.

다음날 숙소 앞에 있는 식당에서 진도 특산물로 만든 백반을 먹었다. 그리고 진도기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웰빙 등산을 하기 위해 산으로 갔다. 전날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좀 힘들었지만 한 고개 한 고개를 넘을 때마다 접도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서 숙취를 말끔히 해소해 주는 듯했다. 약 1시간 반 정도 되는 등산을 마친 후에 점심을 먹었다. 점심으로 먹은 바지락 수제비의 국물 맛은 전날의 피로를 깨끗이 씻어주는 듯했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에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서울로 향했다. 역시 8시간이나 되는 장거리였지만 가는 동안 사람들이랑 더더욱 친해질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8시 30분, 애오개역에 도착하여 다음 항구의 밤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이번 진도기행은 비록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나에겐 마치 1주일의 시간과도 같았다. 하루 사이에 서른 명이 넘는 사람들과 친분을 쌓고 여러 문화체험을 일상생활에서 하려면 정말 1주일이란 시간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진도기행은 내 인생에서 절대 지워지지 않는 경험이고 추억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이런 특별한 경험을 하게 도와주신 교수님과 선배님 그리고 21세기를 열어갈 젊은 작가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