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제3주제] 한․몽 암각화 연구 - 몽골

몽골 유목민의 미술은 암각화에서 시작되었다
National painting of nomadic Mongolians is originated from petrography

S.BADRAL(몽골 조각가, 예술학박사)

몽골 유목민들은 수천 년 동안 중앙아시아의 고지, 알타이, 초원, 고비사막에 가축을 기르고, 하늘과 땅을 존중하며 평온히 생활해 왔다. 사계절의 상황과 변화에 적응해 오면서 어떤 시기에는 힘이 커져서 동양 및 서양의 여러 부족과 나라를 지혜와 전쟁으로 합치고 통솔하는 역사를 이루기도 했으며, 어떤 시기에는 수난과 시련을 겪기도 했다.
암각화는 그 기나긴 역사 속에서 창조되고 보존된 몽골 최고의 문화유산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을 초원의 화랑(畵廊)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과연 고원의 서사시라고 말해도 될 만큼 대 장관을 이룬다.
사람 그림이 새겨진 바위가 만년설 산들과 합치해 보이는 것은 흥미롭다. 대개 암각화들은 그림이 새겨져 있는 본 바위는 물론, 땅의 멀고 가까움, 산들의 위대함과 경치, 방향, 바람의 흐름까지도 동시에 조사하여 평가되어야 한다. 암각화는 옛날부터 대대로 사람이 생활하고 거주하며 겨울을 나는 곳, 또 물과 목장이 좋은 산과 바위가 배치된 곳에 많다. 매끄러운 큰 바위, 돌 위에 햇살이 비끼는 피난처에 암각화들이 산재해 있는 게 보편적인 현상이다.
몽골의 암각화는 유목민 조상이 세계를 어떻게 인식했는가 하는 비밀을 발견할 열쇠로, 또 자연과 사람, 동물들을 취급하는 신호요, 수천 년의 인식에 대한 폭넓은 정보의 상속물로 남아 있다. 그것들은 지금에 와서 보면 고대인들의 미술적 표현이기도 하고, 옛 사람들의 삶의 의미가 보관된 정신적 기념비이기도 하다.
이제 그것들을 슬라이드를 보면서 살피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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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각화의 표현들은 눈으로 볼 때 대부분 이해하기 쉽고 분명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것이 감히 무엇을 담고 있는 그림이라고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모양과 도장이 전멸되고 사라진 동물에 대한 그림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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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각화를 이해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줄과 상상력에 대한 이해이다. 고대의 상상력은 원둘레를 따라 연속적으로 펼쳐지는데, 한 쪽으로는 많은 사람과 동물이 썩어서 쌓여 있거나 그 외에 어떤 바위에 유일한 1마리의 산양, 말, 화살을 든 사람을 표현하고 그리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청동기 초기 전의 암각화들은 대부분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향하고 있다. 추상력이 좋은 상황에서 창조된 것은 왼손잡이 화가가 그린 것이란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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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왼손잡이 화가들은 오른손 쪽으로 향하는 말을 잘 그린다. 역으로, 오른손으로 그리는 화가들은 왼손으로 향하는 동물이나 사람의 표현을 곧잘 그린다. 청동기 말부터 고대 몽골인 시기에 이르러서야 오른손으로 그리는 기술과 훈련이 정해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 시기의 이후의 동물들에 대한 그림들을 보면 분명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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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사람이 닿을 수 없는 깎아지른 절벽에 그린 화가들은 사지의 기능이 아주 훌륭하고, 마음은 몸을 인도하고 가벼워지고 정신을 집중시키는 예감을 따름에 대하여 뛰어났다는 것을 알려준다. 암각화에 나타난 표현들은 유목민 조상들의 상상력과 주제 및 설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특히 유목민의 생활에 대한 서사적 전개는 미술의 시초와 기원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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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각화의 발전은 수천 년에 걸쳐 이루어진 것이다. 다음은 Khunnu 강대국의 귀족이 살았던 산의 무덤에서 발견한 양털 털가죽의 벽 커튼 위에 수놓인 사슴, 호랑이, 소, 독수리에 대한 그림이다. 이것들은 암각화와 똑같은 동물 모형과 추상, 의미, 비유, 상징 등을 반영하고 있어서 유목민들에게서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예술적 질서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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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세기에 몽골에 존재했던 Nirin國의 말 타는 군사에 대한 그림은 고대 몽골회화의 상상표현이 암각화에서 유래한 것임을 더욱 뚜렷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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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세기의 Uigar國, 9-12세기의 Khyatan國 왕들의 궁전 벽에 있는 장식도 중앙아시아 유목민의 미술적 상상력이 기본적으로 암각화에서 영향 받았음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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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세기 몽골제국 시대의 미술 주제와 표현은 동양 및 서양의 국가들이 한층 풍요로운 예술 정신을 누리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음을 보여준다. 이탈리아에 르네상스가 등장하는 데도 중요한 영향을 주었다.
몽골제국 시대에 세계를 이끌었던 몽골인들의 사냥, 이동, 자연 등에 대한 형상과 정신은 현재 세계의 많은 나라에 보관되고 있는 <칭기스칸의 사냥> 등에 잘 나타나 있다. 저 유명한 랏시드 앗 딘의 <<집사>>에 새겨진 장식 그림들은 현재 인류의 역사와 정신문화를 이해하는 데 매우 귀중한 유산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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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말기부터 몽골에 불교가 번창했는데 이 시기의 미술은 부처님에 대한 신화, 불교를 주제로 한 표현과 상상력 그리고 색채 등이 특색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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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기 몽골국 시대의 미술은 국가정책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복드왕은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렸고, 미술을 후원하고 발전시키며 수십 명의 화가들에게 작품을 창조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였다. 그때의 민족 그림은 나중에 민족의식을 일깨우는데 중요한 기여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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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몽골 화가들의 민속 그림들은 지금 봐도 놀랍다. 현대 몽골화가들 중에 옛날의 전통적인 미술 방식과 기술을 물려받고, 창조적으로 계승하여 자신의 작품에 반영하는 솜씨 좋은 화가들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 작가약력

- SUKHBAATAR BADRAL

1963 Born Bayanhongor Aimag, Mongolia, and starting from 5 years traditional painting culture was inspired and teached by his own grandfather.

1971-1979Secondary School in Bayanhongor Aimag
1979-1983College of Fine Arts, Faculty of Sculpture, Ulaanbaatar, Mongolia
1983-1984Assistant in College of Fine Arts
1984-1987Military Service in Mongolia
1987-1993Art Academy of I.E.Repin, Sankt-Petersburg, Russia
1993 until now Sculpture teacher in College of Fine Arts, Ulaanbaatar, Mongolia
2000-2001Doctor of Art Science
2003Member of ICOM
2004Professor of Art Science
2000-2004Scientific research expedition with South Korean artist researchers
through Mongolian Central region, Altai and Gobi desert.

Exhibitions :
1994"The rich gobi" national painting, sculpture museum at the National Art Gallery, Ulaanbaatar, Mongolia.
1995"Cultural Heritage" private collection exhibition, National Art Gallery, Ulaanbaatar, Mongolia.
1996"Signatures of famous people" private collection exhibition, National Art Gallery, Ulaanbaatar, Mongolia.
"Agula-1"("Mountain-1") National Painting museum with students of the Institute of Fine Arts, National Art Gallery, Ulaanbaatar, Mongolia.
1999"Agula-2"("Mountain-2") National Painting museum with students of the Institute of Fine Arts, National Art Gallery, Ulaanbaatar, Mongolia.
2004, Mar. 3-6"Nomadic horse : honorary tradition" private collection exhibition.

Modein and nomadic sculptures and ink paintings shows historical and current lifestyle of Mongolian traditions and culture and creates its own indissoluble signature of his inspiration.
Private collection items and books are held in National Art Gallery, Military Museum, Bogd Khaan/'/s Palace Museum in Ulaanbaatar, Mongolia, also in Great Britain Gallery of London and in Central Bank of Austria, and in private collections of Russia, France, Germany, Italy, Japan, Thailand, South Korea, China and United States of America, Check Republic, Holland, Belgium.
[제3주제] 한․몽 암각화 연구 - 한국

천전리 암각화 추상문양 연구
A Study of Abstract Patterns of the Cheonjeonri Petroglyphs

김호석(화가)

- 서론
1. 천전리 암각화의 특성
1) 주제
2) 제작방법 및 시기
2. 추상문양
1) 갈매기형 문양
2) 둥근꼴 문양
가. 동심원 문양
나. 소용돌이형 문양
3) 물결형 문양
- 결론

서론

천전리 암각화 앞에 서면 서기가 느껴진다. 아마 스스로 바람소리와 물소리가 되기를 원했던 사람들의 솜씨였기 때문일 것이다. 물길이 굽이쳐 꺾여 가파름이 숨을 고르는 곳에 살포시 숙인 채 낮은 소리로 발언하고 있다. 그림자에 갇힌 바위 속 형상들은 아침 햇살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바위가 눈을 뜨고 끔벅거리는 순간의 감동이란 통제할 수 없는 무심의 경지였다. 그것은 천전리 바위그림이 지닌 힘일 것이며, 추상적 문양의 상징의미를 풀어내는 데에도 적지 않게 작용될 것이다.
천전리 암각화는 1970년 발견되었고 공식적인 보고서는 1984년에야 이루어졌다. 이곳은 농경문화의 결과물이 농밀하게 스며있기도 하지만 수렵시기와 역사시기의 그림들과 명문들도 한 화면에 구사되어 있다. 지금까지 암면 하단부의 명문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게 논의되어 일정부분 성과물이 제출되어 있는데, 그림의 내용과 형식 등에 대한 실질적인 접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황수영, 「신라의 서석」,『동대신문』, 1971.5.10.
문명대, 「울산의 선사시대 암벽각화」,『문화재』제7호, 1973, pp.34~35.
김용선, 「울주 천전리 서석명문 연구」,『역사학보』제81집, 역사학회, 1979, pp.1~34.
김열규, 『한국문학사, 그 형상과 해석』, 탐구당, 1983.
황수영․문명대,『반구대 암벽조각』,동국대, 1984, pp.146~196.
임세권,「우리나라 선사 암각화의 연대에 대하여」,『남사 정재각박사 고희기념 동양학논총』,1984,pp.526~538.
송화섭,「한반도 선사시대 기하문 암각화의 유형과 성격」,『선사와 고대』제5집, 한국고대학회, 1993.
임세권,『한국 선사시대 암각화의 성격』, 단국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4.
전호태,「울주 대곡리․천전리 암각화」, 『한국의 암각화』, 한길사, 1996, pp.45~95.
장명수,「한국 암각화의 편년」, 『한국의 암각화』, 한길사, 1996, pp.179~227.
임재해,「암각화를 통해 본 탈의 기원과 그 기능 변모」, 『민속연구』제7집, 안동대 민속학연구소, 1997.
정동찬,『살아있는 신화, 바위그림』, 혜안, 1996. pp.211~256.
송화섭,「한국 암각화의 신앙의례」,『한국의 암각화』, 한길사, 1996, pp.251~300.
장명수,「암각화에 나타난 성신앙모습」,『고문화』제50집, 한국대학박물관협회, 1997.10.
전호태,「울주 천전리 서석 세선각화 연구」,『울산연구 I』,울산대학교, 1999.2, pp.9~44.
장명수,「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 나타난 신앙의식」,『울산연구 I』,울산대학교, 1999.2, pp.67~100.
장명수,『울산 암각화의 문화상에 대한 연구』, 인하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01.
장석호 대표집필,『천전리 각석 실측조사 보고서』, 울산광역시, 2003.
특히 이 암각화의 중심을 이루는 도구는 추상문양의 상징성인데 이에 대해서 어떤 형태로도 보고 되고 있지 않아 지금까지 미술사학의 공백으로 남아 있다. 만약 선사시대인들의 총체성이 담긴 이 그림들의 의미를 파악 할 수만 있다면 우리 세계와 소통로가 될 수 있겠다는 믿음에서 본 연구는 시작되었다.
천전리 암각화에서 사용된 핵심적 조형언어를 갈매기형 문양과 둥근꼴 문양으로 파악하고 그것이 나타내고자 했던 본래의 의미와 목적성에 대하여 연구해 보고자 한다.
물론 이를 위해 보편성이 두드러진 세계 각국의 암각화 자료들을 비교론적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Ⅰ. 천전리 암각화의 특성

천전리 암각화는 반구대로부터 약 2km 상류에 있다. 물길과 산빛이 굽이치는 급경사계곡의 넓고 편평한 수직 바위에는 그림과 명문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직사각형의 암벽은 높이가 2.7m, 너비가 9.5m이며 위로부터 1/4 부분이 층리에 평행한 방향으로 심하게 풍화 박리되어 요철 되어 있다. 최근까지 화장의식을 치렀다는 주민의 말을 근거로 볼 때 열에 의해서도 열화(劣化)가 진행되었을 것으로 추 정된다.
남동향의 암벽은 기울어져(∠66˚) 있는 관계로 풍화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아 그나마 잘 보존될 수 있었다. 암각면은 거의 평면에 가까운 균질한 면으로 담녹색 실트스톤 호온펠스로 구성되어 있는데 경도가 3.4 정도여서 비교적 무른 퇴적암 바탕임을 알 수 있다. 암면 맞은편에 높은 산봉우리가 있어 조금 늦은 아침에 빛이 들어오며 특히 앞쪽으로 기운 각도 때문에 봄철에는 9시 30분경 10여분 정도의 잠시 전 암각화면에 고르게 빛이 비쳐지고는 그만 음영 속에 갇히게 된다. 계곡 건너편 너럭바위에는 약 100여개의 공룡발자국 화석 1997년 10월 9일부터 울산광역시 문화재 자료 제6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이 드러나 있어 오랜 역사성이 깃든 곳임을 알 수 있다.
1. 소재

경사진 바위면의 그림들은 각도가 만든 장치 때문에 앉아서 보아야만 편안하게 시야에 잡힌다. 전체적으로는 상부의 기하문이 강한 인상으로 들어오고 하부의 그림과 명문들은 신비로움을 감춘 듯 시선을 잡아끈다. 시야를 좁혀보면 좌측 부분에 심하게 마모된 동물 그림들이 보이는데 기하문 사이사이에도 부분적으로 동물그림들이 남아있어서 처음엔 상반부 전체에 빼곡히 새겨져 있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기법적으로 대부분 얕은 쪼아파기로 제작된 동물그림들은 반구대의 것보다 조금 이른 시기의 양식적 특징을 보이고 있고 형태구사 방식도 달라 제작 집단의 문화적 배경에 변화가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임세권 전게논문,「우리나라 선사 암각화의 연대에 대하여」.
최초 제작 집단에 의한 얕게 쪼아낸 동물그림위에 깊게 쪼아 갈기를 반복한 추상적 문양이 화면의 중심부를 형성하고 있다. 즉 고대 문양의 보편적 형태인 갈매기형 문양(Chevron형, ∧∨의 반복), 둥근꼴 문양(동심원 및 소용돌이형 등), 물결형 문양들이 단독 또는 겹으로 새겨져 있는데 선조(線彫)형이라고 보기에는 비교적 넓고 깊게 갈아서, 돌출된 부조(浮彫)형으로 명명하는 것이 적절한 표현일 듯 하다. 하부에는 네모형 틀 안에 명문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외에도 한문 새김이 산발적으로 보이는데 관찰해 보면 금속도구를 이용하여 선으로 새긴 동물, 사람, 배, 행렬도 등의 그림임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삼국시대 명문과 같은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고 된 그림 중에는 아주 이른 시기의 특징적인 양식과 기법 등이 보이고 있어 향후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할 것으로 본다.

2. 제작방법 및 시기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천전리 암각화에 대하여 쪼기, 갈기, 긋기 기법이 채택되었다고 보았다.황용훈,「한반도 선사시대 암각의 제작기술과 형식 분류」,『고고미술』제127집, 1975, p.3.
황수영․문명대 전게서 p.185.
임세권 박사학위논문 pp.24, 42~54.
정동찬 전게서, pp.256.
장명수 전게 박사학위논문 pp.106~132.
장석호 전게서 p.46.
그러나 황용훈은 쪼기기법으로 형상화시킨 좌측부위의 동물새김에 대한 언급을 누락하였고, 문명대는 갈기기법을 언급하지 않았으며, 장석호는 갈기기법은 보이지 않는다고 단정하였다. 장석호는 조사보고서에서 손가락으로 만져 갈아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단정 지었는데 이런 결과는 보고서로서 지녀야할 객관적이고 정확한 기술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
이렇듯 각 연구자마다 사용된 기법에 대해서 약간씩 다른 의견이 제출되어 있다. 본인은 쪼기, 쪼은 후 갈기, 선 긋기의 기법으로 제작되었다고 본다. 상부 좌측의 동물그림(zoomorphic figures)들은 돌로 직접 타격하는 원시적 쪼기기법인 얕은 점새김기법(dent)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기법적 특징을 통하여 볼 때, 이 천전리 암각화는 반구대 암각화보다 시기가 앞선 것으로 보아도 되지 않을까 추측한다. 상부의 기하학적 추상문양(geometric and abstract patterns)은 얕은 점새김기법 위에 덧새김기법을 부가하여 쪼았는데 깊이가 있고 선의 너비도 넓은데, 추후 갈았던 흔적도 확인된다. 따라서 금속이기로 깊게 쪼은 후 갈았거나, 제의 과정의 일환으로 오랜 시기동안 중첩되게 문질러서 생긴 결과물일 것이다. 하단부의 그림은 금속 도구로 긁거나 새겨 제작한 것으로 신라 명문들과 함께 초보적인 화면성도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가장 후대에 제작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천전리 동물새김 기법은 얕고 거칠게 쪼은 기법으로 보아 대곡리보다 이른 시기인 신석기시대 말기로 본다. 기하문 암각화는 깊게 쪼은 후 계속적인 갈기수법을 사용하였음이 확인된다. 대곡리의 전성기 수법과 유사성이 짙으나 갈기수법의 대상이 천전리는 기하 문양인 둥근꼴 문양과 갈매기형 문양이 주된 요소인 반면에, 대곡리는 고래 그림류가 주요소여서 차별성이 짙다. 특히 상징적인 도형들로 구성된 것으로 보아 더 늦은 시기의 것으로 보인다. 양전리식 인면암각, 가흥동, 봉창대 도항리, 오림동 등의 유적과 지석묘에 보이는 마제석검 등도 갈기수법이 일반적으로 사용된 시기의 작품이어서 시기 추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근 두 지역 암각화의 기법적 차이를 보면서 도구의 종류와 일부 청동기 유물의 표면에 새겨진 선각동물들 動物文肩胛, 청동기시대, 길이 30cm, 경주부근출토, 일본 小倉 수집품.
과의 유사성에 주목하여 판단해 보면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가 공유된 시기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선 긋기 기법은 금속제 도구를 사용한 삼국시대 작품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동물그림은 추상문양보다 선행양식이다. 이런 그림들은 기하문이 침범하지 않은 부분에서 희미하게 남아있어 이미지 파악에 혼란을 주기도 하지만 추상화되기 이전의 중간 양식들이어서 사료적 가치가 높다.
반구대의 동물그림은 임신한 듯 배가 불룩한 형상이 많은 반면 생식기 노출은 없는데, 천전리의 동물그림에는 생식기가 강조된 양식을 볼 수 있다. 또 반구대에는 고래 형상이 많은 반면에 천전리에는 사슴 형상이 소재로 많이 등장한다. 특히 기하문양은 반구대의 면각 동물과는 매우 이질적이다. 이것은 문화적이고 시간적으로 단절된 새로운 배경을 가진 세력에 의해 제작되었다고 본다. 임세권, 전게 박사학위논문, p.144.
임세권은 암면 하단부의 그림을 설명하면서 선 새김으로 그린 그림 위를 갈아내고 명문이 새겨진 것으로 보아, 선 그림과 명문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명문이 긋기 기법으로 제작한 선 그림보다 후대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임세권 전게논문, p.534.
그러나 삼국시대로 추정하는 그림 중에 자세히 살펴보면 시대를 달리하는 그림도 있어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Ⅱ. 추상문양

고대 부족사회의 산물인 암각화는 전 세계에서 발견되고 있다. 알려진 암각화 중에 70%이상이 수렵, 어로 사회 때 만들어졌고, 30% 정도만이 유목, 농경사회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나티, 「선사바위 그림의 출현과 배경」,『암각화 국제학술대회논문집』, 예술의 전당, 2000. p.118.
인간이 어떤 논리를 끌어내는 과정은 긴 세월에 걸쳐 변화해 왔다. 종합하고 추상할 수 있는 능력은 미술을 창조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는데 이런 미술에 관심을 갖는 것은 고대인들의 집단의식과 보편적 사유과정을 이해하는 길잡이가 되기 때문이다.
천전리는 풍요기원 주술행위의 사실적인 표현으로서 한반도에서는 처음 이루어진 본격적 미술의 흔적이다. 지건길, 「암각화와 한국선사문화 연구과제와 의의」,『암각화 국제학술대회 논문집』, 예술의 전당, 2000.pp.97~98.
원시적 생산관계의 토대에서 싹튼 풍요의 기원과 새로운 내세관이 원시예술을 탄생시킨 것이다. 암각화는 자연환경과 긴밀한 연관성을 갖는다. 또한 당시 고대인들의 주제 의식과도 연관성이 깊은 고대의 제의 제단과 신전으로 보기도 했다. 최광식, 『우리 고대사의 성문을 열다』,한길사, 2004. p.182.
암각화가 그려진 지역이 신성한 곳이란 인식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아나티 전게서, p.120.

선사시대에는 제의 장소였을 것이며, 역사시대에는 화랑들이 즐겨 찾은 심신 수련의 장소였고, 얼마 전까지도 장상의례의 장소로도 사용되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언양면 대곡리 최경환, 손진봉 등 주민 구술.
고 말하기도 한다. 이상을 종합하면 문양이 새겨진 곳을 영혼이 부활하는 안식처와 부족공동체의 제단 그리고 자연생산력의 풍요를 기원하는 주술 장소로 신성시했을 것이다. 이러한 주술-신화적 시각을 기저에 두고 갈매기형 문양과 둥근꼴 문양의 상징적 의미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1. 갈매기형 문양

갈매기형(Chevron)은 천전리 추상 기하문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대표적 문양이다. 이런 문양에는 선사시대인들의 복잡한 정신세계가 반영되어 있는데 상징하고 있는 시대정신과 미감을 간파해 내기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캠브리지 대학 고고인류박물관의 부관장인 크리스토퍼 치핀데일은 기하 문양과 추상적 문양이라는 표현에 대해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다음의 부류로 기하학적 문양(geometrics)의 그림들이 있는데 이런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림들이 기하학적인 형상이라는 것보다는 이 그림들을 실제세계의 대상물(real-world object)과 연결짓지 못하고 있는 무능력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세대에선 이를 “추상적(abstract)”이라 규정하지만 이런 평가는 이들 그림들이 어떤 실제세계 대상물의 형상을 세밀히 쫓은 그림임을 인식하는데 실패하였음을 의미한다. "What is distinctive about the next class, the figures called geometrics is not that they have a geometric shape, but our inability to match them to a real-world object. We call them "abstract", but that only means that we do not recognize them as following closely the shape of some real-world object." Christopher Chippindale, Studying Ancient Pictures as Pictures, Handbook of Rock Art Research, Altamira, 2001, p.256.

천전리 암각화의 주인공들은 갈매기형 문양을 왜, 무엇을 위해 새겼을까? 이렇게 독특한 상징 문양을 통한 감응의 구체적 대상과 희구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어떤 힘이 간절히 희구하는 문제들을 해결해 준다고 믿었을까?
지금까지 국내에서 보고 된 이 문양에 대한 해석은 다음과 같다. 마름모꼴을 여성 생식기로 보거나 곡물저장의 풍요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고 타원을 세로로 반분한 것은 여성의 생식기를 상징하였을 것으로 해석하였다. 김원룡, 『한국미술전집』I, 동화출판공사, 1973. p.138.
생산과 재생을 의미하는 성의 상징으로나 비를 상징하는 문양으로도 보는 시각도 있다. 그리고 농경의 생산과 깊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토지 또는 대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기도 했으나, 송화섭 전게 논문,「한반도 선사시대 기하문 암각화의 유형과 성격」, p.134.
객관적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반샨(半山)유형 채도 토기에 보이는 마름모꼴 문양에 대한 해석은 참고할 만하다. 마름모꼴 문양은 재해예방의 기능을 주술적 부호로 표현한 것으로 보고 예리한 칼과 같은 어떤 원시적인 전설의 개념과 결부시키고 있다. 원시 농경민이 맹수의 습격을 방어하고 농토를 야생의 짐승들이 유린하지 못하도록 쌓은 울타리에서 유래하여 방어의 수단으로 마름모꼴 문양을 채용한 것으로 보기도 했다. J. C. 앤더슨, 『중국선사시대의 문화』, 김상기, 고병익 공역, 문교부, 1958. p.371에서 재인용.
또한 두개의 삼각형을 남녀 양성의 힘이 접촉하는 생식작용의 상징이거나, 생식작용의 원시적 형태를 나타낸 것으로 보고, 음양이 종교적인 결혼장면을 무한히 전개하면서 서로 상대하고 있는 남녀 양성의 본체를 표현한 것이라고도 하였다. 전게서, p.371에서 재인용.
이러한 형태의 예술이나 문양은 의도적이며 전통적이고 상징적인 성질을 띠는데 이것은 그 지역 고유의 신화나 전설, 신앙과의 연관관계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하였다. 김양옥, 「한반도 청동기 시대 문양의 연구」,『한국고고학보』제11집, 1981. p.40.

제임스 케이저는 워싱톤대학교 출판부가 발간한 『콤롬비아 고원의 인디언 암화연구』에서 암화 문양의 표현 형태를 1) 자연주의적(naturalistic), 2) 양식적(stylized), 3) 추상적(abstrct) 형태의 3가지 범주로 나누어 분류 해석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James D. Keyser, Indian Rock Art of the Columbia Plateau. University of Washington Press, Seattle andLondon.1992, p.16. Naturalistic은 자연주의적이란 의미이외에도 대상물에 대한 사실주의적 묘사의 뜻도 지닌다.

자연주의적 형상은 실제 대상물을 있는 그대로 그린 것이다. 사람이나 동물과 같은 표현대상을 무리 없이 사실적으로 자연스럽게 그려낸 그림이다. 양식화된 형상은 쉽게 식별할 수 있는 형태를 왜곡하고 과장해 양식화시켜 비현실적으로 표현해낸 그림이다. 마지막으로 추상적 그림은 자연적으로 눈에 띄는 대상물로 인식하기 어려운 표현 형태의 그림이다. Naturalistic art depicts actual things, such as humans and animals, in a reasonably realistic or natural manner. Stylized art renders recognizable forms in a highly conventionalized or nonrealistic manner. Finally, abstract art shows forms that are unrecognizable as naturally occurring things.

천전리 암각화에는 이 3가지 요소들이 공존하고 있다. 언어나 그림의 상징체계는 간략화와 압축의 속성을 지닌다. 이와 같은 간략화와 압축의 과정을 Christopher Chippindale는 전게서의 p.260에서 명쾌하게 도판화하여실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처음에는 구상성이 강하게 표현되던 것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원시적 합리성과 상징적 의미로 압착해가는 과정을 겪게 되는데 이는 더 이상 뺄 수 없는 추상적 상태로 까지 진행되어 나가기도 한다[그림 1].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중간의 모든 변화단계들이 생략된 채로 정점에 도달한 파편만을 들여다보고 그 구체적 대상의 중간단계들을 파악해 내야한다는 점에 있다. 복잡한 과정의 중간 이미지들을 모르고 단순화된 이미지만을 보아서는 그 그림의 모티프를 파악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 현재 신경심리학적인 해석이 동원되기도 할 정도이다. J. David Lewis-Williams, Brainstorming Images: Neuro-psychology and Rock Art Research, Handbook of Rock Art Research, Altamira 2001.

그러나 본인은 대상을 단순화되기 이전으로 역추적하여 도화(圖畵)작업을 하던 중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산재되어 있는 갈매기형 문양을 수목숭배(vegetative cult)의 관점에서 명쾌하게 해석해 낸 논리 Carl Schuster and Edmund Carpenter, Patterns that Connect, Harry & Abrams, 1996.
에 주목하게 되었다. ‘고대미술 및 부족미술에 보이는 사회적 상징성’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칼 슈스터와 에드먼드 카펜터의 이 저작은 고대인들이 표현한 문양이 그 사회의 부족이나 어떤 집단의 믿음 체계(belief systems)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으로 사회적 상징성이란 단어를 차용하고 있다. 그들의 이런 가설은 세계 도처에서 발견되는 선사시대 문양들에 대한 통찰력 깊은 비교분석으로 대단히 설득력 있게 본질에 접근하고 있다.
수목신에 대한 숭배는 세계 곳곳에서 발생된 보편적 형태이다. 고대인들이 생명나무(Tree of Life)에 대한 믿음체계를 가졌다는 점은 많은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고대미술에 대한 주요 분석도구 중 하나이다. 江蘇省連雲港의 將軍崖 암각화는 식물의 줄기와 잎등에 새겨져 있어 고대 동이족의 수목숭배사상을 반영하고 있다.
삶의 과정은 소멸과 부활이라는 생물학적인 순환성인데 이것은 자연스럽게 자연 순환 주기와 연결된다. 이런 생물학적 인식은 자연이 가진 식물 발생의 힘 숭배와 생명의 재생 숭배로 이어져 생명나무에 대한 믿음체계를 낳았다. 부족이나 종족의 생존과 번영 그리고 지배력의 보존을 나무가 지니는 상하 수평의 일체적 관계성과 동일시하였다. 그들은 나뭇가지형 문양의 변천사를 이런 시각에서 바라보고, 가족나무도(family tree)로 구체화되어 발전해 나갔다고 주장하였다.
그들은 나무를 꺾어 표피를 벗기고 사람의 얼굴과 사지를 그려 넣어 가족나무도(가계도)를 만들어 연결성을 극대화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형상은 Y자형 나무 가지의 끝 부분에 얼굴이 조각되거나 전체의 중간 중간 마디에 얼굴 또는 장식문양을 새기거나 조각하기도 하면서[그림 2] 얼굴이 2개이고 몸이 하나인 조형으로 발전해 나간다. 얼굴과 연속된 몸체와 사지의 단순화에서 한 명의 조상아래 자손들이 연결되어 있는 표현으로 변모하다가[그림 3] 이후에는 조상의 얼굴이 큰 원점이 되거나 아예 생략되게 된다[그림 4]. 이후 더욱 간략화가 진행되면서 부터는 아예 몸체는 없어지거나 점으로 분리되어 옆으로 난 사지의 표현만이 W자나 M 자형 또는 , 문양으로 극대화되면서 종국에는 V자형으로 추상화되어 나뭇가지형의 가족나무 표현인 부족의 가계도 표현으로 정착되었고, 조상에 대한 상징적 부호로 널리 상용화되었다. 이런 간략화, 추상화의 과정을 그들은 폭넓은 시각으로 설득력있게 설명하고 있다.
천전리에 나타난 갈매기형 문양도 전 세계적으로 보이는 부족의 가족나무표현과 직간접으로 관계되어 있다고 본다. 여기에 나타난 문양을 보면 부족의 가족나무 표현과 깊은 연관이 있는 갈매기형 문양이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어 나타났다고 생각된다. 하나의 갈매기 표현이 기본이 되어 두 겹, 세 겹 등으로 겹쳐지면서 자연스레 마름모꼴이 4~5개씩 연결되기도 하여, 주위의 작은 원형의 형태들과 섞이게 되는 등 복잡한 양상을 띠는데 이것은 당시 사람들의 사고 추이도도 가늠하게 해준다.
갈매기형 문양이 수직 또는 수평으로 연속되는 것은 부족간의 연합이나 동맹관계 또는 혈통의 결속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상하의 연속 표현은 수직적인 가계내의선조와 후손, 죽은 자와 산 자의 관계로, 좌우의 연속표현은 수평적인 가계내의 친척과의 관계로, 반복된 선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는 것은 부족간의 관계가 결합된 중심세력임을 강조할 목적으로 제작되었을 것으로 해석된다[그림 5].
이런 문양양식은 초기에 토기, 의복, 장신구, 문신 등에 적용되었다가 사냥 및 생활용품 등에도 차용되어 조상의 은덕과 가문의 전통에 대한 강한 자부심으로 표현되고 이후 철기가 사용되면서는 보다 영속성이 있는 바위에 상징화된 것 전게서, pp. 54~59, 94~95, 108~109, 114~115, 214~216, 232~235, 240~254, 260~261, 305
뉴카레도니아의 기둥상과 웨일즈 지방의 거석, 우크라이나 지방에서 출토된 상아에 새긴 문양 등은 천전리의 갈매기형 복합문양(마름모꼴)과 아주 유사하다.
으로 보여 진다[그림6, 7].
종족번영과 농작물의 풍요, 자연 혜택은 지금까지도 인류의 주된 관심사이다. 가족의 영속적인 발전과 계통을 신성한 바위에 기록해 놓고 제의를 거행했으리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자연환경의 열악함과 맹수에 대한 두려움, 농경에 따른 기우, 질병의 위협, 부족간의 대립과 갈등 등이 깊고 클수록 이러한 제의의 필요성이 더욱 요구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갈매기형 문양은 영혼숭배의식과 부족간의 유대와 결속을 긴밀하게 하며 조상신과의 교류, 자연신에 대한 기원 등으로 연결해주는 계급적인 출입구로서의 기능에서 비롯되었다. 슈스터와 카펜터는 갈매기형 문양의 제작 목적을 3가지 즉 ① 혈통성(lineage), ② 계급성(rank) ③ 조상(ancestor)으로 요약했다.

또한 이러한 문양의 전통이 고대인의 수목숭배의 신념체계에서 출발하였다는 점은 언어고고학적 자료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영어의 trunk는 나무의 본 줄기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사람의 몸통을 의미하기도 하며, 가지를 뜻하는 limb이란 단어도 사지(四肢)라는 뜻으로 혼용되고 있고, 세계 각지의 군복 및 경관복에 수장(袖章)으로 장식되어 계급성과 조직의 동질성 그리고 일체감을 상징하는 목적으로 계속되고 있어 갈매기형 문양의 상징성이 강하게 이어지고 있다.

2. 둥근꼴 문양

1) 동심원 문양

둥근꼴 문양은 우리나라 암각화의 모티프 중에서 비교적 많이 등장하는 요소 고령 양전리, 함안 도항리 유적등에서 보이는 문양이다.
중 하나이다. 본 연구에서는 둥근꼴 문양(circle patterns)에 대한 암각화 제작자들이 의도했던 상징성을 추출해 보고자 한다. 전 세계적으로 발견되고 있는 둥근꼴 문양은 다음 4가지 범주로 묶어 볼 수 있겠다. 국제암각화단체연합[IFRAO(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ck Art Orgranizations)]에서 발간한 『암각화 용어집(Rock Art Glossary)』의 용어 정의를 따랐다. 단 소용돌이형 문양은 용례집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새로이 명명하였다.

① 동심원 문양(concentric circles)

② 소용돌이형 문양(coiled marks)

③ 컵-반지형 문양(cup-and-ring marks)

④ 컵형 문양(cupule, cup marks)


이중에서 천전리 암각화에 등장하는 가장 중심적 문양인 동심원 동심원형은 2개 이상의 같은 중심을 가진 원들이 그려진 문양으로 안에 있는 원보다 바깥 원이 더 큰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중심이라는 강한 지향성을 특징으로 한다.
문양 및 소용돌이형 문양에 대한 형상 해석을 우선 시도하고자한다.
천전리에는 현재까지 5개의 동심원 문양과 1개의 소용돌이형 문양이 발견되었다. 이들은 다른 암각화와 중복되어 새겨져 있기도 하고 또는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태양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해석되어 왔는데 이런 해석에 대한 이견도 거의 없는 상태이다. 최근에는 이 동심원 문양과 함께 나타나는 ‘작은 타원형’들을 곡식을 나타낸 것으로 보아 태양과 곡물의 성장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송화섭, 전게 논문,「한반도 선사시대 기하문 암각화의 유형과 성격」, p.119.
또한 태양의 변형된 모습으로 파악하거나 생식숭배를 의미하는 부호나 우주 전체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였다. 宋耀良, 『中國史前神格岩畵』, 三聯書林, 1991, pp. 99~103.
그러나 도항리 유적에서 여러 개의 다양한 크기의 동심원들이 별들로 보이는 ‘바위구멍’과 함께 배치되고 있는 것이 발견되어 지면서 태양이라기보다 아주 밝은 별들을 나타낸 것이라 해석하게 되었다. 임세권, 전게 박사학위논문, p.112.
또한 동그라미 안에 점이 있거나 꽃문양, 바퀴 모양이 함께 새겨지기도 하는데 꽃문양, 태양 모양은 밤에 땅 밑으로 내려갔다가 새벽에 다시 떠오르는 밤 태양을 가리키며 동그라미 안에 점이 있는 것은 낮 태양을 뜻하는 등 조철수, 「정보의 발생과 그림문자 그리고 울산 암각화의 상징체계」,『암각화 국제학술대회 논문집』, 예술의 전당, 2000, p.67.
,동심원이라 해도 전체적인 구성과 상황, 맥락과 상응성에 따라서 달리 해석되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또한 동심원은 구름문양을 표시하며 날 짐승. 산. 나무 등과 함께 구성되어 샤머니즘과 연관성이 깊다 盖山林, 『世界岩畵的文化闡釋』, 北京圖書館出版社,2001, p358
고도 보았다. 천전리 암각화의 동심원 문양을 태양의 상징으로 보는 시각은 다음의 몇 가지 점에서 재고되어야 한다.

○ 태양은 하늘 높이 떠있는 관계로 위치성을 가진다. 태양에 대한 절실성은 뜨는 태양이나 지는 태양보다 높이 치솟은 태양에 대한 희구여야 할 터이다. 천전리 암각화의 경우 수직성 보다는 수평성에 더 인접하는데 태양으로 보기에는 동심원의 위치성이 엄격하게 위계질서를 보이지 않고 대지의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다.
○ 태양의 빛은 복사열의 형태로 방사되는 것이 특징이다. 만약 태양을 그리고자 했다면 태양이라는 원 주위에 발산의 느낌을 주는 상징으로 그려 넣었을 것이다. 이는 세계 도처의 암각화에서 보이는 보편적인 현상 중 하나이다. 黃亞平, 孟華, 『漢字符號學』, 上海古籍出版社, 2001, pp.78~79.
천전리에서는 이런 반복적 전방위적 선각이 나타나지 않는다[그림 8].
○ 태양은 멀리서 보면 속이 찬 원인데 면으로 쪼아 면적 효과를 보여주지도 않았다. 이것도 태양이라고 보기에 어려운 이유이다.
○ 농경중심 정착사회에서 태양은 2차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농경사회에서 일조량이 희구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반면에 태양의 과다한 일조량으로 인한 가뭄의 해소가 주된 기원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 유라시아 스텝지역의 암각화에서 동심원 문양은 일반적으로 태양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유목사회의 관점을 농경중심의 한반도 천전리 그림에 그대로 적용시키는 것은 인문지리적인 배경을 고려하지 않은 관점이다. 척박하고 한랭한 기후조건을 가진 북아시아의 생활양식에서 태양의 존재는 더욱 절대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수렵어로중심 생활양식을 보이는 반구대 암각화에서조차 태양이 그려져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태양의 존재는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를 점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이유로 본인은 동심원 문양이 상징하는 바를 태양으로 단정 짓기에 곤란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그림 12~14 참조].

천전리 암각화가 있는 장소는 농경지역과도 일정한 거리가 떨어져 있으며 풍광이 뛰어나 성스러운 분위기를 저절로 자아내게 한다. 무엇이 고대인들을 이 천전리 암벽 앞에 세워 각석(刻石)에 지성을 들이게 하였는지 주목해야 한다. 청동기 시대는 영혼관념이 곡물의 죽음 및 재생과 동일한 원리로 작용되어 농경의례가 발달했을 것이다. 농경과 관련된 기원을 할 목적으로 암각화가 그려졌을 것인데 이런 주술법칙과 상통한 의례는 점차 기원의식으로 변모하였을 것이다. 농경에서 우선시 되는 것은 종자의 보존과 적절한 비 그리고 순한 바람이다. 치수(治水) 기법이 발달하지 않았던 그들에게 천수(天水)의 고갈 즉 가뭄은 죽음의 공포였을 것이며 이런 공포가 바로 고대인들을 천전리의 암벽 앞에 세우게 한 요인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적절한 비를 형상화시키기 위해 물위나 메마른 땅에 빗방울이 떨어진 형상을 기초로 동심원 모양을 생각해 냈고 그 모양을 바위에 새겨 기원했을 것이다. 빗방울이라는 해석은 데니스 슬리퍼에 의해서도 강력하게 제기된 것이기도 하다. Slifer 전게서, pp.42~64.
그것은 마르지 않는 샘물의 형상이고 저수지의 모양이며 우신(雨神)의 형상인 것이다.
또한 천전리의 동심원 위치도 대지의 농경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도 빗물에 가까운 상징이라는 논리적 근거를 더욱 다져지게 만든다. 식물의 성장이 그려져 있고 그 위로 바람의 흐름이 새겨져 있다는 사실은 물결형문양 상징과도 일체성을 갖는 것이어서 논리적으로 무리가 없다.
한편, 미국 유타주 산라파엘 스웰 암각화지역의 로코모티브 포인트(Locomotive Point)의 인접지역에서 발견된 암각화에 보면 몸에 동심원 문양이 새겨진 인물상이 보인다. 사람의 머리위에 새 형태가 있고 손에 뱀을 쥐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면 비 상(雨神)과 관련된 어떤 상징을 표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콜로라도 리오그란데 강 유역의 도그 마운틴(Dog Mountain) 동굴에 그려진 그림[그림 9]에서도 동심원 문양이 새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 호수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뉴멕시코 주 산주안 카운티 라르고 캐년(Largo Canyon)에 있는 그림도 물줄기를 묘사하고 있고 고여 있는 물의 형상이 있다. 전게서, p.48.
특히 뉴멕시코 산타페 카운티 산타페 강 캐년(Santa Fe River Canyon) 암각화에는 생산성과 습도 즉 비를 주제로 하여 사냥감이 되는 동물과 비의 이미지가 표현되어 있다.41) 전게서, p.99.
동부 우간다의 고대 주거지에 그려져 있는 동심원 문양도 기우제를 지냈던 장소에 위치하고 있고, 그림 또한 동심원의 형상에 기초하고 있다.42) African Rock Art, Harry and Abrams, 2001. p.42
이러한 보편적인 세계적 암각화 유적의 정황과 천전리 동심원 문양의 전후 맥락으로 보아 비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옳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천전리의 암각화에서도 뱀 과 용이 등장하고 있어 천전리의 주인공들에게도 풍우(風雨)의 개념은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여졌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바람이 일어나지 않으면 비가 오지 않으며, 물이 중력 작용에 의해 떨어진다고 믿었기 보다는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풍우의 신이 바람과 비를 몰고 온다고 믿었을 그들에게 비와 바람이 동심원 형태와 유사한 형상으로 그려진 것은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비의 상징은 곧 바람의 상징을 포괄하고 있어서 이런 예들을 종합해 볼 때, 천전리에 그려진 동심원 문양은 물과 연관성이 깊은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2) 소용돌이형 문양

비는 풍부한 수확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홍수와 파괴도 불사한다. 이러한 무서운 대기현상은 고대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을 것이다. 다음의 주장을 보면 소용돌이형 문양에 대한 해석은 매우 직접적이다. 중국 양사오문화(仰韶文化) 토기 문양의 해석에서, 소용돌이형 문양을 ‘우신으로 보고 그것이 돌개바람의 계단을 타고 올라가서 번갯불과 천둥을 동반하며 생명의 뿌리인 비를 내리게 한다’43) J. C. 앤더슨, 전게서, p.381 재인용, 원저는 Donald E. Mackenzie, The Migration of Symbols, 1926.
고 하였다. 또 오카꾸라 텐신(岡倉天心)은 우신에 대한 책인『일본의 각성』에서 용은 힘과 소용돌이의 수호신(守護神)이고 변화의 정신이며 생명 그 자체라고 파악했다.44) pp.77, 78.
데 휘세르(De Wisser)는 큰 소용돌이 바람은 용이 하늘로 올라갈 때 일어나는 것으로 해석하고 소용돌이 문양을 바람과 비와 용과의 연관성 속에서 언급하고 있다. J. C. 앤더슨, 전게서, pp.381~382에서 재인용, 원저는 De Wisser, The Dragon in China and Japan, 1913.

이처럼 평야지대에서는 사계절을 통하여 가장 숙명적이며 예측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 비이고 그것의 유무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이 문양은 형태상으로는 바람의 형상이지만 동심원 문양과 서로 연계하면서 파악되어야 하는 측면도 있다. 뉴멕시코의 타피아 캐년(Tapia Canyon)에 그려져 있는 사냥감의 이동경로 밑에 그려져 있는 소용돌이형 문양[그림 10]은 연못이나 호수 등 물이 고여 있는 부위의 사실적 표현으로 해석되어진다. 하지만 야생동물이 오르막길을 이동할 때 먼지가 심하게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면 평면에 가파른 경사를 표현한 상징적인 언어로 그려져 있는 경우로도 볼 수 있어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읽어 내야하는 해석의 묘도 요구된다.
천전리 암각화의 경우 이런 회오리바람 형태가 무성한 가지가 그려진 초목(草木)과 인접시킨 것에 주목한다면 태풍이 오는 계절에 순한 바람과 비에 대한 기원을 담아 그린 표현으로 보는 게 타당할 듯하다.

따라서 천전리 암각화의 둥근꼴 문양에 대한 해석은 농업경제에서의 기우(祈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다. 조상과 풍우 그리고 곡령(穀靈)은 현실세계와 밀접하게 연관된 초자연적인 힘으로 그들에게 인식되었을 것이며 그것과 소통하기 위해 선사인들은 둥근꼴 문양의 상징태를 새겨 놓고 진지한 제의를 거행하였을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 그들은 갇힌 세계(world within)에서 저 너머 세계(world beyond)의 신과 소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간난과 질곡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었던 우주의 작동원리였고 생존의 가장 확실한 담보였을 것이다.

3. 물결형 문양

물결형 문양은 가로로 그려질 때에는 물결을, 세로일 때에는 뱀을 상징한다는 것이 원시미술의 공통적 현상이다46) 문명대, 「울산 암각화의 발견경위와 연구성과의 회고」,『암각화 국제학술대회논문집』, 예술의전당, 2000,p.13.
고 했다. 이 또한 세로로 반복되어지는 어떤 물결형문양은 강우를 뜻하며 하천의 이미지로도 해석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어서 융통성 있는 판단이 요구된다. 물결형 문양은 흐르는 물이나 고인 물 등을 표현한 것으로, 농경사회에서 짧게 세로로 반복되었을 때에는 비를 상징하며 강우의 중요성을 표현한 것이었음은 중국의 고대 상형문자가 증거한다.47) 牟作武, 中國古文字的起源, 上海人民出版社, 2000, pp.115~121.
농사에 필요한 지상의 물은 물론 지하 암반에 흐르는 지하수까지를 모두 중요시 여겼는데 이는 종교 제의나 신화에서도 읽혀진다. 지하수는 건기 동안 생명을 유지시키는 원천이며 또한 마귀를 쫓아내는 역할도 해왔다. 고대 청동기 문헌에 나오는 비를 기다리는 기도문과 마귀를 쫓는 주문에서도 이런 논리의 타당성이 입증된다.48) 조철수, 전게서 p.64.
신석기 시대의 유물에 보이는 물결형문양은 물의 그림자이며 토기와 점토로 만든 모신(母神)의 문양에서도 발견되어 어떤 부호 같은 상징성으로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49) 전게서, p.65.
즉 양식의 증산, 생식과 풍요 등은 선사인 들의 간절한 기원이었기에 상형문자는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성격을 갖고 있다.50) 문명대, 전게 논문, p.13.
삶의 진실과 미술의 진실사이를 구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일원론적인 원시사유체계에서 위아래로 다르게 반복되어 지는 물결형문양은 대지의 물과 지하의 물로 보는 관점이 훨씬 자연스럽다.

이를 정리하여 보면 갈매기형 문양에는 수목숭배사상이 담겨있다. 나무가계도(family tree)에서 사람집적체형 가계도로 변모되는 등 여러 시기를 거치면서 간략화의 수순과 진화의 과정을 밟게 된다. 이것은 수많은 조상을 표현한 계급성 짙은 계보도로서 부족내의 결속과 번성, 부족의 강력한 단합 등의 사회적 상징성을 깊게 드러낸 표현이었다. 이러한 가계도의 상징성은 계급장 등 현대의 삶 속에서도 간취되고 있다.
둥근꼴 문양 중 동심원 문양은 태양 숭배의 상징으로만 고정시 하였던 기존 연구 성과에서 벗어나 그림의 내용과 맥락에 따라 제작의도를 읽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예술론에 초점을 맞추게 하였다. 농경에서 우선시 되는 것은 좋은 종자의 확보와 보존, 적당한 비, 순한 바람이다. 경작중심의 가치 속에서 동심원 문양은 비의 모티프이며 대지의 원리로서 비의 힘을 문양화 하는데 성공했다고 믿는다. 또한 소용돌이형 문양을 통해서는 바람의 소리까지 그려내고자 했던 탁월한 감각과 비와 물과 바람의 집합적 상징 부호로서도 존재했음을 알게 되었다.
물결형 문양은 제식-신화적 가치체계 속에서 지하와 지상의 물을 일원론적 시각에서 상징적으로 묘파해 낸 그림으로 추정된다.

삼국시대의 그림이라고 파악된 선각그림 중에도 시대를 달리 해석할 수 있는 그림이 있다. 기존의 연구자들이 정의했던 그림의 선후관계에 의한 체계마저 실증적으로 다시 파악해 보아야할 필요성이 있다. 선긋기 그림은 도구의 선진화가 이루어지기 훨씬 이전의 그림양식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파악할 수 있는데 까지 읽어내야 한다. 구석기 시대의 시원 형식을 그 시대를 읽을 수 있는 자료와 근거로 보지 못하고 신라시대의 양식들로 취급하여 생긴 문화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도 그렇다.

본 연구를 천착하는 과정에서 시야를 넓혀보고 많은 문헌과 암각화 채록 자료를 비교 검토하면서 連雲港, 珠海, 臺灣, 香港 등 남방계열의 암각화 양식[그림 15~19] 李洪甫, 『太平洋岩畵』, 上海文化出版社, 1997 참조.
에서 독특하게 보이는 내용과 기법 등이 천전리 암각화의 추상적 문양과 서로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러한 점은 민족이동과 문화전파와 관련되는 것 최광식은 한반도 남부의 암각화가 동해안을 통하여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자생의 결과로 보는 등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최광식, 『우리 고대사의 성문을 열다』,한길사, 2004. pp.189~190.
이어서 실증적인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결론

천전리 암각화는 수렵․농경시대를 거쳐 삼국시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의 예술이 구체적으로 담긴 한국의 대표적인 유적 중의 하나이다. 한 화면에 자연주의적 묘사에서부터 반 추상적 형태와 추상적 문양이 동시에 펼쳐져 있어 우리 역사의 정신적 보고로 지금도 발언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추상화된 문양의 상징성을 녹여내려고 하였다. 이는 역사의 단절 속에서 고대의 지성화된 세계 속으로 수평 되게 진입해 들어가는 과정이었다. 한 서구 고고학자의 말대로 시종 웃음이 그치지 않았던 “The problem of archaeology is when to stop laughing.”(고고학의 문제는 언제 웃음을 멈추느냐이다.) Schuster and Carpenter 전게서, 서문에서 재인용.
지난함의 변주였다. 이 과정에서 역사는 기록된 역사만이 역사가 아니라는 사실과 바람 속에 새겨져 내려온 역사도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만의 문화에서 흥기했던 지성화된 세계와 조우하는 해독과정은 지적 흥분으로 충만된 탐닉의 여정이었다.

갈매기형 문양은 가계도로 부족의 번성과 단합 그리고 계급성을 상징하고, 동심원 문양은 비와 바람을, 그리고 소용돌이형 문양은 바람을 나타내고자 했으며, 물결형문양에서는 지상의 물뿐만 아니라 지하의 물까지도 상징의미로 표현하였다.

본 연구를 통하여 획득한 위의 성과물 이외에 다음과 같은 사실도 부가적으로 파악하게 되었다. 예술은 삶의 절박한 반영물이고 이곳으로부터 출발되어야 한다는 조형의 기본 원리를 천전리 암각화는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반구대에는 고래그림이, 천전리에는 사슴그림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농경이 삶의 주류가 된 뒤의 절실함이 절박하게 표현되고 있어 힘과 감동이 배어나온다. 신석기와 청동기 시대의 그림이 혼재되어 있는데도 각각을 구별해낼 수 있을 만큼 그들의 조형적 미감은 차별화 되어 있다. 내용에 대한 형식의 적절성과 시대미감의 획득이라는 중요한 사실에 대해 천전리는 모범 답안을 예시해 주고 있다. 예술이 당대성 획득에 실패한다면 생명력의 뿌리까지도 잃어버리게 된다는 원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추상적인 문양의 의미를 파악하려면 대상이 단순압착해가는 과정을 제작 당시의 마음으로 읽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적인 그림과 추상적인 모양 사이에 아직 추상화로 진전되지 않은 그림이 잔존하고 있는데 추상화된 도상의 해결에 직접적인 단서로 제공될 수 있다. 즉 형상의 단순화 과정에 대한 연구가 절실히 요구된다. 중첩된 그림에서 보여주는 시대의 선후관계와 기법, 형식적인 분류가 전혀 연구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 시대가 담아내고자 했던 사회의 정체성을 담보해 내기란 쉽지 않다. 이런 기초 자료의 체계화 작업을 통해 그 시대의 눈과 감각과 그림언어에 생기를 불어 넣어야 한다. 암각화는 상형문자로서 인류역사와 정신적 진화를 간직한 가장 중요한 보고이기 때문이다.

삼국시대 신라지역의 그림으로 파악된 선각에 대한 시기 논의와 바닷길을 통한 남방계열의 문화전파에 대해서는 추후 연구과제로 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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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취지

한국문화는 북방 유목문화의 전통 위에 남방 농경문화가 유입된 형태를 띠고 있다. (사)민족문학작가회의는 일찍이 남방문화와 북방문화가 접합된 우리의 미학적 정체성을 찾기 위한 ‘아시아 문학 교류’를 시작한 바 있다.
지난 2001년에는 베트남을 방문하여 양국 문학 교류에 필요한 친선협정을 체결하고, 이후 베트남 측의 답방과 양측 작품 번역 출간 등을 성사시켜 지금은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나아가 몽골을 중심으로 한 북방문화권과의 심도 깊은 교류를 추진, 2003년 북방문화의 거점인 몽골에서,『제9회 세계작가와의 대화』를 성공리에 치렀다. 북방문화의 거점인 몽골과의 교류를 통하여, 한국문학을 장차 동북아 중심 국가 시대에 맞는 문화적 거점으로 세워 가는데 큰 첫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참고 (‘제9회세계작가와의 대화’ 행사기간 : 2003년 8월 21일(목)～28일(목) 행사장소 : 몽골 올란바타르 외 5. 국내 참여 문인 : 7명(작가회의) 이시영(시인) / 고형렬(시인) / 김용락(시인) / 박영근(시인) / 한창훈(소설가) / 김형수(시인) / 전성호(시인)>

아시아문화유목(A.C.N)은 작가회의의 북방문권의 중심 몽골과의 교류를 계승하고 심화하기 위해, 2004년 한몽예술인대회를 개최하려는 것이다. -‘2004 한몽예술인대회’는 작가회의와 아시아 문화유목(A.C.N))이 몽골의 정예 작가들을 초청, 한몽예술인 대회를 개최, 심포지엄과 분임토의 등 심도 있는 예술미학적 논의를 전개하는 자리로써, 한국 문학권과 북방권의 문화적 가치가 어울리는 상생의 장이다.
또한 한국문화의 숨결과 자양분이 깊게 배인 남해안과 서해안 순례를 통해, 몽골의 대륙적 가치에 대등한 격을 지닌, 한국의 해안적 가치를 정립하고, 대륙미학과 해안미학의 조화를 추구한다.
이외에도 광주의 제10회 세계작가와의 대화 행사(아시아 작가연대)에 참석, 문학의 밤 행사를 함께 치루고, 평화선언 채택에 함께 하게 된다. 아시아문화를 종합하고 연대하는 틀을 더욱 공고히 하는 뜻 깊은 자리가가 될 것이다.

• 사업기간
일시 : 2004년 6월 28일(월) ～ 7월 5일(월) (8일간)

• 사업장소
서울, 광주, 경주, 울산, 동해안 일대

• 참가국
한국, 몽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