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카프 문학운동의 주역들
김기진 · 윤기정 · 권환에 대한 간략한 소개

서경석(한양대 교수)

1. 카프 문학의 구조

KAPF는 주지하듯 1925년 8월 25일 발족하여 1935년 5월 21일 해체된 문인단체이다. 10여 년간 존속한 이 단체는 한국근대문학사에서 뚜렷한 족적과 의의를 남겼다고 할 수 있다.
카프가 등장하기 이전의 한국문학은 춘원과 동인으로 대표된다. 이 시기의 한국문학은 춘원이 {무정}에서 내세운 공리적 계몽주의나 동인이 {창조}를 통해 수행하려한 미적 자율성의 확립이라는 자장 속에서 전개되고 있었다. 전자를 민족주의, 후자를 문학주의로 설명할 수 있는데 국권상실기라는 상황에 대한 응전력에서 본다면 이들의 문학은 그만큼 상대적이거나 미약할 수밖에 없었다. 3·1운동 이후, 춘원은 {무정}을 이을 만한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고, 김동인 등의 자연주의 문학 역시 애초의 신선함을 잃었으며, {백조} 등을 비롯한 동인지들이 시나 수필 등의 장르로 치우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런 양상은 시대적 지평을 바라보는 시각의 한계와도 깊이 관련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선명하게 부각시키면서 등장한 것이 카프문학이다. 카프문학은 무엇보다도 /'/사회운동/'/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이었다. 그것은 사회주의운동과도 궤를 같이 하는 것이었기에 강한 정치 이념적 경향성을 수반하고 있었다. 이 이데올로기는 국제적 연대를 통해 보증되는 것이어서 그 나프, 라프, 그리고 조선공산당에서 코민테른에 이르기까지 이데올로기적 위상을 함께하고 있었다. 이 이데올로기의 현실적 구체화가 바로 카프문학의 운동적 성격이었다. 이러한 카프문학의 등장은 우리 문학에서 반제반봉건의 인식을 훨씬 선명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카프문학을 논의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 <정치의 문학화>항목이다. 특히 일제 식민지라는 <정치적 폐쇄 상황>은 정치가 곧 문학이며 이념이 곧 문학이라는 /'/폭력적/'/ 도식이 카프문학의 특징으로 자리 잡게 한다. 일찍이 임화가 "저는 크로포트킨의 논법을 빌어 문예비평의 조선적 성격의 가장 중요한 점을 두색(杜塞)된 정치사상 혹은 사회사상의 한 개의 여수로(旅水路)라는 점에서 찾고 싶다"고 한 것도 이러한 특징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카프문학 논의의 초점은 다음 두 가지라 할 수 있다. 사회주의라는 국제적 해방 사상, 김윤식 교수의 표현을 빌면 <낯선 신>이 사회개혁의 전망으로 조선에 들어왔고 이를 문학 쪽에서도 받아들여 문학사상 전무후무하게도 대규모의 운동으로 발전시켰다는 사실이 그 첫째이다. 그것은 문학이자 운동이기에 <운동으로서의 문학>이라는 범주를 출현시키게 된다. 1931년과 1934년 두 차례에 걸친 카프 사건의 검거인원이 연인원 150여명을 넘어섰다는 사실은 카프문학의 운동적 의미를 입증한다고 하겠다. 둘째로는, 문학사 내부에서 보자면 그들의 이념과 정책 논의, 조직 활동과 창작방법론 및 비평, 작품 활동을 통해서 이 이념의 문학적 현실화를 실현해 냈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주의의 조선적 적용의 문제와도 대응되는 것이었는데, 정치의 무매개적 문학화를 극복하고 그 매개항을 인식 확보해 가는 과정, 즉 구체화 과정이 바로 리얼리즘 문학의 발전이란 형태로 드러나며 이것이 곧 카프문학에 문학사적 의의를 부여하게 된다.
본 소론에서는 이러한 카프의 문학사적 의미를 자리매김함에 있어서 조직의 중요맹원이었던 김기진, 윤기정, 권환의 역할을 일별(一瞥)해보는 것으로 하겠다.

2. 계급 운동과 작품현실의 균형잡기로서의 <내용형식논쟁> - 김기진의 경우

김기진은 <백조>를 붕괴시키면서 신경향파 문학을 조직해 내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문인이다. 그는 일본 유학 시절, 일본문단에 풍미하고 있었던 투르게네프에 영향 받고 "앙리 바르뷔스와 로망 롤랑간의 논쟁문을 읽으며 사상에 중대한 전환을 일으킨" 것으로 되어 있다. 그에게 영향을 끼친 이 두 가지 사상적 배경은 마르크스주의와는 뚜렷한 관련이 없는 것이지만 그는 [빠르뷰스 대 로망 로랑 간의 논쟁], [또 다시 클라르테에 대해서]를 쓰면서 무산계급 사상을 소개하는데 주력한다. 이 시기, 그의 글은 시, 소설, 수필, 비평 등 전 장르에 걸쳐 있는데 점차 문학비평 쪽으로 자리를 잡아간다.
그는 1922년에는 토월회를, 1923년에는 박영희 등과 파스큘라를 조직하여 1925년 카프가 결성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그는 1926년에서 1927년간 걸쳐 그와 더불어 카프 내의 지도적 이론가였던 박영희와 <내용형식논쟁>을 벌이게 되는데 이 논쟁은 팔봉 김기진의 차후 문학적 여정을 예비할 뿐 아니라 카프문학의 앞길에 중요한 전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간 <내용 형식 논쟁>은 김기진과 박영희 간의 다소 추상적인 논쟁이며 비유적인 용어사용으로 인해 정확하게 논쟁점이 형성되지 못했고, 조직의 강압에 의한 김기진의 자설철회로 마무리된 논쟁으로 인지되어왔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논쟁은 카프문학의 이념편향성에 대한 문학 쪽의 문제 제기이며 작품을 문제 삼아 논쟁이 벌어진 최초의 사례여서 이후 카프문학의 논의에 주요한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김기진은 /'/잘못된 이념으로서의 사회주의/'/와 그 문학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 아니다. 그는 이념과 현실의 매개항인 /'/작가의 작품/'/을 통해 비로소 사회주의 문학 이념은 그 구체적 현실화를 보증 받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영희의 빈약한 소설 [철야]와 [지옥순례]에 대해 김기진이 비판하고 나선 것은 {문예시평}(조선지광, 1926년 12월)에서이다. 그는 이 작품들을 "우리는 빈곤하다, 우리는 무산계급자다, 무산계급은 타계급의 적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하여 너무도 쉽사리 간단하게 처리하였던 것이다. 그 결과 이 일편은 소설이 아니요, 계급의식 계급투쟁의 개념에 대한 추상적 설명에 시종하고 일언일구가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만 사용되었던 것"(위의 글, 94면)이라 비판한다.
이러한 김기진의 입장은 제 4차 조공사건으로 피검된 조중곤과 [낙동강](조명희작)을 두고 벌어진 논쟁에서도 선명히 드러난다. 이 때는 카프가 제2기 즉 목적의식기에 접어들었던 시기이다. 따라서 조중곤은 강력한 목적의식이 [낙동강]에 선명히 드러나지 않음을 다섯 항목으로 나누어 비판한다.반면 김기진은 이 작품이 /'/1920년 이후 조선대중의 거짓 없는 인생기록/'/이라고 지적하면서 /'/재래의 공상적 행방불명의 빈궁소설의 무조직"에 비해 획시대적인 작품이라고 격찬한다. 이 작품은 김기진에 의하면 "열망에 빛나는 인생의 여명"이 드러나 있어서 다수독자의 감정의 조직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김기진의 지적이 적확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작품은 목적의식을 지닌 제3의 인물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그 이전의 빈부의 대립을 그리는 자연발생기의 문학과 구별된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이런 제3의 인물의 등장은 이미 민촌의 [농무 정도룡]에서 등장 시작되었고 한설야의 [과도기] 이기영의 [서화], {고향}에 이르면 문제적 개인 즉 의식화된 지식인의 자기반성적 형상으로 제시되어 30년대 경향 소설의 내적 형식 변화를 이루는 계기로 된다는 점에 있다.
작품을 매개로 한 이러한 논쟁은 후에 <물논쟁>에 이르면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초창기 작품에 앞서던 이념적 성향이 점차 작품을 중심에 두는 논의 구도 속으로 스며들면서 국제 성향이 짙은 카프 문학운동은 조선 작품이라는 매개항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3. <운동으로서의 문학>과 조직의 강화 - 윤기정의 경우

카프 문인들 가운데 윤기정은 그다지 조명 받지 못한 경우에 속한다. 그 이유는 카프 소속 평론가나 작가들에만 초점을 두고 카프조직의 여러 층위들에서 행해지는 여타의 활동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카프가 예술가 조직인가 아니면 예술가를 포함한 무산계급운동가들의 사회적 집단인가 하는 문제는 이미 회월과 팔봉의 대립에서부터 내재하고 있었다. 목적의식기를 거쳐 볼셰비키화 논의의 단계에 이르면 조직론이 예술을 거의 배제하는 쪽으로 기울게 된다.
이때 이 조직의 문제를 다루는 주요인물들이 포진해 있을 터인데 윤기정은 그 대표적인 존재이다. 한설야의 다음 기록은 그러한 사정을 암시한다.
그는 표면에 드러난 업적으로 보면 결코 키프원 중에서 상승(上乘)이라고 할 수 없다. 누구나 다 그렇지만 그의 작품 또는 평론을 통하여 특히 이렇다고 할 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카프에 있어서 그만치 숨은 활동을 많이 해온 사람은 없다. 우리들의 이때까지의 일에 있어서 그의 자취가 비취지 않는 곳이 없다. 우리가 범속하게 매니저로서 그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기정은 1903년 서울 생으로 사립 보인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청년회에 소속되어 최승일, 송영, 박영희와 더불어 염군사와 파스큘라가 단일 조직으로 결성되는 데 기여했으며 초대 카프 서기장을 역임했다. 1927년 제1차 방향전환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여 조직 내에 아나키스트 문인이었던 김화산과의 논쟁에서 두각을 나타낸 조직 내 이론가이자 소설가이다.
제일차 방향전환기에 그가 두드러지게 활약했다는 사실은 제일차 방향전환의 성격과 그의 카프 내 위상이 어떤 연관 하에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주지하듯 제일차 방향전환은 1927년 9월 1일 맹원총회를 개최하여 결행된 것이다. 이 방향 전환이란 카프가 /'/종래의 자연발생적 단계에서 목적의식적 단계/'/로 나아감을 의미한다. 신간회의 결성에 자극 받고 단행한 이 전환을 두고 카프 맹원들의 공판을 보도한 동아일보에는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1927년에 동경에서 잡지 [제3전선]을 발행하던 조중곤, 홍효민 등이 순회강연을 하기 위하여 조선에 들어왔을 때에 그들과 동경프로문단의 현세, 기타에 관한 의견을 교환한 결과, 재래의 동맹이 민족주의학자나 아나키스트까지도 포함하여 통일적인 운동을 전개하는 데에 불편하다 하여 이들 불순분자를 배제하고 1927년 9월 1일에 박영희, 윤기정, 이기영, 고 최학송, 조중곤, 홍효민 등이 조선프롤레타리아 예술동맹회관에서 순전히 볼셰비키적 의식을 가진 분자만으로 된 새로운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을 조직하고,(이하 생략--인용자)
조직 개편과 문호개방, 강령개정, 아나키스트 추방을 결의한 제일차 방향전환의 주역 중의 하나가 카프 초대 서기장 윤기정임을 위 글에서 알 수 있다. 윤기정은 총회에서 중앙집행위원으로 선출되는데 박영희 김복진, 다음으로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1회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그는 서무부 대표로 참석한다. 동경에서 카프 기관지 {예술운동}이 발간되자 윤기정은 이를 국내 서점에 배포하는 작업을 한다. 임화에 의하면 "당시 나는 윤기정군과 함께 조선영화예술협회에서 촬영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어떤 날, 저녁에 윤군이 커다란 뭉치를 들고 와서 동경서 나온 책이라 하면서 그날 밤으로 시내 주요 서점에 배포를 하여야 한다고 했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엇째 이상한 것이 가슴을 누르는 듯한 감"이었다고 한다. 임화도 윤기정의 조직 업무에 뒤쳐져 있었던 것이다.
조직가 윤기정은 아나키즘 예술론을 주장하는 김화산에 대하여 [<계급 예술론의 신전개>를 읽고-김화산씨에게]를 써낸다. 이 글의 논조는 김화산이 예술의 자율성을 강조한다는 점에 대해 이렇게 지적한다.

정치투쟁은 대중이 하는 것이지 문학이 하는 것이 아니다. (중략--인용자) 프롤레타리아의 문학운동이 부르조아의 의식형태와 투쟁하는 것은, 프롤레타리아 문학운동은 프롤레타리아 문학(자연생장적)과 다른 뜻을 가졌다. 프롤레타리아 문학운동이 없더라도 프롤레타리아의 문학은 있을 것이다.
윤기정은 운동으로서의 문학과 작품으로서의 문학을 구분하면서 아나키즘 예술을 비판하고 있다. 그는 카프 문학운동이 작품이 없이도 가능하다는 <운동으로서의 문학>인식에 철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념의 활성화, 현실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 프로문학운동이라면 운동을 현실화하는 조직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을 터, 윤기정은 이 문제에 대해 뚜렷한 인식을 보이고 있다.
윤기정은 [문예시평]에서 특히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한다. 그에 의하면 프로문학 반대자들이나 프로문학을 다소 지지하는 사람들조차 "작품 없는 예술운동이 무슨 운동이냐", "이론투쟁도 작품이 있어 가지고 이론투쟁이지" 라는 비판을 한다고 하면서 이는 예술운동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한다. "프로예술운동이 작품운동이 아닌 다음에야 어찌 작품만으로 운동의 본질을 삼겠는가"라고 하면서 "우리가 작품 하나만을 제작하기 위하여 부르조아 의식과 낡은 이데올로기를 극복 양기하려고 노력하는 줄로 오해하여서는 안 된다. 우리는 작품이외에도 허다한 일이 있다"고 지적한다.
윤기정은 1930년 3월, {대중공론}지상에서 카프의 재조직을 논의하였고, 이 해 4월 조선지광사에서 카프 중앙위원회를 개최하여 <조선프롤레타리아 예술동맹>에 기술부를 신설하고 그 내에 음악부, 미술부, 연극부, 영화부, 문학부 등을 두어, 윤기정은 영화부 책임자, 중앙위원회 의원을 겸임, 특히 카프의 조직부 책임자를 맡게 된다.
한편 1931년 3월 카프 서기국은 일본의 전일본 무산자 예술단체 협의회( 1931년 10월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화연맹(KOPE)로 재조직)처럼기술부의 각 부를 동맹으로 하여 각 동맹에서 2명씩의 대표가 나와 조선프롤레타리아 예술단체 협의회를 조직하려 했으나 금지되었다, 이 조직안의 계획을 보면 윤기정이 서기장 겸 영화동맹 책임자로 되어 있다.
한편 윤기정은 1931년 5월 15일 종로 중앙기독교청년회관에서 개최된 신간회 전체대회에 참가한다. 이 대회는 창립대회 이후 첫 전체대회이자 마지막 대회가 되었지만 이 대회에서 신간회 해소를 주장하는 해소파의 일원으로 참가한다. 임시집행부 선거를 통해 해소파 쪽에서 윤기정을 서기장으로 선출, 의사봉을 장악하는 데 성공하여, 신간회 해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런 특징적으로 행적으로 비추어 볼 때 윤기정은 운동조직으로서의 카프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조직운동가라고 평가할 수 있다.

4. 예술운동의 볼셰비키화와 자기비판 - 권환의 경우

윤기정이 참가하였던 신간회의 해체는 1930년 9월에 프로핀테른(적색노조 인터내셔널)서기국에서 발표한 /'/한국의 혁명적 노동조합운동의 임무에 관한 결의/'/에 자극받아 촉발되었다. 이 신간회 무용론으로 신간회가 좌익들에 의해 해체되자 카프의 2차 방향전환이 극좌적으로 수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전위의 눈으로 사물을 보라/'/와 /'/당의 문학/'/의 문학으로 요약되는 2차방향전황의 주역들은 동경에서 돌아온 안막, 김남천, 임화, 권환 등이었다.
이 가운데 특히 권환은 이 시기에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다. 권환(본명 권경완)은 1903년 경안 창원군 지전면에서 태어났다. 1922년 휘문고보를 졸업하였고 1926년 희곡 [狂]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1925년 일본 야마가타 학원을 졸업하고 경도제대 독문과에 입학 1929년 졸업한다. 아마도 우리 카프문인들 가운데 대학을 정식으로 졸업한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일 것이다. 이 떄문에 그는 문예운동 진영에 뒤늦게 가담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는 동경에서 이북만을 통해 프로예술동맹에 가입, 잡지 {무산자}에 시 [이꼴이 되다니]를 발표하기도 한다. 카프의 제 2차 방향전환에서 예술운동의 볼셰비키화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임화, 안막과 함께 카프의 중심이론분자로 떠오른다.
이때 발표한 그의 평문 [조선예술운동의 당면한 구체적 과정]은 김팔봉 류의 대중화론에 반대하면서 이 시기 예술운동의 볼셰비키화를 강조하는 논의들 가운데 대표적 글이다. 그의 이런 논의는 한편으로 [사실주의적 창작 메쏘데의 교훈]과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이 두 평문은 안막의 [조선프로예술가의 당면한 긴급한 임무] 및 [창작방법문제의 재토의를 위하여]와 정확히 대응되는 것이다. 이들과 함께 활동했던 임화, 김남천이 <물논쟁>을 거치면서 임화가 <주인공-성격-사상>이라는 본격소설로의 창방론으로, 김남천이 <세태-사실-생활>이란 방향으로 보다 구체적인 문학세계를 모색해 갔다면, 권환이나 안막의 경우는 유물변증법적 창작방법론의 세계관 편향, 정치주의 편향을 비판하고 그 창방론의 이식성을 비판하면서 리얼리즘를 옹호하는 단계를 결국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자기비판도 사실상 이식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었지만 이러한 과도한 이념적 성향과 자기비판의 과정은 다시 해방 공간의 통해 재조정되면서 남북한 문학의 원천으로 자리 잡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