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섭 수필 문학과"생활"의 의미

방민호(국민대 교수)





1. 출생과 성장

청천(聽川) 김진섭(金晋燮)은 1903년 8월 24일 전라남도 목포에서 차남으로 출생했다. 본 고향은 경상북도 안동(安東)이지만, 監理署 관리로 전근이 잦았던 부친 탓에 목포에서 태어났고 성장기 내내 전국 여러 곳에 이거해 다녀야 했다. 그는 "나는 不幸히도 故鄕에 對해서는 極히 散漫한 印象밖에 가질 수 없기 때문에 故鄕에 두고 온 이야기 亦是 記憶할 바이 없다"고 쓴 바 있다.
지금 양정중학교에 남아 있는 양정고보의 학적부 자료에 따르면 김진섭의 부친 金洛憲은 "明治七年六月十五日"(1874년 6월 15일) 생으로 身分은 "兩班", 직업은 "官吏"로 되어 있다.
그는 부친이 漢學者로 고명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하고 있는데, 이처럼 한학자로서 공무원이었던 부친의 영향력은 그의 인생관 및 수필 문학에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그의 문장은 한자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장중하면서도 리듬감 있는 문체를 구사하며 경험적 사실의 전달보다는 사색적이고 관념적인 세계를 전달하는 데 치중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한학의 영향이기도 할 것이다.
사색적인 수필에 진력한 성향으로 말미암아 많은 분량의 수필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생애를 자세하게 검토할 수 있게 해주는 글은 많지 않다.
그 가운데 몇 편의 글에 의하면, 그는 목포에서 7세까지 살다가 부친의 전근을 따라 제주도 정의(　義)로 옮아가 그곳에서 보통학교를 다녔다. 이곳에서 그의 식구는 여동생을 잃고 아들을 새로 얻어 부모 슬하 3형제가 되었다. 11세 되던 해 보통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부친은 다시 전라남도 나주(羅州)로 부임해 갔는데, 나이가 어려 고등보통학교 입학 자격이 없었던 탓에 그는 "의미 없는 세월을 세 해나" 보내야 했다. 그러나 그 자신의 고백과는 달리 이 시기에 그는 한학 등을 공부하면서 상급학교 진학 준비를 했으리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이후 그는 1916년에 부모님을 따라 상경하면서 양정고보(養正高普)에 입학하여 1920년에 동교를 졸업했다. 양정고보 학적부 자료에 따르면 김진섭은 大正 五午 四月 十日(1916년)에 입학하여 大正 九年(1920년)에 졸업한 것으로 되어 있다. 양정고보에서 성적은 상등에 속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나중에 그 자신은 특히 수반(數盤)에 실력이 있었다고 술회하고 있지만, 학적부상에 수반(數盤)이라는 학과목은 없고 다만 數學에서 1학년 때 9점을 받은 것이 3학년 때 地理에서 9점을 받은 것과 함께 그의 최고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1921년 9월에 일본 도쿄로 건너가 호오세이대학[法政大學] 전문부 법과에 보궐 입학하여 1년 수학 후 예과(豫科)로 전학, 과정을 마치고는 독문학과(獨文學科)를 선택, 24세가 되던 1927년 3월에 대학을 졸업하고 귀국한다.

2. 일본유학과 해외문학파 활동

일본 수학 시절 김진섭이 『海外文學』발간에 관계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異河潤, 金晋燮, 洪在範, 孫宇聲, 李瑄根, 金明　, 鄭寅燮, 金　과 李軒求 등으로 구성된 해외문학파는 재 동경 유학생들로 이루어진 외국문학연구회(1925년 결성)에서 출발하여, "新文學의 創設은 外國文學 輸入으로 그 記錄을 비롯한다"는 문제의식에 입각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외국문학 수용을 목표로 활동한 일군의 문학인들이었다. 김용직은 이러한 해외문학파의 성격을 산문문학에 대한 경원현상과 진보주의, 즉 "상아탑의 고고성과 진보주의적 단면"으로 정리하고 있는데, 이때 김진섭은 「表現主義文學論」를 소개한 데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해외문학파의 "새 것을 추구하려는 경향"을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헌구는 일찍이 해외문학파의 성립 배경을 두 가지로 요약한 바 있다.그 첫째는 시대의 사회사상사 및 문예사상사의 측면에서 1926년의 중요성이다. 당시는 신흥문예운동이 급격한 대두를 보고 있었던 때인데, 이러한 운동은 이론만으로 성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민중심에 젖고 그 사회 그 자신이 좀더 겸손하고도 광범한 문학의 이해와 교양을 부여하는 근본적 운동"이 있어야 했다. 즉 "프로 문예와 같이 특수한 시대성을 띄인 문예발생 이전의 준비기로 또 계몽적 의미에서 이데올로기만이 아니요 그도 내포하는 외국문학의 충분한 조선적 소화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러한 시대에 있어 東京의 의미다. 이헌구에 의하면 조선의 문예운동은 東京을 떠나서 독자적인 활동을 벌여온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東京은 朝鮮文學의 第二産母요 溫床이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東京에서 이루어진 해외문학파의 활동은 조선문예의 원대한 건설을 위하여 새로운 의도와 계획을 가지고 새로운 외국문학 소개 연구의 필요성을 부르짖은 사건이었다.
이러한 이헌구의 지적은 해외문학파의 성립이 1920년대 후반경 조선문학에 급격히 대두하고 있던 신경향파 및 프로문학을 대타화한 소산이었음을 시사한다. 그들에 따르면 해외문학파에게 있어 조선의 근대문학은 외국문학의 정확하고도 풍부한 이해 없이는 정당하게 수립될 수 없는 것이며, 그런 한에서 자신들은 성급한 실천적 목적에 경사된 신경향파 및 프로문학인들보다 지성적일 뿐더러 선진적이라는 자부심을 공유하고 있었다.
김진섭은 이와 같은 지적 분위기 및 자긍심 속에서 도쿄 유학 생활을 이어갔다. 본래 그는 담배와 술을 무척 즐기는 사람이었다. 끽연의 습관은 일찍이 7세 무렵 목포에 거주할 때 김진섭 형제를 극진히 사랑해 주던 이웃집의 젊은 아낙네로부터 배운 이래 지속되었고, 도쿄 유학생활 이래 음주벽은 하나의 생활이었다. 수필「酒中交友錄」(『조광』, 1939.9-1940.1.)에 따르면 그는 土水 황병규(화가, 동경미술학교에 유학), 李洪直, 손경수, 유봉열, 권진충 등과 교우했고, "一升會라는 기이한 飮酒團體"까지 만들어 어울렸으며, 해외문학파의 구성원들과의 우정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형성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의 일절이 이를 가늠케 해준다.

… 東京의 學窓生活에서 얻은 또한쪼각의 甘美한 追憶은 神樂坂의 中腹 한구석에 검게 서 있는 절깐 聖高院 一室에서의 사랑할 會飮이니 여기는 老大學生이요 哲學者인 洪일오가 自炊를 하고있었든데 나는 學友인 孫우성 異하윤 張기제 李홍직 等의 諸君과 같이 種種 이곧에 모여 老大學生의 名料理인 「콘·비-푸」制의 장국을 안주로 술을 마시면서 朝鮮을 말하고 人生을 論하고 哲學文學을 이야기하곤 했다.

이러한 생활은 서울로 돌아온 이후에도 얼마간 지속되었다. 그는 도쿄 시절 후배 勸진충과 재회하여 서울 제동(齊洞) 60번지에서 함께 하숙하면서 손우성을 받아들여 한동안 도쿄 유학시절의 분위기를 이어갔다. 정인섭과 이헌구도 이 하숙에 잠시 머물렀던 것으로 보아 해외문학파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외국문학의 수용을 표방하고 있었음에도 그와 같은 친밀한 유대관계에 기초한 딜레탕티즘을 바탕으로 성립된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딜레탕티즘의 요소는 도쿄에서 돌아온 손우성이 仁義町에 있던 專賣局에 다니면서 그 자신이 학문으로써 조선에 용납되지 못하고 담배장사의 품팔이로 동원된 것을 자조했던 것이나, 김진섭 자신이 공부를 더 해보겠다고 취직한 京城帝大 圖書館의 촉탁으로 분잡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우리에게는 아모것도 希望은 없다 하는 强烈한 意識 때문에 妨害가 되어 冊을 볼 생각같은 것은 全然 소사나지를 않었고 冊이라면 나는 이때부터 나의 조고만 藏書를 冊肆에다 一部分式 典執하여 모자라는 술갑에 充當하는 버릇을 實行하기 시작했"다는 고백에서도 확인된다.



3. 극예술연구회와 『문예월간』을 통한 활동

김진섭은 제동에서의 1년여 하숙생활 와중이었던 1928년경에 도서관에 취직함으로써 "『비불리오테커-』"의 삶을 이어가는 한편으로 서항석, 이헌구, 유치진 등과 함께 극예술연구회를 조직하였다.
극예술연구회는 1931년경 유치진, 이하윤, 장기제, 정인섭, 최정우 등의 영문학 전공자, 김진섭, 서항석, 조희순 등의 독문학 전공자, 불문학을 전공한 이헌구, 러시아문학을 전공한 함대훈 등에 의해 결성되었다. 1931년 7월 8일에 결성된 극예술연구회는 1939년 5월 13일까지 오랫동안 지속된 연극단체다. 이러한 극예술연구회와 해외문학파의 직접적인 관계는 그 구성원들의 면면, 이헌구와 김광섭 등에 의해 개진된 /'/번역극 위주론/'/, 특히 극예술연구회 1기에 두드러진 압도적인 번역극 공연 비중 등을 통해 확인된다. 극예술연구회는 서양문학의 직접적인 번역 및 수용이 조선 근대문학의 올바른 성립과 전개에 있어 결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해외문학파의 문제의식의 연장선에서 결성되어 활동하기 시작한 단체였다.
김진섭이 이러한 극예술연구회의 활동에 적극적인 의의를 부여하고 있었음은 "무어라하야도 一九三一年의 劇界에서 우리에게 그 將來를 囑望케하는 意味에 잇서서 더욱 주목되는 바 一劇團이 잇스니 그것은 곳 劇藝術硏究會와 밋 그 全屬劇團 『實驗劇場』에 달음업다. 그들은 그일음이 잘 그 　을 表示함과 가티 『硏究』와 『實驗』을 가지고 在來의 朝鮮劇團에 對하야 全然 새로운 意味의 劇을 創造하랴는 劇의 使徒이다."라고 고창한 것을 통해서 확인된다. 또한 그는 특히 조선극장에서 1932년 6월 28일부터 30일에 걸쳐 있었던 극예술 연구회의 2회 공연 가운데 괴링의 표현주의극 『해전』 상연에 관련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작품을 번역한 이는 조희순이지만, 무엇보다 김진섭 자신이 『해외문학』에 「표현주의문학론」을 소개했던 장본인이었던 까닭이다.
『해전』은 "극연 해외문학파의 딜레땅트적인 교양 취미가 잘 드러나는" 작품 가운데 하나로 극예술연구회 제1기의 해외문학파적 경향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되는 바, 이는 곧 김진섭 문학론의 내재적 성격이기도 했다. 여타의 서구문학에 비해 독문학은 극문학으로 대변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극문학의 융성을 이룬 문학이었으므로 김진섭이 독일의 현대극에 관심을 갖고 이를 실제적인 활동으로 연결시키고자 했던 것은 자연스럽다.
『해전』은 비록 일본의 築地小劇場 창립공연 작품으로 1924년 6월경에 공연된 바 있는 작품이고, 이 무렵에 이미 독일의 표현주의는 퇴조 기미를 보이고 있었던 만큼 그보다 8년이나 늦게 조선에서 이를 /'/재상연/'/한다는 것은 엄정한 의미에서 첨단적이라고도, 새롭다고도 할 수 없지만, 김진섭은 그와 같은 방식의 해외문학 수용에서 조선문학이 세계적 동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았을 것이다.
해외문학파의 활동무대가 한편에서는 극예술연구회였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문예월간』이었다. 1931년 11월에 창간된 이 순문예잡지의 편집 겸 발행인은 박용철이었으나 그 내용은 이 잡지가 해외문학파의 자장 아래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여기서 이하윤은 조선문학을 세계문학의 견지에서 볼 것을 주장하는 창간사를 쓰고 있고, 김진섭은 자신의 문학관을 우회적으로 옹호하는「文學의 進步退步」를 발표하고 있다. 또한 도쿄제대 문학부에 다니며 『해외문학』2호에 관여했고, 김진섭과 교유가 깊었던 咸逸敦이 「九月 創作評」을 씀으로써 혹평을 받은 채만식과 논쟁을 치르게 된다. 이헌구는 「不運의 女詩人 데보르드 · 　모-르」를 발표하면서 그녀의 시를 번역 · 소개하고 있음을 볼 수 있고, 이러한 譯詩欄과 해외문예소식란 등도 이 잡지가 해외문학파의 활동무대였음을 말해준다.
여기서 특기할 만한 것은 이 창간호에서 김진섭이 문학은 진보한다는 요지의 평론으로 표현주의문학론에 기울어 있는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文學에 잇서서의 進步는 그것이 科學에 잇슴과 가치 認識의 前段階가 認識의 後段階에 依하야 克服되는 밧속에도 잇지 아니하며 　는 一의 時代가 他時代에 對比하야 보담 完全하다는것속에도 　는 一의 傑作이 다른 藝術品보담 高貴하다는 事實속에도 勿論 잇지 아니하다. 文學에 잇서서는 이리하야 嚴密한 意味의 進步가 잇지 아니하고 오즉 發展的 意味의 增添이 存在할 　이다.… 이와 가티 限업시 膨大하여가는 過程이다. 그리하야 十九世紀에 대한 二十世紀의 文學的 進步란 잇지 아니하나 二十世紀 그것의 文學的 進步는 否定될 수업는 事實로서 存在한다. 그것은 다름아니라 豊富化에 의한 進步임을 意味한다. 恒常 새로히 幾多의 世界, 幾多의 運命, 幾多의 性格, 幾多의 靈魂은 새 藝術家의 손에서 詩化됨으로의하야 文學으로서의 生命은 附與되며 持續되는 것이다.

새로운 것의 출현에 의한 풍부화로 요약되는 그의 문학 진보 관념은 계몽주의자 및 좌익 진보주의자의 문학 발전관을 회피하면서도 표현주의 문학론 등 첨단적이고 당대적인 외국문학의 수용에 진력해 온 자신의 작업을 정당화한 논리였다.
그러나 난점은 없지 않았을 것이다. 표현주의 및 표현주의 연극은 당대 독일의 유행사조를 이루고 있었으나 그것이 곧 당대 조선의 문학 조류가 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김진섭의 관심과 작업은 /'/절박한/'/ 문학 현실과는 다소 거리를 둔 취미 내지 교양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던 까닭이다.
당대 조선의 문학 현실과 해외문학파의 서양 문학 수용 사이에 가로놓인 간극은 컸고, 이러한 거리를 뛰어넘어 그들의 문학적 작업이 보다 큰 현실성을 확보할 수 있기 위해서는 소개하고 번역하고 수용한 것을 주체화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는 일본 도쿄의 대학 울타리 속에서 학문 내지 교양의 수준에서 문학에 접근해 간 그들에게는 커다란 난제였을 것이다.
그들은 이광수, 김동인, 염상섭 등의 선배들과 같은 절박한 사명감을 확보할 수는 없는 세대에 속해 있었고, 그렇다고 해서 신경향파 및 카프 문학인들처럼 현실을 바꾸려는 /'/행동/'/에 뛰어들 수도 없는 교양인이었다. 이러한 현실과의 거리는, 극예술연구회가 해외문학파를 주축으로 한 /'/연구부/'/와, 공연 중심의 /'/실천부/'/ 사이의 갈등을 축으로 제2기로 넘어간 점이라든가, 『해외문학』, 『문예월간』등의 실험이 단명한 점에서도 엿보인다.
김진섭의 경우에 그와 같은 괴리는 더 컸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의 표현주의문학론은 사회운동의 발흥과 맞물린 정론적인 문학의 시대였던 1920년대 후반과 1930년대 초엽의 조선문단에서는 다다이즘만큼이나 착근되기 어려운 유행사조였고, 따라서 그는 그 자신의 문학적 진로를 두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4. 수필을 향한 길

김진섭이 수필을 쓰기 시작한 때가 언제인가에 대해서 아직까지 주밀하게 검토된 적은 없고, 신문이나 잡지에 단문으로 수록되기 쉬운 수필의 성격상 최초의 수필을 찾아내는 일도 쉽지 않다.
최근에 논자가 검색해 본 바에 의하면 그가 조선일보에 기고한 최초의 수필은 「서울 情調」(1932.1.1.)였다. 또한 『1930년대 한국문예비평자료집』(한일문화사)에 따르면 그가 신문에 기고한 최초의 수필은 「人間美學論」(『중외일보』, 1930.5.10.)이었다. 또한 동아일보에서 검색이 가능한 1920년부터 1931년 사이에 그가 수필을 썼다는 기록은 없었다.
따라서 김진섭이 수필을 활발하게 발표하기 시작한 때는 그가 도서관의 촉탁으로 근무하게 된 후, 그리고 그가 한편으로는 예술연구회에 관계하고 한편으로는 『문예월간』 등을 통해 기고활동을 벌이게 된 시점과 맞물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에 관해서 잠시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을 듯하다. 여기서는 이를 김진섭이 관심을 표방했던 표현주의문학론 및 김진섭 자신의 딜레탕티즘 경향과의 관련 속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해외문학』 창간호에 발표한 그의 「표현주의문학론」에 의하면 독일 문학사상의 표현주의는 인상주의와 자연주의에 대립하면서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表現主義 藝術은 實로 印象主義 乃至 自然主義의 末擲에 비롯한다. 그것이 그의 第一步다. 藝術은 模倣이란 古代希臘 以來의 羅典的 傳統에 對한 抗議에 그것은 出發한다. 다시 말하면 藝術 對象이 新興의 客體的 現實의 充實한 模倣이며 描寫이며 　 그것으로부터의 印象의 再現이라 하야 오작 自然의 接近과 相似에 全心全力하는 過去 藝術의 外象에 對한 感覺主義 乃至 그 感覺에 依한 直觀主義를 一擧에 拒否하고 客觀의 無意味한 暴威로부터 蟬脫하야 우리의 가장 本質的인 것(Das Wesentliche) 則 主觀의 表出을 高調하며 自然主義 詩人의게 冷遇를 받든 精神(Geist)과 靈魂(Seele)의 서부리미티-를 樹立하랴는 것이다.

김진섭에 따르면 표현주의는 모방 내지 묘사를 위주로 한 서양예술의 전통에 반하여, 또한 자연에의 접근과 그것에 근접한 표현을 기준으로 삼는 예술론에서 벗어나 "주관의 표출"을 지향하는 예술론이며, 특히 "정신과 영혼의 서부리미티-"를 수립하고자 하는 예술론이다. 그러한 표현주의가 조형예술 및 연극운동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은 물론이므로 김진섭이 극예술연구회의 구성원으로 독일 표현주의 연극을 수용한 것은 근거가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연극운동이 그러한 번역극에 만족하지 못할 때, 문학에서도 표현을 얻지 못한 그의 문학이념은 어떤 방식으로든 약화, 퇴화하거나 순치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때 수필은 표현주의 문학론의 반예술적, 전위적 측면은 /'/버리되/'/, 주관의 원리는 보존하는 글쓰기 방식으로 성립할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 김진섭 문학의 딜레탕티즘 경향과 관련하여. 본래 김진섭은 "우리 文壇의 現狀維持, 우리 文壇의 發育不能은 … 그 伸長과 向上을 沮害하는 唯一 最恐의 事는 … 우리 朝鮮에서만 唯獨히 볼수잇는 『딀랫탠틔즘』그 者에 달음업다"라면서 조선문단의 고질적인 딜레탕티즘을 날카롭게 비판한 사람이었다.
그에 따르면 조선문단은 저널리즘에 의해서도, 돈에 의해서도 움직이지 않고 오로지 "文學愛好性이, 그나마도 冷却한 文學愛好性이 奇怪한 形式에 잇서서 利用됨으로 의하야 文壇은, 아니 文壇이란 假名만이 維持되야 나아갈 수 잇슬 　"이다. 저널리즘이나 돈이 아니라 취미 내지 아마추어리즘으로서의 문학 애호가 문단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조선문단은 "호올로 超生活的"이다. "生活에 對한 保證이 업고 生存競爭이 全無한 朝鮮文壇에서는 嚴密한 意味의 作家的 精進이 成立할 수 업"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비판은 1931년의 시점에서 볼 때 매우 날카로운 것이지만, 반대로 문학이 아니라 취직을 통해 생활의 물자를 얻는다 해서 그것으로 수준 높은 문학 활동이 보증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1928년경부터 /'/생활인/'/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었던 그는 또다른 의미의 딜레탕티즘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이후 그가 평론집에 해당하는『敎養의 文學』(조선공업문화사, 1950)을 펴내면서「自序」에서 "이 冊은 勿論 골똘한 硏究의 結果가 아니요 文字 그대로 散策의 所感이니 더 좀 길게 題한다면 一文學愛好者의 飄蕩한 記錄物"이라고 한 것과 정확하게 통한다. 그는 일제말기까지 도서관 직원으로 머무르면서 그 자신이 비판해 마지 않았던 "文學愛好者"의 길을 걸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시사적인 것은 그의 수필론이다. 그가 수필 장르에 관해서 그 성격을 논한 글로 기록에 남아 있는 것은「隨筆文學에 對하야」(대담,『조선일보』, 1938.1.1.),「隨筆의 文學的 領域」(『동아일보』,1939.3.14.23.),「隨筆小論」(『태양신문』,1949.10.26-28.) 등이다. 이러한 글이 대개 1930년대 말 이후에나 씌어졌다는 사실은 그가 처음부터 수필 장르의 특성을 의식한 가운데 수필을 쓴 것이 아니라는 것, 그의 수필론이 선험적인 장르론이라기보다는 경험적인 방법론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수필은 생활인으로서, 교양과 취미의 차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문학적 삶을 살아간 김진섭의 면모에 가장 잘 어울리는 문학 장르였다.

5. 수필론의 정립과 시대와의 거리

1938년경 내지 1939년경이 되면 김진섭의 수필은 하나의 문학적 행위로 인식되기에 이른 듯하다. 1938년 새해를 맞아 『조선일보』는 이헌구와 김진섭에게 수필에 관한 대담을 청탁했는데, 이때 이헌구는 수필가로서 김진섭을 인터뷰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1939년에는 『동아일보』가 그에게 비교적 장문의 수필론을 요청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즈음에 이르러 김진섭은 한 사람의 스타일리스트로 부각되기에 이른 것인데, 이러한 수필 논의의 배경에는 "作家가 評論家가 모두 隨筆로 쏠리는 傾向"이 자리잡고 있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 1930년대 말에 이르면 임화와 같은 비평가도 수필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이광수는「　庄記」(『문장』,1939.9.)와 「亂啼烏」(『문장』, 1940.2.)에 이르러 수필이나 다름없는 사소설을 쓰게 되고 채만식 같은 작가는 이른바 "사소설"로 쓴 「집」(『춘추』, 1941.6.)과 수필로 쓴「安養卜居記」(『매일신보』, 1940.6.5-810-11.), 마찬가지로「揷話」(『조광』,1942.7.)와 「주택」(매일신보, 1941.3.6-7,14,22.) 사이의 병렬 현상이 보여주듯이 수필을 강력한 자기표현 수단으로 간주하기에 이른다. 이태준이나 한설야의 경우에도 소설이라는 의장을 포기하지는 않지만 현저히 수필에 가까운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수필과 1930년대 말이라는 시대의 관계 양상은 이 즈음에 다량으로 등장하는 /'/조선적인/'/ 사소설 양식과 관련하여 탐구해 볼만한 주제라 할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시대적 관련성에도 불구하고 김진섭의 수필론은, 그 자신의 오랜 문학적 관심사로서 주관 표출 내지 자기표현이라는 명제에 의존해 있다는 점이다. 이헌구와 대담을 하는 자리에서 그는 "自己가 가질 수 잇는 知識이 人間에 對한 興味에 따라서 小說家와 가티 사람을 創造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을 自己의 主觀에 의해서 볼 때에 거기 여러가지 種類의 글이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서 나오는 글을 隨筆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여 수필을 주관의 원리에 의해 형성되는 양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약 1년 뒤에 발표되는「隨筆의 文學的 領域」에 이르면 보다 분명한 형태로 정식화되어 표현된다.

隨筆에 있어서 重要한 特徵이 되는 것은 숨김없이 自己를 말한다는 것과 人生事象에 對한 傍觀的 態度, 이 두 가지에 잇을 따름이오 이것만을 基礎로 삼고 붓을 고요히 들매 題目 如何는 무를 必要가 없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그에 따르면 수필이란 인생사에 대한 "방관적 태도"로 "숨김없이 자기를 말"하는 행위다. 이때 전자는 그의 딜레탕티즘을, 후자는 표현주의문학론 이래 지속되어 온 주관의 원리에 대한 관심을 가리키고 있다고 해석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리하여 그는 당대를 특징짓는 "소설의 수필화" 현상에 대해서도 시대적 특수성을 비교적 가볍게 지나치면서 수필 장르의 자기표현 능력을 강조하는 데로 나아간다.

小說의 隨筆化는 評家들이 指摘하던 바와 같이 奄然한 文學的 事實로서 그것이 傾向으로서 좋고 나쁜 것은 나의 알바 아니니 말함을 避하거니와 隨筆의 魅力은 自己를 말한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 그리고 作家 自身도 虛構와 假作의 世界에서 腦漿을 짜는 거짓된 슬픔보담은 自己身邊과 心鏡을 아울러 告白하는 참된 기쁨에 醉하고 싶은 傾向이 濃厚해진 것은 아닐까.

이처럼 김진섭에 의해서 수필은 "자기 신변과 심경을 아울러 고백하는" 데 있어 형식적 의장을 걸친 소설보다 본질적으로 우월한 장르로 이해된다. 소설의 수필화 현상은 1930년대 말이라는 특수한 역사적 상황과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표현함에서 수필이 갖는 장점 때문이다.
그가 해방 후에 발표한 「隨筆小論」은 「수필의 문학적 영역」을 다시 한 번 게재한 것에 가까운 글이므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가 이러한 수필론에 첨삭을 가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처럼 시대의 추이와 상관없이 장르의 본질을 들어 수필의 가치를 논할 수 있음이야말로 김진섭의 수필론이 지닌 독특한 성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도서관 촉탁으로서의 생활은 대체로 이 땅에서 일제가 물러날 때까지 계속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연보에 의하면 그는 1945년경에 경성방송국에 근무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그 이상의 기록은 현재로서는 발견치 못하였다.
이 연보에 의하면 해방 후 그는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장, 서울대 및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인생예찬』(동방문화사, 1947), 『생활인의 철학』(선문사, 1948), 『교양의 문학』(조선공업문화사, 1950) 등을 잇따라 간행하면서 그의 인생 여정 가운데 가장 활발한 활동 및 변화를 보여준다. 또한 이 시기에 그는 좌익 문학인 중심의 조선문화건설 중앙협의회에 대응하여 1945년 9월 8일에 결성된 조선문화협회의 발족에 간여하고, 나아가 조선문학가동맹에 대항하면서 1946년 3월 13일에 결성된 전조선문필가협회 발족에도 간여하였다.
그러나 결성 직후 중앙문화협회로 개칭한 조선문화협회나, 전조선문필가협회는 민족문학파와 해외문학파 문학인들이 중심을 이룬 조직이었던 만큼 김진섭이 그와 같은 조직활동에 합류한 것은 특기할 만한 일이라 할 수 없다. 또한 해방에서 1950년 한국전쟁에 이르는 동안 김진섭은 이렇다 할 평론활동을 펼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수필집을 잇따라 간행하면서도 실제 문학활동과는 거리를 두었음은 김진섭이 그의 수필론이 말해주듯 "人生事象에 對한 傍觀的 態度"를 견지하면서 "自己를 말한다는 것"에 몰두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시대의 추이에 거리를 두는, 비교적 초연한 태도를 유지한 그가 한국전쟁 초입이었던 1950년 7월 납치된 후 생사불명이 된 것은 하나의 아이러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6. "생활"의 의미

그러한 김진섭의 수필에서 각별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생활"의 개념이다.일찍이 이를 갈파한 박종화는 수필가로서의 김진섭을 매우 적절하게 다음과 같이 평가해 놓았다.

廳川 金晋燮은 생활의 품에서 思念의 날개를 편다. 그러나 결국 그는 능변의 形而上學者가 아니라, 신성한 思念의 조각가다. 생활이념을 갈고 닦으며 조각하되, 思考의 거점을 언제나 생활 자체에 두기 때문이다. 일상생활 문제에 집착할수록 隨筆 아닌 身邊雜記에 떨어지기 쉬운 우리의 불행한 풍속을 염두에 두면, 廳川의 수필은 확실히 예외적인 경이의 존재다. 그것은 무엇 때문이냐? 철학의 빈곤을 훨씬 극복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는 자세가 결코 안이한 타성에 젖어들지 않기에 그렇다. 廳川은 세속적인 생활현상을 기꺼이 소재로 선택하면서도 알뜰한 思考의 건축물을 쌓아올린다. 참으로 묘한 조화며 멋진 균형이다.

박종화가 명쾌하게 요약한 바와 같이, 김진섭 수필의 독자들은 그의 글에서 "생활"을 "사념"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생활의 구도자를 면대하게 된다. 김진섭은 일생 동안 딜레탕티즘으로서의 수필에 진력했으나 그 소재이자 주제가 된 "생활"에 대해서는 결코 딜레탕트가 될 수 없었다. 그와 함께 해외문학파로서 활동했던 이하윤이 그려낸 김진섭의 풍모는 그가 경건한 생활자 그 자체였음을 알게 해 준다.

그러나 우리가 驚歎하여 마지 않을 또 하나의 事實은 그 어려운 學費로 이처럼 書籍의 購入과 酒代의 辨通만이 아니라 服裝의 端正에 留意하는 點이라 하겠으며, 또 그의 整理에 따르는 淸潔의 癖은 가히 讚賞할 만하였다.
그리하여 그가 愛用하는 原稿用紙에서부터 펜과 잉크는 물론이거니와, 原稿의 筆致에 이르기까지 알뜰하고 品位있는 것들, 그의 머리는 항상 整頓되어 있었음을 窺知할 수 있었으니, 비록 그가 에피큐리언을 自處하기도 하였으며, 痛飮 뒤에 오는 脫線도 적지 않았으나, 寡默과 愼重으로 一貫하는 그의 生活哲學엔 微動도 없었던 것이다.

이하윤의 기억에 비친 김진섭은 다소 애주벽이 없지 않았으나 그것조차 포함한 생활의 모든 부면에서 정갈하고 진지하고 사색적인 태도를 유지한 인물이다. 그의 수필은 이러한 태도의 소산이자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수필은 "생활"을 철학의 차원에까지 끌어올린 하나의 경지를 이루고 있으니, "생활"은 김진섭 수필의 요체이자 본령이었다.
그와 같은 태도를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것이 바로 두 번째 수필집의 표제를 이루고 있는 수필 「생활인의 철학」이다. 여기서 그는 "철학자에게 철학이 필요한 것과 같이 俗人에게도 철학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또한 "생활인으로서 나에게는 필부필부의 생활체험에서 우러난 소박 진실한 眼識이 고명한 철학자의 난해한 七封印의 書보다는 훨씬 맛이 있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는 "생활"이야말로 진정한 "眼識", 즉 "叡智"를 낳을 수 있는 진정한 원천이라고 생각하는 셈이 된다.
「생활인의 철학」이 "생활"에서 배태된 철학의 가치를 강조한 글이라면 첫 번째 평론집에 게재된 「生活의 享樂」은 "생활" 그 자체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고 있어 중요하다. 여기서 그는 "생활의 『딜렛탄트』"는 "생활의 향락"이라는 말의 뜻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으리라면서 "생활"을 "향락"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해 나간다. 당연히, 그 뜻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생활"의 의미를 얻지 않으면 안 된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이 타고난 活力을 萎縮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恒常 世上의 風波에 摩擦을 當해야 함은 勿論이오 또 우리는 生活의 目的이 生活하는 것, 그 自體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運動하고, 成長하고 戰鬪하는 것이 곧 生活의 目的이 됨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生活의 目的이 生活하는 것, 그 自體에 있다는 것"이라는 명제는 김진섭 수필의 근저에 놓인 관점으로 보인다. "생활"의 목적이 "생활하는 것"에 있음은 한 유기체로서 사람의 사람됨을 절대적으로 긍정한 것으로서, 이를 통해서 그는 인간 존재를 온갖 초역사적 실체 내지 본질로서 자연 및 우주에 연결시킨다. /'/頌/'/ 또는 /'/讚/'/이라는 접미사를 붙인 그의 많은 수필들, 즉 「母頌論」, 「倦怠禮讚」, 「雨訟」, 「酒讚」, 「催淚訟」, 「梅花讚」, 「종이訟」등은 그러한 차원에서 씌어진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김진섭에게 있어 "생활"은 시대를 우회하면서 인생을 초역사적인 실체 내지 본질로서의 자연 및 우주에 연결시켜 주는 매개 개념이다. 그로써 "생활"은 초역사적인 통찰을 요하는 삶의 대주제가 된다. 그는 이러한 "생활"에의 사색을 통해 일제 말에서 해방과 분단으로 이어진 격변기와 간극을 유지하면서 인생론적인 수필의 길을 개척해 나갔던 것이다. 사람의 삶을 생명의 차원으로 환원함으로써 그것에 대한 생생하면서도 풍부한 사색을 가능케 하는 개념이 곧 "생활"이었다. 그렇다면 "달기도 하고 쓰기도 한 모든 體驗 속에서 우리가 한 個의 深刻한 智慧를 導出하는 同時에 그 奧妙한 甘汁을 攝取할 줄 아는 孤獨한 技巧"로서의 "生活術"이야말로 김진섭의 삶과 그의 수필 문학의 요체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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