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철폐!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위한 전국작가대회]


■ 일시 : 2004년 10월 9일(토) 18:30~21:00
■ 장소 :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 주관 : 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위원장 / 이인휘, 오수연)
■ 주최 :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 염무웅, 사무총장 / 김형수)
■ 후원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 한겨레신문사 / 프레시안 / 오마이뉴스 / MBC노동조합

▶ 6시 30분~7시 / 철폐 격문 쓰기
두루마리 프랭카드(20m짜리)에 작가들이 보안법 철폐를 촉구하는 격문을 썼습니다. 시민들도 썼습니다. 어린아이들도 썼습니다.

▶ 7시 10분경 / 행사 시작(사회-문동만)
*염무웅---대회사
*남정현---대표발언
*오봉옥---대표발언
*네르기--- 아리랑, 몽골 노래
*강신애--- 김남주 시 낭송
*안상학--- 이광웅 시 낭송
*손병휘---노래
*김형수, 고규태, 김해화---창작 시 낭송
*우리나라---노래
*최자웅, 박남준, 박영희---창작 시 낭송
*이재무---국보 조시 낭독
*오수연---작가선언문 발표
*이삼열---진혼굿

▶9시 30분 이후 / 뒷풀이


<첨부1-대회 동영상(진보영상)>




<첨부2-대회 동영상(onbook.tv)>





<첨부3-사진(김인호)>



























<첨부4-낭송시>

너는 죽어 티끌로라도 오지 말아라

이재무

태어나 한 일이라곤 죄 없는 사람 데려다 팬 일과
주리 튼 일과 전기로 살갗 지지는 일과 사흘 밤낮
잠 빼앗는 일과 방 훔치고 난 걸레처럼 육신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물 먹이는 일과
절벽에서 저수지에서 최전방 병영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감쪽같이 죽여 없애는 일을
그 무슨 자랑인 냥 생의 주어진 의무로 알고 살아왔던
너를 민주와 자유와 평화의 이름으로 처단하노라
애초에 너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53년생 분단조국의
사생아로 태어난 너는 사람들의 영혼에 그늘을
드리우고 양심을 파먹더니 프랑케슈타인 괴물이 되어
입에 재갈 물리고 귀에 말뚝 박더니 아아 그러고도
성 안 차 제자가 스승을, 아들이 아버지를, 후배가 선배를,
장사꾼이 장사꾼을 의심하도록 부추켜 왔다 네가 말하는 반공은
분열과 증오와 적대감이 전부라서 한민족 공동체를 말해도
이적, 가난한 이웃 연민해도 이적, 나이 어린
노동자 못 살겠다 구호 외쳐도 이적, 시인이나
작가 농민의 아픔을 울었다고 이적, 학생들
나라에서 금한 책 읽었다고 이적, 목사 신부 승려
구국 기도회 올렸다고 이적, 술 취한 영세농 홧김에
나라 욕 했다고 이적, 사범 갓 졸업한 여선생
눈 초롱한 아이들에게 이북에도 우리와 같은 얼굴
살고 있다, 눈물 글썽였다고 이적,
제주 4.3 말했다고 이적, 80년 광주 말했다고 이적,
함부로 눈 치켜떴다고 이적, 묻는 말에 대답 없다고 이적,
대중 가사 불온하다고 이적, 붉은 옷 입었다고 이적,
벌건 대낮 혼자서 산에 올랐다고 이적,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시와 소설 읽었다고 이적,
이적, 이적, 이적, 이적.....
눈 떠도 이적, 눈 감아도 이적
네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동안 온 세상은 오직 불신과 이적뿐이었다.
이적으로 서울과 지방이 갈라지고 경상도와 전라도가 갈라지고
강남과 강북이 갈라지고 자본가와 노동자가 갈라지고
스승과 제자가 갈라지고 친구와 친구가 갈라지고 마침내 내가 나와 갈라졌다
태어나 네가 한 일이라곤 감시와 처벌밖에 없었다
한 나라의 온 백성 단 하나만의 이념의 울타리에 가두고
굴종과 수모 강요한 너는 무소불위의 채찍으로
양심 때리고 패고 죽여 왔다 상상력과 창조 고사시켰다
네가 죽인 양심들 기억하느냐 장준하, 최종천, 문익환, 김지하, 김남주 이광웅 ....
네가 치는 촘촘한 그물 벗어난 자는 아무도 없었다
사무실에서 교실에서 거리에서 공원에서 찻집에서
너는 우리를 환자로 만들었다
우리는 한없이 왜소해지고 초라해지고 작아졌다
네 청각은 박쥐보다도 날렵해서
우리는 자는 동안에도 스스로 잠꼬대를 두려워해야 했다
너의 의심은 의처증 환자보다도 더 집요하고
끈질겨서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았다
하지만 너는 정작 명분과 달리 나라의 보안보다도
부패한 정권을 위해
나라의 살림보다도 불량한 극소수 부자들만의 살림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아왔다
태어나 한 일이라곤 사람을 의심하여 데려다 패고 죽이고
억지 조작으로 간첩 만들어 죄명 씌운 일밖에 없는 너를
사람들은 악마라고 부른다
음지에 살면서 차가운 뱀의 등껍질 같은 촉수
바깥세상까지 드리우던 등골 오싹한 너의 음모
사람들은 너를 악법이라 말한다
이제 죄 없는 사람 가두고 죽이는 악법은 사라져야 한다
누구도 너의 만행 용서하지 않는다
너를 겨레의 이름으로 민족의 이름으로 처단하노니
죽어서 다시는 이 땅에 티끌조차라도 오지 말아라
네가 남긴 상처 우리는 아직 더 앓아야 할 것이니
그 아픔 다 아문 뒤에도 너를, 너를 끝내 잊지 않을 것이니
죽어서 다시는 이 땅에 티끌조차라도 오지 말아라.


그 놈이 있다

김해화

바람이 잦은 나라
태풍은 남태평양에서 불어온다
황새바람은 중국에서 불어오지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북풍한설도 있어

그런데 쑥
슬그머니 슬그머니 불어온 바람이 있다
친일 반민족으로부터 불어온
반공이라는 바람
그 바람을 타고 그 놈이 왔다

소작농 아버지는 지리산으로 가고
어머니는 혼자 남았다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그 놈이 있다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과
남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
그 놈이 있다
마을과 마을
도시와 도시 사이에 그 놈이 있다
콜레라 균처럼 에이즈 바이러스처럼
잠복기간도 없이
어머니 아버지 다녀오겠습니다
절하고 간 아들 딸들을
어미와 아비에게 방패와 총칼을 휘두르는
패륜아로 만드는 놈
꽃다운 누이의 가슴을 난도질하고
아우의 심장을 겨누어 방아쇠를 당기는
사람 백정으로 만드는 놈
아직도 그 놈이 있다
국가보안법이 있다


기러기 소식 -들꽃, 강물 그리고 새에 부치는 연가

최자웅

남북의 민들레들 모두 모여라
갈라진 하늘과 분계선 넘어
남북의 모든 강물과 시내
합수하여 흘러라
흉측한 이름으로
비참한 짐승으로 죽어간
간첩
빨갱이
빨치산의 넋들
주인없는 무덤들
이유를 알면서
분명히
신념으로 죽어간
이유도 모르고
어이없이
모진 세월과
미친 바람 속에 눈 부릅뜨며 죽어간
저 푸르고
깊은 한의 계곡에
황천길
하얀 극락에도 이르지 못하는
저 하늘 가에
이제 기러기 날으라
기러기 날아
소식 전하라
이제 다가오고 있다고
그대들의 묶인 혼과
시신의 포박을 끊고
푸르른 칼 빛의 새벽이
춤추며 오고 있다고
그대들의 어두운 운명을
거름으로 하여
핏덩이 아픔 속에
부신 아기 하나
이 어둠과 고통 속에서
태어나고 있다고
기러기 날으라
기러기 날아 소식 전하라
진흙창 수렁 속의
연꽃 한송이
당신의 두볼과 두눈에
그렁 그렁
속깊은
눈물 흐르는 속에
환하고 부신
그대의 미소
이 반도의 어느 구석에
벙글어 피어나고 있다고



택도 없다

박남준

너를 위해서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떠나가는 너를 위해서 사람이라면
어찌 비정하지 않겠는가 만
너를 위해서 단 한 방울의 눈물도
쓸쓸함도 가슴 저밈도 없을 것이므로
흘리지 않을 것이므로
괴춤에 잘 가라는 여비 한 푼
싸디 싼 손수건 한 장 가져오지 않았다

그러나 너 말이야 섭섭하진 않겠구나
저렇듯 생떼를 쓰며
찰거머리 악머구리 흡혈 진드기 같은
철딱서니 없는 것들 길길이 날뛰며 오매불망여대니
세상의 주인이 바뀐지도 모르고
개새끼는 멍멍 짖어대는구나
어느 친일 모리배의 자손이었느냐
자해공갈단처럼 끝내 꼴값을 떠는구나 할복 흉내라니
이 땅에 흘리기에 그 피는 너무 더럽고 추악하다
개떼들은 짖어라 차는 떠나간다

너무 늦었구나
너를 위해서 이제라도 무엇인가 해야겠다
춤이라도 춰야겠다 즐거이 노래라도 불러야 겠다
천번만번 박수쳐주마 침 퇘 퇘 백어주마
다시는 오지 마라 헛된 개 꿈도 꾸지마라
자꾸 뒤는 왜 돌아보느냐 손이라도 흔들어주랴
택도 없다 어서가라 꼴도 보기 싫다 국가보안법.


고무·찬양의 노래

고규태

일단 이렇게 하자
장백패랭이, 그대는 한여름에 거기 백두에서 피어라
이 가을녘 소슬바람 고개 드는 때에
한라구절초, 당신은 거기 백록 곁에서 피어라
우리 누리의 들꽃 메꽃들아 그리하여
철따라 삼천리 물따라 팔도강산을 누벼라

일단 이렇게 하자
그 건너 인민군은 이천오백만의 겨레를 위하여
국군은 이 건너에서 생긴 것 다를 바 없는
먹는 것도 다를 바 없는 사천오백만을 위하여
이 한반도의 싱싱한 병사들아 그리하여
적으로부터 칠천만의 목숨을 지켜라

조목조목 우리들의 성문법 또한 이렇게 하자
안으로 독사와 같이 독을 품고
국민에게든 인민에게든 누명과 굴레 씌우는 짓
55년 따로국밥의 허전한 살림살이 위에
영구분단의 거멀못을 씨와 날로 처대는 짓
그런 법 따위 법률 따위 헌신짝으로 던져버리자

그러므로 오늘부터
너는 고무하라 나는 찬양하리니
하나의 태양 아래 한 아침의 황금빛 햇살 속에
조선은 조선으로 대한은 대한으로
그리하여 우리가 우리를 함께 드높이고저
호시탐탐 고무하리라 시시때때로 찬양하리라

내가 부르마 너는 응답하라
보드랍게 통신하자 그윽한 연인처럼
뜨겁게 회합하자 깨 쏟아지는 신혼의 부부처럼,
너는 잠입하라 나는 탈출하리니
서로의 품속으로 맘속으로 거침없이 파고들자
어미의 단가슴 찾는 갓난아기와 같이

고무·찬양이여 통신·회합이여
잠입·탈출이여

서로를 해롭게 하는 것 말고
서로를 아프게 하는 것 말고
서로를 찌르고 무찌는 것 말고
오직 이롭게만 하는
오, 우리들의 평화로운 이적행위여



<첨부5-작가대회를 마치고>

작가대회를 마치고, 광화문에서 우리...

송경동

모두들 잘 가셨는지요.
작가대회 준비에 참여했던 송경동이라고 합니다.
시를 쓰지만 게을러 잘 모르시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하다보니 부족한 놈이 일도 거들 기회가 있어 무척이나
제 인생에 있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진혼굿 당시
바로 곁에 있듯 들리는 김남주 선생의 음성이
가슴에 사무쳤습니다.
생전 마지막 시선집 여는 글에
"대한민국에 영광 있으라"라는 지독한, 원한에 찬
독설을 써두셨던 것을 기억합니다.
90년 초반 현실 사회주의 몰락 이후
급변하는 변화의 와중 속에서 늘 외로워하던 선생의 얼굴.
가끔 망월동에 가서 선생의 쓸쓸한 묘소에
소주 한 잔 따라 올릴 때마다
가슴이 서늘했습니다.

망월동에 가도 신묘역은 잘 들려지지 않았습니다.
올해도 내려가보니 고관대작들이 그 넓은 뜰에 앉아
기념식인가 뭔가를 하더군요.
어느 공원에 세워두었다는 선생의 시비에도
한번도 가보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선생을 만나는 길은 그런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요 몇 년 사이 선생을 기리고, 그 문학적 복원을 이룬다고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쓸쓸한 일은 김남주에게서 정치색을 탈각 시키고
서정성만을 강조해서 시집을 묶는 등의 일이었습니다.
짧은 글에 뭐라 다 쓸 수는 없지만
국가보안법이 시퍼렇게 살아
또 다른 젊은이들을, 싸우는 사람들을,
고뇌하는 사람들을 억압하고 탄압하는 사회가 끝나지 않았는데
김남주가 그토록 사랑하던 노동자 농민 민중들이
다시 또 생계를 뺏기고 길거리에서 짓밟히고 있는데
남북의 화해교류라는 봄물에 비해
미제국에 의한 겨울 서릿발 같은 한반도의 위기는 여직 살얼음판인데
김남주 개인만이 역사화 되어 영웅시 되는 것이
무슨 그의 자랑이겠습니까?
김남주를 다른 식으로 만난다는 것은
아무리 그 뜻이 좋더라도 죽은 고인의 삶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는 생각이 늘 가슴에 남았습니다.

그런 선생을 국가보안법 철폐, 전국작가대회에서
다시 만나니 그나마 산 자의 부끄러움을 조금은
덜어낸 것 아닌가 라는 안도감 마저 들더군요.
"선생님, 저희 잘 했나요. 조금 위안이 되시는가요."

대회 내내 지난 삶을 벗기는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보가 우리 마음 속에서 사문화된 지는 실제 오래된 일이었습니다.
무서워도 않고 두려워도 않습니다.
죽은 시체를 치우는 일이 이리 어려워서야 원.

새벽 2시 경이던가요.
근 백 몇 십명의 뒷풀이 인원도 이리저리 정리되고
살아남은 한 스무 명의 건달들이
또 어디론가 지하도를 건너 사라졌습니다.
흰머리 날리며 자정 경 나타나신
한 노신사의 뒤를 따르는 무리들이었습니다. 현기영 선생님이셨죠.
그 맛있을 술자리엘 따라 가야 되는데
혼자 남은 처자가 계서 잘 가시라고 바래다 주고
또 숙소를 못 찾고 있다는 한 무리가 있어 그쪽으로 갔습니다.
뒷 정리 다 마치고 난 자실 사람들이었습니다.
들어가 본 숙소가 썰렁해 다시 나와 한 잔 하기로 했는데
어디로 갔는지 감감무소식,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저 같은 경우 끈 떨어진 풍선이 되어
그 즈음에야 행사 뒷끝의 쓸쓸함이 물밀 듯 밀려와
거리에서 캔맥주 하나 다시 따고
짐짝처럼 택시에 실려 구로동으로 돌아 왔습니다.

숙소에서 자고 있었던 김해화 형의 말씀 들어 보니
새벽 4시쯤인가 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갑자기 주변이 시끌벅적허더라는군요.
3차까지 마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급기야
마지막 술자리를 그 좁은 여관방에 펴셨겠죠.
잠결에 언뜻언뜻 들으니 김형수 사무총장님의 목소리도 들리고
또 어느어느 정겨운 벗들의 목소리가 들리더라고.....

오전 나절, 잠이 깨어서야 후회가 되었습니다.
그냥 여관에 가서 한 숨 붙일 걸...
늘 서울만 오면 다음날 쓸쓸해 하던 지역 선배님들께 죄송했습니다.
전화 드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살아남은,
제주도의 김수열 선배, 순천의 박두규, 김해화, 송태웅 선배,
이젠 저 멀리 구례에 사시는 김남일 선배, 하동에서 올라온
박남준 선배, 대구의 박영희 선배, 안동의 안상학 선배, 천안의
한창훈 선배가 딴딴하게 뭉쳐 벌써 아침부터 해장 1, 2차를 하며
청진동 골목을 배회하고 있다 했습니다.
부리나케 챙겨 나가보니 모두들 얼굴이 불콰한 소년들이
되어 있었습니다. 나오는 말마다 천진난만하고
스스럼 없었습니다. 그 이빨들이 어떤 지는 다들 아시죠.
식당에서 나와 마지막 차는 광화문 네거리 교보문고 앞
노상에서 했습니다.
일명, 국보철 작가 거리농성단이었습니다.
누가보면 노숙자들이라고 할테니, 큰일날 일이지만
마침 제 가방에 있는 작가회의 깃발이 있어 내걸어 두기도 했습니다.

도보순례로 이골이 났을 박남준 선배는 아예
신문지도 안 깔고 거리에 눕더군요.
그 위로 김수열 선배가 선그라스 하나 끼고 눕고... 아 대낮이었습니다.
두 번인가 술을 사 날르고 나니
얼추 해가 기울더군요.

1박 2일 동안의 강행군(?)을 마치고
베낭 하나씩 메고 쓸쓸하게 떠나가던 선배들.
가끔은 그런 선배 작가들의 조금은 가난한 모습들이
눈두덕을 덮히기도 한답니다.
모두가 외로우면서도 외롭지 않을 세상을 향해
일말의 양심을 놓지 않고자 하는 그들이 있기에
세상이 가끔 이렇게 따뜻한 것이겠죠.

모두들 가시는 것 보고
마지막 남은 김해화 선배와 함께
걸어 종삼역까지 갔습니다.
대회에는 가지 못했지만 조금 있으면
마로니에에서부터 행진을 해 올 노동자 대오들을
보고 싶었습니다. 원래 비정규직노동자대회가 잡혀 있었습니다.
얼마전에는 비정규노동자대표 10여 인이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하기도 했었죠.
작년 비정규직 노동자대회때는 이용석 씨가 종묘 대회 도중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외치며 분신을 해서 모두의 가슴을
무너뜨리기도 했었고요.
작년엔 한 오백 명 모이는 조촐한 대회였는데
근 8천 명의 노동자들이 집결해 있다는 얘길 들은 터라
꼭 참여하고 싶었던 대회였습니다.
마침 전날은 이제 곧 역사상 첫 파업을 앞두고 있는
전국공무원노조 간부대회가 원천봉쇄되면서 40여명이 붙잡히고
서울대에서 경희대로 다시 건국대로
숨가쁜 숨바꼭질을 하면서 진행된 연후라
무척이나 긴장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공무원노조는 현재 수백명이 해고, 구속될 것을 결의하고
11월 경 노동삼권 쟁취를 위한 총파업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진보적인 작가들의 관심이 무척이나 필요할 듯 합니다.)

그곳에서 여전히 카메라를 들고 다니시는
조세희 선생님을 만나 반갑게 인사드리기도 했습니다.
전날 국보철 대회에도 나오시기로 했던 것으로 아는데
말씀 들어보니 급작스럽게 바뀐 행사 일정을 확인하시지 못해
마로니에 공원으로 가셨었다고 하더군요.
선생님은 지금도 꾸준히 노동자집회, 농민집회, 반전집회, 장애인집회 등
사회 소수자들의 싸움 현장엔 꼭 나타나시더군요.

반가운 얼굴들, 십여 년 넘게 늘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
낮술 한 잔 얼큰해져 만나니 더 반갑더군요.
그런 사람들에게 우리 시대 작가들의 관심이 더 높아지고
사회적 연대의 기운이 더 깊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
오늘은 국보철이었지만 다음은 새로운 사회 주체의
모범을 세우는 일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돌아 오는 하루.
늘 그곳에 서 있어야지 생각하며 돌아온
또 하루였습니다.

사실 전 따까리로만 참여해서 무슨 후기까지야 했는데
그런 연유를 아는지 모르는지 김종광 사무국장님의
마무리 채근이 있기에 몇 자 적어 봅니다.
여러 선생님들, 선배님들, 그리고
궂은 일 다 챙기던 후배님들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좀더 내용 있고, 차근차근한 후기들 기다려 봅니다.
물론 더 잘하기 위한 비판들도 좋겠죠.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