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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고향마을에는 집집마다 고향말로 ‘칫간’이라 부르던 헛간이 있었다. 칫간은 아궁이에서 긁어 낸 재를 모아두는 곳이었는데 농기구를 보관하기도 하는 다용도 공간이었다. 환한 대낮에는 아무 데나 오줌을 눌 수 없었다. 누가 보더라도 그건 몹쓸 짓이었다. 저 집 자식은 오줌을 아무 데나 누네. 그건 곧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이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오줌보가 터질 지경이 되더라도 칫간으로 달려가 잿더미에 대고 누어야 했다. 거름으로 쓸 잿더미를 기름지게 할 오줌이었으니 말이다.
이처럼 오줌 한 방울도 허투루 여기지 않던 농사꾼들인지라 똥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알뜰한 또래 녀석들은 학교 다니는 길가에서 눈 똥마저 싸들고 집에 가기도 했다. 나도 무던히 개를 쫓아야 했다. 코를 쥐게 하고 구역질을 불러일으키는 오줌과 똥이 농토에 이롭다는 사실은 어쩐지 사람이 쓸모없는 존재만은 아니라는 걸, 자연에 속한 존재라는 걸 말없이 웅변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봄이 오면 저마다 손수레나 경운기에 혹은 옛적 그대로 똥장군에 집안의 똥오줌을 밑바닥이 보이도록 긁어 담아 고샅과 신작로에 걸쭉한 흔적들을 남기며 밭으로 가 흩뿌렸다. 그런 날이면 온 동네에 구린내가 등천했다. 흙에 목숨줄을 대고 살지 않는다면 견디기 힘든 일이었으리라. 그러나 또한 그처럼 인분을 뿌리는 농민들치고 한 생에 달관한 듯한 숭고미를 지니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얼마 전 누군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에 인분을 흩뿌렸다고 한다. 나로서는 믿을 수가 없다. 적개심을 지닌 채 똥을 흩뿌릴 수도 있다는 걸. 그는 농민은 아닐 것이다. 농민이라면 그가 진보이거나 보수이거나 전라도거나 경상도거나 함부로 똥을 다루지는 않을 테니. 어린아이에게 숟가락으로 밥을 먹여주듯 저 농토에 인분을 떠먹이는 농민일 수는 없을 게다.
<2010.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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