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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한국문학계에서는 근대적인 의미의 문학이 지금도 존재하는지, 혹은 그런 것은 사라지고 이미 전혀 다른 형태의 문학이 등장한 건 아닌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가라타니 고진의 ‘근대문학의 종언’이라는 논문이 우리에게 소개된 뒤의 일이다. 돌아보면 그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논쟁은 있었다. 어떤 입장을 취하든 문학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보편적인 믿음에 기반을 두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러므로 입장 차이는 오늘날 문학의 기능에 대한 견해쯤에서 생겨나는 듯하다. 나로서는 문학이 문학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방기한다면 더는 문학으로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미 근대적인 의미의 문학은 사라졌다고 보는 게 옳다는 견해에 기울어진다. 표현매체가 문자라는 점만 제외하면 문학은 영화, 드라마, 광고와 전혀 다르지 않으며 대중적인 영향력은 점점 더 쇠퇴하는 중이다. 이런 추세라면 문자를 표현수단으로 사용한다는 문학만의 특권도 박탈당할 날이 곧 다가올 듯하다.
문학이 사라지는 건 전혀 두렵지 않다. 그래도 삶은 이어질 테고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들은 새로운 예술을 창조해 낼 테니까. 그러므로 문학이 사느냐, 죽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문학의 후계자라 자처하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에서도 그 예술의 기능이 여전히 문제시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이미 포기한 기능, 문학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 예술 역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포퓰리즘도 후계자를 통해 언제나 살아남겠지만 여전히 중요한 건 우리가 이미 포기한 질문, 즉 대중과 영합할 것이냐 민중과 영합할 것이냐에서 무엇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201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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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in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