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새책 조회 1244 제목 나비, 사나비로 날다 이름 관리자 첨부 20110622_1.jpg (34.1K) <책 소개> 전쟁마저도 우리의 연대로 없앨 수 있다고 소곤소곤 외치는 소설! 아버지, 뜨뜻미지근한 씨나락 움켜 못자리에 뿌리는 재미, 또 울었슴다. 눈물은 뜨겁고 아버지의 가슴은 더 뜨거웠을 것입니다. 드디어, 황새울에 그루갈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대표적 농경사회가 황새울로 형성되었는데, 그 무렵 제가 태어났습니다. 오십년 동안이나 뭘 모른 채 이 황새울에 농사만 지었습니다, 아버지는. 황새울 제 터에서 또 밀려날 줄은 한 번도 예상해보지 못했습니다. 모진 숙업은 한번으로 끝났거니 하고 잊어버렸슴다, 강아지도 아니고. 자신의 터전, 두 번씩 억지로 밀려나는 거 사람이 생각할 수 있겄어요? 군기지 때문에 두 번씩이나 밀려나는 거 사람이라면 생각할 수 있겄어요? 정아, 엄마가 함다냐로 온 건 꼭 사마르 때문만은 아니란다. 황새울 우리 논이 갈라지는 걸 보면서부터 가슴이 갑갑했다. 그날의 헬기에서 쏟아지던 군인들을 본 이후론 뭐라도 해야만 했다. 또한 너는 물었구나, 물으며 너의 눈은 얼음처럼 맑았구나. 막을 순 없나요, 홍수나 가뭄도 아닌데 왜 막아지지 않죠? 너에게 대답할 수 있어야 했구나. 너의 맑은 눈에게 대답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가짜일 것이었다. 엄마의 인생이 송두리째 가짜가 되는 건 악몽이었단다. 우리 동네에 지금, 저렇게 군인이 총알처럼 쏟아지는데, 그것을 평화라고 믿어버리는 건 아닐까, 그때 엄마 마음이었구나. 전쟁을 지진이나 해일 같은 자연재해로 생각하고 마는 건 아닐까. 재해가 지나간 폐허를 보며 재난 없기를 천지신명께 빌기만 하면? 공포만 키우며 노예 같은 굴종만 내 몸에 깃들면 어떡해. 결국엔 누군가 나를 옹골차게 지배하기를 소원하면? 정말 갑갑했구나. 정아, 느릅나무처럼 늠름하게 성장해주렴. 정아는 이 세상의 핵이다, 엄마의 생명이다. 편지를 쓰기 전엔 여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엄마의 마음이 새롭게 영글었구나. 전쟁을 일으키는 자들을 상대로 싸울 테다, 두려워하지 않으마. 일생을 다해 싸울 테다, 정아가 느릅나무처럼 늠름하다면. 전쟁을 일으키는 자들에 대한 엄마의 증오는 수그러들지 않는다. 황야에 산 채로 바람에 체액을 말려도 수그러들지 않을 테다. 안단다, 이런 엄마의 결의가 네겐 나쁠 수도 있다는 거. 그래서 너에게만은........... 용서를 빌 수도 없구나.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이웃이 불행한데 우리끼리 잘 살면 되겠니? 이렇게 약속할까, 꼭 자랑스런 엄마가 되겠다고............ 저는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함께 황새울 대추리를 떠났습니다. 멀리가진 않았어요. 대추리 건너편 도두리로 이사를 했거든요. 도두리 일부가 살아남았어요. 그곳엔 이모할머니가 살고 계시거든요. 할머니 따라 자주 놀러가곤 했어요. 이사하던 날 아빠는 사립짝에서 우리를 배웅하셨습니다. 잠시라도 집을 비우면 대기하고 있던 포커레인이 철거작업을 하죠. 아빠는 우리가 떠나는 걸 보시며 커다란 노란색 깃발을 다셨습니다. 사립짝에 있는 대추나무에 깃대를 기대 다셨어요, 아무도 모르게 혼자 준비하셨던 거죠. 깃대가 대추나무 보다 훨씬 키가 높았습니다. 노란색 깃발이 대추나무 꼭대기에서 펄럭였습니다. 삼각은 역시 공격형이었다, 케이투우를 집총한 채 디조는 천천히 다가왔다. 공격형 삼각은 우리들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이루었다. 영원히 다가오기만 할 것처럼 디조가 면밀히 다가왔구나. 그린이 두 발작 앞서 한 각이었다. 미사일처럼 날카로운 꼭지각이었다. 그린의 새하얀 코가 어스름을 뚫고 뒤의 두 각을 이끌고 있었구나. 두 발작 뒤 나머지 두 각이 역시 면밀한 걸음걸이로 꼭지각을 따랐다. 왼편 각의 눈알이 바빴다. 무언가 몹시 불안해 보였단다. 오른쪽 각은 느낌이 아주 특이하고 지독스러웠다. 살의 같은 불쾌하고 뻑뻑한 느낌이었단다. 이해의 여지없는, 소탈함의 여지 또한 없는 무지몽매한 느낌. 함다냐엔 유전이 건설될 것이다. 유전이 건설되려면 마을 사람이 없어져야 한다. 유전도 비밀 유전, 에바디가 어젯밤 돌아가며 은밀히 말했구나. 엄마는 말하는 에바디의 표정을 고민했구나. 없어져야할 마을사람들을 구하겠다는 건지, 자신만 살아남고 마을 사람들을 팔겠다는 건지. 그냥, 마을이 사라질 수는 정말로 없다. 마을은 마을로 자체의 생명이 있는 거니까. 총칼에 간혹, 싹 사라지기는 해도, 그냥 사라질 수는 안 된다. 함다냐에 오기 전엔, 이렇게 깊은 불행이 여기도 있는 줄은 몰랐구나. 하얀 햇살 때문인지 숨이 더 막히더구나. 사바나 전부가 숨이 막히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삶은 아름답고, 어떻게 삶이 아름다운지 묻진 말거라. 네가 지금 보고 있는 사람이 누구니? 아무런 까닭도 달지 말고 감탄하렴. 우리가 어떻게 이렇게 만나 눈을 마주 볼 수 있는지에 대해. 그래, 무엇이냐고 묻지 말고 언제 어디서나 어떤 일로나 신기해하렴. 세상의 모든 것들은 다 신기하지 않니? -본문 중에서- 그렇다. 강영의 <나비, 사바나로 날다>는 최소한 세 가지 면에서 신기했다. 이 말이 좀 거북하면 기이했다. 강영은 등단 10년차다. 10년 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그 등단작으로 바로 유명해졌다. 그리고 바로, 무명해졌고 까마득히 잊혀졌다. 그리고 엊그제, 장편소설 <나비, 사바나로 날다>를 들고 찾아왔다. 이런 작가가 있었나? 어떻게 하면 가장 짧은 말과 가장 짧은 시간에 돌려보낼까 하는 궁리와 함께 의아했다. 10년 전 등단작으로 일간지에 대서특필된 걸 겨우 상기하고선 놀랐다. 자애로운 소설! <나비, 사바나로 날다>를 다 읽고 나서는 기이했다. 착하고 일 잘하고 사랑이 많은 한국의 한 여인이 잠시 돌봐준 적이 있는 이라크에 있는 남의 딸을 찾겠다고 자신의 딸을 떠나는 얘기다. 그 아이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자신의 딸을 사랑하는 마음을 확장해서 다른 나라 남의 자식까지 사랑하는 얘기다. 대자대비 이야기다. 전쟁은 무자비다. 한국의 대추리를 공중분해한 무자비와 이라크의 작은 마을 함다냐를 몰살한 무자비를 온몸으로, 자비를 말함으로써 드러낸다. 시적 부드러움! 전쟁을 반대하는 소설을 시로 썼다는 사실이 단연 첫 번째 기이함이었다. 부드러움이 강함보다 한층 힘이 세다는 게 상식이라고 해도 우리는 잊고 살아간다. 이 소설에서는 잊었던 그 상식을 고스란히 증명한다. <나비, 사바나로 날다>에서는 전쟁마저도 시적 율격으로 노래로 말한다. 노래도 유려한 노래다. 학살자마저 저 오월의 아름답고도 비극적인 연두색을 빌어 형상화한다. 시체가 썩는 추악한 냄새조차도 친근한 감자 썩는 냄새로 노래했다. 그리고 끝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즈음, 우리는 아무리 작은 생이라도 절대로, 절대로 살상을 해서는 안 되고, 우리가 연대한다면 세상의 모든 무지몽매한 살상을 막을 수 있다고 단단히 믿게 된다. 대단한 시적 부드러움이다. 전쟁을 만드는 미국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작가 근성이 또한 기이했다. 이런 작가가 세계 각 국에 두세 명씩만 돼도 전쟁이 싹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하는 끈질김이다. 그러나 실제 작가의 모습은 약간 바보 같은 모습이다. 이을 보며, 이 작가는 영락없는 ‘바보’과구나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었다. 말은 나오지 않았다. 모처럼 진정성 짙은 ‘바보 작가’ 발견에 기이할 뿐! 최초의 시조소설! 그리고 끝으로 꼭 언급하고 싶은 기이함은 잘 읽히게 하면서도 이루어낸 문학적, 미학적 완성도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비, 사바나로 날다>는 약 2만여 행으로 이루어진 천여 편의 시조로 된 세계 최초의 시조소설이다. 사설시조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사설시조든 평시조든 엇시조든 시조는 초장 중장 종장으로 이루어지고 종장의 첫 음보의 3음절 원칙을 지켜내야 된다. 이 소설은 그 원칙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다. 시인 박노정은 그 원칙이 지켜지는지에 대해 막걸리 내기를 해도 좋다고 단언한다. 게다가 율격을 지켜내는 엄격함이 시의 흐름에는 전혀 방해놀지 않는다. 소설을 읽노라면 그런 율격이 지켜졌는지에 관해서조차도 잊게 된다. 그만큼 잘 읽힌다. 그만큼 유려하면서도 소박하다, 신기하고 기이하도록! 이 소설의 기원은 이루어져야 한다!! 이 소설은 목숨을 걸고 기원한다. 이 지구상의 전쟁은 없어져야 한다고. 그리고 전쟁을 없앨 수 있다고. 우리들 선량한 사람들이 연대한다면 말이다. 연대, 우리 ‘도서출판 이야기 마을’의 존재 이유이고 이 책을 출간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화두다. <작가소개> 강 영 격동의 시절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 마산에서 공장노동을 성실히 수행했다. 그리고 국립창원대학교 영어영문과에 들어가 문학에 눈 뜨게 되지만 본격 문학수업은 훨씬 미루어진다. 90년대의 무기력을 문학수업을 통해 극복해냈다. 동아일보 문화센터, 조동선 문하에서 특히 작가정신에 대해 수학했다. 2002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2001년 진주신문 가을문예 소설부문에 당선했다. (전화:031)965-9990, 010-2503-8184) ** 서울신문 기사 ** “지금이 평화롭습니까 현실 못 본 척하는 거겠죠” 첫 장편소설 ‘나비, 사바나로 날다’ 펴낸 강영 경기 평택시 대추리 황새울 들녘과 지구 반 바퀴 가까이 떨어진 이라크 서부 마을 함다니아는 무엇으로, 어떻게 만나 소설의 한 공간에 자리하고 숨가쁘게 오갔을까. 전쟁, 그리고 미국에 의해서다. 이를 문학적으로 명확히 인식한 소설가 강영(51)에 의해서다. ‘나비, 사바나로 날다’(이야기마을 펴냄)는 2006년 미군기지 건설에 맞섰던 대추리 사람들과 같은 해 미군에게 강간, 납치, 학살된 이라크 함다니아 마을의 순박한 이들을 불러냈다. 그리고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이들은 지구상에 어떤 전쟁도 정의로울 수 없음을 각각 삶으로 웅변한다. ‘나비’는 장편소설이다. 그러나 ‘지리산’ 또는 ‘붉은 산 검은 피’나 ‘단테’와 같은 유구한 서사를 품고 있는 장편 서사시라고 해도 그만이다. 작가는 시조의 형식을 빌렸다고 말한다. 모두 2만여행을 갖고 인류의 근원적 문제인 전쟁의 다툼 가운데 개인의 문제를 성찰하고자 했으며 실제 형식적 불변의 원칙인 종장 첫 3음절을 꼬박 지켜냈다. 강영은 “잘 읽히는 소설을 넘어 노래처럼 불리는 소설을 쓰고자 했다.”면서 독특한 형식을 차용한 이유를 설명했다. 덕분에 읽는 맛이 산다. 대추리에 터 박고 살아온 이들의 걸쭉한 입말을 담아 내는 대목에서는 한판 구성진 판소리 사설 같기도 하고, 이라크 함다니아의 잔혹한 실상을 담은 편지는 아리아를 옮겨 놓은 듯 아련하게 읽힌다. 또한 리얼리즘에 대한 원칙을 틀어쥐면서도 전통적인-혹자는 낡은, 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방식이 아닌 ‘몽환적 리얼리즘’의 실험이 엿보인다. 완성도를 한껏 높였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겠지만 현실의 치열한 지점을 직시하되 꿈과 현실의 경계를 무화(無化)시키는 방식은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해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인식을 도출해 내기에 충분하다. 문장은 몽환적인 원시의 속삭임처럼 들린다. 대추리의 평화로움도, 그저 땅을 부치며 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도 열세 살 소녀의 눈에 비친 그대로, 소녀 ‘여정’의 언어로 그려진다. 여정은 일부러 숨을 꾹 참으면 나비로 변해 황새울 들녘과 이라크 함다니아, 일본의 오키나와 등 평화가 간절한 곳을 자유로이 훨훨 날아다니거나 그리운 엄마 아빠를 만날 수 있음을 안다. 오히려 일부러 기절하며 꿈의 경지로 가지 않으면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 ‘평화’임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명한 21세기에 반미 소설이라니. ‘시대착오적’이라는 혐의를 쉬 벗어나기 어려울 성싶다. “이라크를 들여다보고, 팔레스타인을 들여다보고, 멀리 갈 것 없이 한국 사회만 봐도 평화의 가치로, 반전의 시선으로 집중하면 늘 미국이라는 존재가 나오더라고요. 기가 막히죠. 이런 상황에서 ‘반미 문학’이라는 평가에 부담감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사명감만 커져요. 평생을 써도 모자랄 주제예요.” 유별난 운동권 작가는 아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평범하게 공장에서 일하다가 뒤늦게 창원대 영문과에 들어가 문학수업을 받은 강영은 2002년 중편소설 ‘원더풀 패밀리’로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9년의 시간이 흘러서야 첫 장편소설을 상재했으니 많이 늦은 셈이다. 과작(寡作)이었느냐는 질문에 “이 작품 외에도 장편소설만 네 편을 더 썼다.”고 답했다. 당연히 반전과 평화, 자본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단다. 그는 “지금 우리의 상태를 평화롭다고 여기는 것은 착각이다.”라면서 “그저 못 본 척하거나 보지 않으려고 할 뿐”이라고 말했다. “정말로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전체 인류중 0.1%도 되지 않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따져 봐도 전쟁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몇십명밖에 되지 않을 거예요. 그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연대해서 평화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보여줘야 합니다. 저에게는 소설이 그 연대의 중요한 방법입니다.” 세련되게 잘 만들어진, 그러나 형식도, 글감도 뭔가 틀에 박힌 듯한 소설이 주를 이루는 시대다. 애써 꾸미지 않고 찬물에 세수한 말간 얼굴을 만난 듯 반가운 작품이다.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로그인 하신 후에 의견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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