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보도 기사 1> 광주일보

장편소설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도서출판 발해 그 후)
꿈꾸는 종부가 부르는 애환의 노래

광주 설월여고에서 국어교사로 재직중인 선석현(50)씨가 자전적 장편소설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꿈꾸는 종부의 노래’를 출간했다. 학교에서 이야기꾼으로 통하는 그가 학생들을 위해 교지에 습작으로 낸 것을 손봐 엮은 것이다.

소설은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주인공 ‘영자’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1인칭과 3인칭 시점의 대하소설로 한 가족 3대를 잇는 가계사를 고스란히 담았다. 마치 우리 근현대사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어릴 적부터 영민했던 영자는 손씨 집안으로 시집와 한 가족을 일구고 온갖 역경 속에서도 그 누구도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해내며 가족의 미래를 꿈꾸고 완성시켜 간다. 한집안의 종부이자 당찬 어머니, 여자가 아닌 어머니로서 강하고 질긴 삶의 면모를 드러낸다. 전통과 진보적인 가치관의 대립을 꿋꿋하게 이겨내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도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어 가며 변화하는 세상에 맞서 소임을 다한다. 마침내 어머니로서의 소임을 다한 그녀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택한 일은 판소리를 배우는 것. 그녀는 지난했던 자신의 삶을 판소리로 풀어내는데 열중한다. 작가는 소설 곳곳에 본격적인 판소리를 하기 전, 목을 풀기 위해 부르는 소리의 일종인 단가를 배치하고 있고 소설 제목 역시 ‘사철가’에서 따왔다.

평범하지만 개성 넘치는 인물, 혈연과 인연으로 얽히고설킨 방대한 스토리텔링은 소설 읽는 재미를 더한다. 구수한 사투리에 박진감 넘치는 소설에는 부모의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배어있고, 나라와 가족의 미래가 교육에 달려있음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한다. 또 민주화, 산업화 과정에서 비롯된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저항의식도 엿볼 수 있다. 아마추어 작가의 첫 소설이라곤 하지만 평소 소설을 읽고 가르치는 교사라 구성이나 내용 면에서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

작가는 “격동의 근현대사를 살아온 우리 부모세대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의 과정에서 희생을 강요당했던 청소년과 노동자, 사회민주화 과정에서 기득권을 버리고 헌신했던 사오십 대에게 헌정하는 글”이라며 젊은 세대들이 오늘날의 풍요와 안정이 윗세대들의 희생과 헌신의 결과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대성 기자 (광주일보 2010년 09월 18일자)

<보도기사 2> 내일신문

서평 :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출간한 소설가 선석현
제목 : ‘그래도 희망은 싹 튼다’

교육 현장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가 직접 쓴 생애 첫 소설이다. 아이들에게 현대사의 흐름에 대해 말로 하는 것보다, 밑줄 그으며 억지로 읽게 하고 암기를 시킬 필요가 없는 역사 소설이다. 읽으면 스스로 몸 안 깊숙이 체득된다. 소설로 읽는, 소설로 암기하며 공부하는 역사소설이다.

책장을 덮는 순간 긴 한숨이 나온다. 한 가족이 살아온 여정이 긴 터널을 지나온 듯하다. 일제 말부터 현재까지 주인공 ‘영자’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1인칭과 3인칭 시점의 액자식 구성으로, 한 가족을 관통한 우리나라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원고지 1,000매의 방대한 분량의 소설이다. 어느 누구도 비켜갈 수 없었던 우리의 근현대사가 한 가족의 삶에, 지나온 육십여 년의 세월에 고스란히 제 색깔을 가지고 가감 없이 담겨 있어 이해와 완성도 또한 특별하다.

가장 도드라진 부분은 주인공 ‘영자’의 여자가 아닌 어머니로서의 강하고 질긴 생명력이다. 어렸을 때부터 영민했던 영자는 한 가족을 일구며 살아가는 동안 그 누구도 하지 못하는 일들로 가족의 미래를 꿈꾸며 완성시켜 간다. 마침내 어머니로서의 시간을 마감한 그녀가 한 ‘인간’으로서 선택한 일은 판소리를 배우는 것이었고, 지난한 시간들을 판소리로 다시 풀어내고 녹여내는 일이었다. 그래서 소설의 제목 역시 ‘이산 저산 꽃이 피니’이다. 단가의 하나인 판소리 제목을 소설의 제목으로 사용한 작가의 상상력이 놀랍다.

본격적인 판소리를 하기 전, 목을 풀기 위해 하는 소리의 일종인 단가 ‘사철가‘는 작품 안 곳곳에 놓여 있다. 아니,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사를 보면 이해가 간다. 봄인 줄 알았는데 어느 새 겨울이며, 청춘인 줄 알았는데 벌써 백발이 성성하다. 되돌아갈 수 없는 청춘. 벗들과 무심한 듯 앉아 한잔 술로 지나간 세월을 기억한다는 사철가의 내용이다. ’사철가‘ 한 소절에 ’영자‘의 모든 삶의 시간들이 신산하게 스며들어 있다. ’소리‘는 단지 들리고 내는 음성으로서의 소리만이 아닌, ’영자‘의 지나간 시간이고 기억이며 삶에 대한 기나긴 회한일 것이다.

소설은 가계도의 설명과 함께 전통적인 가치관과 진보적인 가치관의 대립과 갈등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약속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증폭된 불안감과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어 가며 변화해 가는 세상이 1,000장의 원고지 안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어 읽는 이들로 하여금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하고 때론 막막함으로 눈물짓게 한다. 그 모든 것에 어머니는 역사의 중심으로 우뚝 서 있다.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이 강한 모습으로, 역사의 저울 위에 중추로 작용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중반부로 넘어오면서 ‘영자’의 자식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교육으로 이어지고, 한 나라와 가족의 미래가 바로 인재 육성임을 말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각각의 캐릭터가 개성을 가지고 방대한 혈연과 인연으로 이어지고, 민주화와 산업화 과정 속에서 비롯되는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대항도 찬찬히 엿보인다.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사람들에게 대한 애정이 돋보인다. 이 땅에 살고 있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흔적도 보인다. 시를 읽고 소설을 읽으며 문학을 사랑하는 작가의 기본적인 휴머니즘도 넉넉하게 배어 있어 읽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근현대사의 격동을 온몸으로 겪고 살아온 우리 부모 세대들뿐 아니라, 경제 발전의 과정 속에서 희생을 강요당했던 청소년 노동자들과 사회 민주화 과정 속에서 기득권을 버리고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헌신했던 사오십 대들에게 헌정하는 글이다. 더불어 오늘날의 풍요와 안정이 윗세대들의 헌신과 희생의 결과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젊은 친구들에게 주는 교훈의 글이기도 하다.”고 당부한다.

범현이 리포터 (내일신문)

<작가 소개>

선석현 : 1960년 전남장흥 출생, 조선대 국문과 졸업, 국어교사, 한국작가회의, 광주전남 작가회의, 광주전남 소설가협회, 장흥별곡문학동인회 회원, 장편소설<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