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임효림의 두 번째 시집 [꽃향기에 취하여]
(바보새, 2006년 8월 8일)
2005년 전태일문학상 특별상을 수상한 승려 시인 임효림이 두 번째 시집. <흔들리는 나무> 이후 3년 만에 펴낸 이번 시집은 자본주의 일상에서 끝나지 않는 고된 노동과 소외, 해고와 가난, 비참한 죽음에 이르는 현실은 물론 역사의 상흔을 그대로 안고 사는 민중의 삶을 노래한다.
간단하고 명료한 행의 시 '노동자'와 '북', '해고 통지서', '투신 자살', '이웃' 등은 한국 전체 노동자의 비극적 노동현실을 은유한다. 이밖에 민주주의와 평화를 다루는 '전사',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 사회변혁 의지를 형상화 한 '꽃향기에 취하여', '팔월 한가위'를 비롯, 모두 55편의 시가 수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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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림
2002년 '한 그루 나무올시다'로 「유심」 제1회 신인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시집 <흔들리는 나무>와 산문집 <그 산에 스님이 있었네>, <그 곳에 스님이 있었네> 생활 불교 이야기 <사십구재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만해 한용운의 채근담 <풀뿌리 이야기>가 있다. 2006년 현재 설악산 만해마을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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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보며
갓 잡아 울려 팔딱이는 물고기같이
그대들의 팔과 다리가
폭격의 한 순간에 잘려나가
그대의 눈앞에서
팔딱인다고 생각해 보라
그러고서도 전쟁을 하고야 말겠다는
악질의 생각을 하게 되는지
나는 더도 덜도 말고
부시에게도
자신과 자신의 쌍둥이 딸 아이의 팔 다리가
눈앞에서 잘려 나가 팔닥거리는 고통을
그것 하나만을 생각하시어
저 굶주린 어린 아이들
팔과 다리를 더 이상은
잘라 내는 전쟁을 말아 달라고만
간절히
간절히
아주 간절히 부탁하노라
::시인의 말
누구를 기다리나
칠월이라 장마 비
대책 없이 내리는데
오는 비를 다 맞고
산새는 저 혼자
죽은 나무 가지 끝에 앉았다
- 임효림
::추천글
이 시집의 시들은 스님의 시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읽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이 시들을 관류하고 있는 정서는 민중 현실에 대한 치열한 참여와 좋은 세상 만들기에 대한 깊은 열정으로 집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낡은 패러다임에 머물 수도 있는 이런 제재들이 그의 시에서 새롭게 활기와 생명력을 얻고 있는 것은 그것들이 관념에 머물지 않고 실천적 구체성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서일 터이다. 이 시집의 시들의 더 큰 미덕은 아름다움이다. 많은 시들이 마치 "한 일억 광년 정도 멀리 서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를 반짝이는 작은 별로 바라보고"('별을 바라보며') 있는 것처럼 아름답다. - 신경림 (시인)
그의 시는 항상 세속에 사는 민중을 향한 자비의 시선을 놓치지 않는 독특한 시정신을 보유하고 있다. 또 그는 차별 없는 불국토 구현의 실천으로서 사회정치적 변혁의 상상력을 항상 시에 발휘하며, 승려의 일상을 격렬하고도 냉철하며 호방하고 섬세하게 형상화해 내고 있다. - 공광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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