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종성의 생태소설집 [연리지가 있는 풍경]
(문이당, 2005년 11월 24일)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환경 오염과 생태 파괴에 대한 문제 의식을 담고 있는 소설집이다. 1986년 등단한 이래, 인간이 자연 파괴 행위를 다루는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온 작가 김종성. 그가 오랜 기간 동안의 취재와 분석을 바탕으로 쓴 생태 소설들을 수록했다.

환경 문제를 소재로 삼은 여섯 편의 중.단편 소설들은 간결하고 정확하게 문제 의식을 드러낸다. 인간의 무자비한 자연 지배를 초래한 사회 구조적 요인을 찾아 개혁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작가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역사의 진보를 이루어 낼 인간의 잠재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작품들이다.

김종성 1952년 강원도 평창 출생. 1986년 「동서문학」 신인 문학상에 중편소설 '검은 땅 비탈 위'가 당선되어 등단. 2005년 현재 장안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 지은 책으로 소설집 <탄>, <금지된 문>, <말없는 놀이꾼> 등이 있다.

::책 속에서

마을은 벌집 쑤신 듯이 소란스러워졌다. 마을로 들어오는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골프장 건설 현장으로 가는 공사 차량의 출입을 막았다. 광신월드 사람들과 마을 아낙네들 간에 투석전이 벌어져 아낙네들이 다치자, 뒷짐을 지고 수수방관하고 있던 마을 남정들도 가세해 골프장 건설 반대 투쟁은 더 뜨거워져 갔다. 다부쳐 보이는 몸집의 면장이 나와 둥근 턱을 들어 골프장이 건설되면 마을이 발전한다고 설득했다.

"발전 좋아하시네. 우릴 문문하게 여기는가 본데, 면장 너 이놈, 골프장 회사서 돈을 얼마다 받아 처먹었느냐. 받아 처먹는 거 좋아하면 이거나 처먹어라." 면장에게 눈총을 쏘고 있던 작은아버지는 시악을 쓰며 똥바가지를 그의 머리에 들이부었다.

-- 본문 79쪽, '일요일을 지킵니다' 중에서


::추천글

김종성은 태백산 탄광촌에서 평지돌출하여 문학 광부로 새롭게 일어선 입지전적인 소설가다. 기층민의 찌든 삶에서부터 우리 사회의 심각한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 세태를 채굴하는 그의 문학 지질학 탐사는 줄기차고 끈질기다. 이 세대가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는데 그는 지진 운동의 징후를 냄새 맡고 있다. 그의 문학은 열목어의 몸부림이었으나 이제는 그의 소설 문장들이 온갖 강추위와 칼바람을 이겨내는 백두대간의 진달래꽃잎들이다. - 박태순 (소설가)

지금까지 한국의 생태 담론(문학 비평)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생태 소설을 논하는 평론가나 연구자들이, 소수의 텍스트를 전범처럼 여기면서 계속 그 진미를 우려내는 좋지 못한 끈기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체고 답습이고 창의력 없는 진보였다. 김종성의 소설은 이러한 답보적 상황으로부터의 탈출을 생각하게 한다. 나는 그의 문학이 생태 문학의 대안 중 하나라고 판단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직하고, 획기적이지는 않지만 천천히 나아가는 집요함이 있기 때문이다. - 김남석 (문학평론가)


::차례

작가의 말

연리지가 있는 풍경
일요일을 지킵니다
열목어
버력산
용 울음소리
나비를 찾아서

해설 : 건강한 편견 - 김종성의 생태 소설론 / 김남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