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순우리말 연구 5년의 결실, 유형종의 장편소설 [그러나 낯선 당신]
(푸른사상, 2004년 10월)

순수한 영혼이 현실을 둘러메치다. 현대의 엄혹한 삶을 견디며 우리가 꿈꾸는 것은 무엇일까? 무작정 달리기만 하는 우리 生의 끝엔 무엇이 있을까? 우리의 붉은 상처를 싸매줄 푸른 기억은?
‘진실, 달려가는 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 느릿느릿 굴러가는, 자연스럽고 옹근 생의 황홀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다시 한 번 듣고 싶다. 하루살이의 눈알 속에도 숨쉬고 있는 푸르고 아릿한, 물빛 그리움을 다시 껴안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죄 속에 머무는 영혼이라도 찾아, 내 순수한 영혼을 구하리라. 순수를 되찾을 수만 있다면 평생, 개가 되어도 좋으리라. 순우리말을 5년간이나 연구한 작가가, 속도와 물질에 젖어버린 현대인에게 다시 던지는 부드러우나 억센 질문! 순수와 현실,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대 지식인의 고뇌를 고대 신라시대의 화랑 우랑과 그의 연인 우사녀의 아픈 사랑이 승화된 석상 설화와 연계시켜 묘파한 지식인 소설 혹은 연애 소설

책 속으로
"몸매들이 이쁘구나!"
"어머 뻔뻔하셔라."
"뻔뻔한 건 시대니라"
아이들이 킥킥거리었습니다.
"우리 교수님 또 나오시네."
"무슨 소리야, 툭툭 던지는 말씀이 시(詩) 같지 않니?"
……
뻔뻔한 게 정말 이 시대일까. 이사장에게 돈을 건네주던 당숙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몸을 감싸며 너불대던 부패의 검은 혓바닥. 내동댕이쳐진 채 울고 있던 푸른 순수. 그러나 절대적 강자의 품에 수굿이 안기어 감미로운 생을 씹고 싶은 모순된 욕망. 나는 머리를 싸쥐었습니다.
'아내가 나를 버렸으므로 나도 세상을 버렸다.'
'아버지 때문에 내 인생이 절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그런가? 나는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맥살 없이 살아온, 그 숱하게 주인을 구하고 장엄한 죽음을 택한 영화 속의 견공(犬公)들만도 못한 내 인생을 되새김질하며, 나는 중얼거렸습니다.
"시대보단 무뎌져 버린 가슴탓이 크나니."
한미영이의 눈길이 사모와 존경으로 빛나는 걸 모른 척하며 나는 다시 빛나는 여체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폭포수같은 긴 머리의, 피처럼 붉은 입술을 한 늘씬한 모델이 특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싱싱하고 붉던 아내의 입술. (p. 52. 2. 강렬한, 그러나 낯선당신, 중에서)

유형종강원도 횡성군 강림면 산막골에서 태어났으며, 강원대학교 영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4년에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회색의 저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같은 해 12월에 창작집 <회색의 저편>(오늘의문학사)을 낸 바 있다. 문학공부를 위해 따로 한국 방송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상지대 등에 출강하면서 치악산 기슭에서 작품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디어리뷰
*전라일보: 소설가 유형종씨의 장편소설 ‘그러나 낯선 당신’이 나왔다. 푸른사상에서 나온 이 소설은 김주만이라는 국문학 전공의 대학 교수를 축으로 근대화 물결 속에 잘못된 정치사회의 소용돌이를 겪으면서 비판적 지식인으로 성장, 대학교수가 되지만 시장터로 변한 사회는 더 이상 진정한 신념을 요구하기 않는 세태의 흐름을 주인공을 통해 고발하고 있다.
뛰어난 어휘력이 돋보이는 글들은 수려한 문체를 통해 소설읽기에 대한 재미를 한층 높여놓고 있으며, 탄탄한 문장력 또한 저자의 소설에 대한 공들이기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회색의 저편’등을 발표한 바 있는 저자는 현재 상지대 등에 출강하며 작품에 몰두하고 있는 작가군으로 민족문학작가회의 강원지회 부지회장을 맡고 있다. - 이상덕 기자.

*경상일보: 그러나 낯선 당신=소설가 유형종(47·강원작가회의 부지회장)의 첫번째 장편소설. 가난한 주정뱅이 아들로 지방대학 국문과 교수가 된 주인공 김주만,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모진 시집살이를 겪다 자의적 교통사고로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아내, 아내를 닮은 수아, 학교 조교 김나영을 중심으로 순수와 현실,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대 지식인들의 허물벗기같은 삶을 풀어냈다. 신라시대 화랑 우랑과 그의 연인 우사녀의 불륜이 승화된 "석상설화"를 등장과 감창소리, 앙궈두다, 메부수수, 야수다, 발맘발맘 등 낯선 우리말을 만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시인 박세현씨는 "독자를 흡입하는 문장력과 서사의 긴장감이 겹으로 놓여 있는 소설"이라며 사랑의 전설만 남는 현실에 바쳐진 몽환의 롱테이크"라고 평했다. 푸른사상. 319쪽. 1만원. - 경상일보

*한겨레신문: 그러나 낯선 당신=한국전쟁에서 아들을 모두 잃은 시아버지의 모진 시집살이에 고통받는 아내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사이, 그 아내를 닮은 시각장애우 소녀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를 주인공 삼은 소설. 진보와 보수, 순수와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 시대 지식인들의 고통을 신라시대의 화랑 우랑과 그의 연인 우사녀의 석상 설화와 연계시켜 잘 녹여냈다. 유형종 지음. -푸른사상/1만원.ⓒ 한겨레

*경남신문: 그러나 낯선 당신= 유형종 지음. 순수와 현실.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대 지식인의 고뇌를 신라시대의 화랑 우랑과 그의 연인 우사녀의 석상 설화와 연계시켜 그린 소설이다. 푸른사상刊. 319쪽. 1만원

*전북일보: 역사의 질곡과 몽환적 현실로 대표되는 두 여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주인공. 순수와 현실,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대 지식인의 고뇌를 고대 신라시대 화랑 우랑과 그의 연인 우사녀의 석상 설화와 연계시켰다. 유형종씨의 두번째 소설집. 푸른사상 펴냄/1만원

*영남일보: 그러나 낯선 당신(유형종 지음, 푸른사상) 순수와 현실,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대 지식인의 고뇌를 고대 신라시대의 화랑 우랑과 그의 연인 우사녀의 석상설화와 연계시킨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