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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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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여덟 번째 시집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창비239, 2004년 9월)
안도현씨의 시들은 주관과 객관의 경계를 지우고 객관을 주관 쪽으로 적극 끌어들이는 움직임을 통해 빚어진다. 아니, 그렇게 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그의 시들에서 주관은 객관 속으로 들어가 그것과 일체가 되는 양상을 보인다. 그가 풀과 나무와 새와 강물을 시로 쓸 때, 그는 그것들에 ‘대해’ 발언하는 데 머물지 않고 차라리 스스로 풀과 나무와 새와 강물이 되어 그들의 노래를 부르고 그들의 울음을 운다.
시인(詩人)을 시인(視人)이라 할 때 그것은 사물의 표면을, 보여지는 대로 본다는 것이 아니라 그 감추어진 이면을, 뒤집어서 본다는 뜻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러할 때의 ‘본다’는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이며 적극적인 행위가 된다. 그리고 그 행위는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의미 생산의 기제가 되는 것이다. 안도현씨의 시들은 뒤집어 보기에 의한 의미 생산이라는 점에서 시작(詩作)의 교과서와도 같은 면모를 보인다. 예컨대 모기장을 사이에 두고 나방이며 풍뎅이며 매미들과 대치하고 있는 자신을 가리켜 “영락없이 모기장 동물원에 갇힌/나는 한마리의 슬픈 포유류”(<모기장 동물원>)라 이르는 것은 전형적이다.
안도현 1961년 경북 예천 출생.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한 이후,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그대에게 가고 싶다》《외롭고 높고 쓸쓸한》《그리운 여우》《바닷가 우체국》,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짜장면》《증기기관차 미카》를 펴냈다. 그리고 산문집으로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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