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어쩌면 엘리스가 다시 출현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에 만나게 될 엘리스는 마술적이고 동화적인 상상력으로 창조한 소녀의 모습이 아니다. 해서 이 시집에는 숲 속 지하 동굴의 세계라든지 외투를 입고 회중시계를 꺼내 보는 토끼나 미치광이 모자장수, 체셔고양이 같은 건 없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계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캐릭터와 상황들이 이 시집에서 다루는 모티브들이다. 당겨 말하지만 시인 고경자에게 있어 엘리스라는 존재는 판타지나 허구의 서사가 아니라 ‘고독’의 다른 이름으로써의 위상을 갖는다. 그러면 우리는 이번 시집을 통해 ‘고독’의 어떤 국면과 대면할 수 있는가. 가령 이것이 한 편의 드라마라면 우리는 애써 그것이 내재하는 서사를 이끌어갈 주인공을 호출하게 된다. 선글라스를 낀 채 바람에 스카프를 휘날리는 한 여성이 공항에 나타났다. 한 손에는 패스포트 다른 한 손에는 바퀴가 달린 커다란 트렁크가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다. 애석하게도 여인의 일생에 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하는 ｢위기의 여자｣ 모니끄도 여기엔 없다. 혹시 이런 장면을 상상했다면 독자로서 우리는 가도 너무 간 것이다.
-김관용(시인)

▶ 목차

1부

자작나무 숲에서 - 17
골든타임 - 18
저녁 아홉시 - 20
악수 - 22
아무것도 아닌 - 24
동백, 그 꽃 - 26
고사목 - 27
골목길 - 28
후유증 - 30
개미 - 32
한 끼 식사 같은 - 34
소낙비 - 36
12월 31일 - 38

2부

눈송이들 - 43
잠들 수 없는 밤이 계속되고 - 44
새벽이라는 그림자 - 46
스파게티 - 48
오른쪽에 대한 보고서 - 50
재개발 - 52
네모를 찾습니다 - 54
일요일 - 56
슬픈 이야기 - 58
책에 대한 잡생각들 - 60
사랑에 접근하는 방식 - 62
몽상가들 - 64
저녁 무렵 커지는 빈틈은 - 66
백조의 식사 주문법 - 68

3부

머피의 법칙 - 73
시간의 편지 - 74
여름 소나기 - 76
아버지의 재봉틀 - 78
만원 버스 - 80
마흔 아홉 - 82
망각의 늪 - 84
발가락 - 86
파라다이스 - 88
블랙스완 - 90
멘델의 법칙 - 92
끝물 - 94
눈물이 주르르 - 95
모닝커피 - 96

4부

당신이 참 좋습니다 - 101
나는 착한 도둑입니다 - 102
말들 - 104
구름이 필요해요 - 106
분리수거일 - 108
이니 헤어 - 110
어미라는 이름 - 111
금강호에서 - 112
진화 - 114
청춘 - 116
노트의 비밀 - 118
눈꽃 - 120
끝이라는 말 - 122

해설 / 김관용(시인) - 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