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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胡蝶夢
- 사건의 순서
김예강
봉쇄된 초록처럼 폭염이 뒤덮고
묘지 사이로 난 길에 막 다다랐고
여름날, 풀이 무성한 무덤과 무덤 사이 한 사내
두리번두리번 무덤과 묘비를 기웃거렸고
골목과 골목을 지나 우물을 지나 골목을 또 지나
교회의 뾰족탑이 보이면 첫 번째, 감나무가 돌멩이 던지는 소리로
생감을 떨어뜨렸고
우리 집 대문인지 남의 집 대문인지 기웃거렸고
무덤 사이 저 사내 춤사위를 좀 보십시오
사내 옮기고 옮겨 가는 저 초록 그늘
무덤 사이 나비 저편, 한 호흡,
파르르 흔들고 가는 천 년 전 고택의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엎드린 두 팔 두 다리 눈 코 입 얼굴 바닥에 파묻고 종신서원을 막 마치고
찢어진 종이처럼 식구들이 사방팔방 흩어지고
저 오수에 곯아떨어진 무덤들, 스러진 풀이 스러진 풀을 만지고
무덤 사이에서 가족이 생기고 실에 연결되어 동작되는 인형들처럼 각자의 방을 가지고
나는 어디에서 왔나요
이 배꼽 같은 무덤들을 보아라
우리는 기록된 사람들이지
까만 눈은 반짝이고 볼은 볼그레해졌고
도서관 4층 여성 전용 열람실 칸막이 속 얼굴을 파묻은 번데기
오동나무 아래 5분
무덤을 한 권 대출하고 반납하는 사이
성묘를 끝낸 한 사내와 아름다운 아내와 어린 아들이 나풀나풀 무성한 풀밭 너머로 날아나가고
누가 돌 속에 잠들어 있나요
김예강
누가 돌 속에 잠들어 있나요
꼬리 잘린 도롱뇽…… 피라미…… 향유고래 아기인지, 어느 공룡 새끼인지……
엄지만한 작은 돌, 백담사 앞 백담계곡에서 우연히 얻어
컴퓨터 앞에 두고 몇날 며칠 봅니다
누가 이 돌 속에 잠들어 있나요
머나먼 별, 별똥별이 떨어져 생긴 돌
돌 속에 물고기가 눈을 반쯤 뜨고 깨어나고
돌 속에 아기향유고래가 모로 누워 있고
돌 속에 공룡이 막 돌 밖으로 걸어 나오려 해요
야광나무 까만 열매 밤마다 절 뜰로 나와 돌덩이 몇 개풀칠하고
물 속 물고기 물 밖 돌 위에 누워 별들에게 귀 기울이는 밤
백담사 백담계곡 돌밭, 객들이 돌덩이로 탑을 심심찮게 쌓고 있었다지요
백담사 만해우체국이라도 할까보아요
당신이 놓아둔 돌 위에 모나지 않은 가장 납작한 돌을 찾아 나도 얹어 둡니다
백담계곡 돌멩이에 한 몸 다 얹은 채
반쯤 물고기인 채 반쯤 돌이 된 채 나도 잠듭니다
입추의 백담계곡 숲, 잎들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는 신록이었다지요
밤낮 어디선가 똑같은 자장가가 계속 흘러 나왔다지요
누가 돌 속에 잠들어 있나요
약력: 2005년 <시와사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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