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작품 전체 시 소설 아동문학 에세이 북한문학 은수저 조회 3580 제목 [시] 이영주/ 그녀가 사랑한 배관공 이름 관리자 그녀가 사랑한 배관공 이영주 욕실 창틀에 검은 박쥐가 붙어 있다 오래된 배수관처럼 끓어오르는 심장에 손을 대고 그녀가 훌쩍인다 몸속에서 수만 마리 박쥐 떼가 날아오른다 그녀는 배수관을 툭툭 친다 구루룩구루룩 심장을 두드리는 저 새까만 날개들 이제 배수관 따위에 말하는 것도 지겨워 그녀는 차가운 얼굴을 타월에 부빈다 이 시기가 지나면 박쥐들은 떠나갈거야 날개를 접듯 처진 가슴을 웅크리고 그녀는 천천히 몸을 기울인다 마모된 배수관이 아무렇게나 심장 속에서 구른다 이런 집, 태양이 없는 곳에서도 달이 뜨는지 늙은 배관공은 지하방 너머 왼쪽 골목 첫 번째 건물에 앉아 있다 밤마다 둥근 달이 떠오르면 그는 덧문을 닫아걸고 사라진다 평생 잘린 날개들을 치워왔다 타일바닥에 주저앉아 그녀는 오래 전에 쓴 편지를 떠올린다 첫 문장을 천 번 고치면서 그녀는 천 번을 퍼덕거렸다 드디어 완성된 천 번의 문장들이 골목을 건너간다 밤은 아프고 잔인한 체위 낡은 배수관에서 물이 넘쳐요 새까만 얼굴을 하수구에 파묻고 그녀가 구루룩거린다 이 지하에 숨어 있는 수많은 동굴들 좁은 욕실에 쪼그리고 앉은 검은 박쥐가 조용히 운다 한 생애를 흘려보낸다 이영주 2000년 문학동네 문예공모로 등단. 본회 회원. 로그인 하신 후에 의견을 남겨주세요.

시   이영주/ 그녀가 사랑한 배관공 관리자 2005.03.15. 3581 220 소설   김서령/ 역전다방 관리자 2005.03.11. 6892 219 시   박 철/ 벽오동 관리자 2005.03.07. 3744 218 시   손세실리아/ 압점 관리자 2005.03.01. 4238 217 시   전기철/ 까치눈 관리자 2005.02.22. 3984 216 시   박형준/ 춤 관리자 2005.02.15. 4264 215 소설   천명관/ 프랭크와 나 관리자 2005.02.11. 10596 214 시   김사인/ 30년 관리자 2005.02.07. 3923 213 시   정희성/ 흔적 관리자 2005.01.31. 3906 212 시   박제영/ 진화論 관리자 2005.01.25. 3326 211 아동문학   이가을/ 구두 관리자 2005.01.24. 5553 210 시   이덕규/ 칼과 어머니 관리자 2005.01.17. 3685 209 소설   서성란/ 당신의 몸 관리자 2005.01.10. 8453 208 시   배재경/ 붕붕 파리떼 관리자 2005.01.10. 3431 207 아동문학   박상규/ 통일을 기다리는 사람의 꿈 관리자 2005.01.03. 6264 206 시   김경윤/ 땅끝에서 새벽닭 울음소리를 들어라 관리자 2005.01.03. 3889 205 시   홍일선/ 시를 써서 세상을 그만 속이자 관리자 2004.12.27. 3575 204 에세이   신현림/ 잃어버림과 되찾음 관리자 2004.12.25. 5510 203 시   조수옥/ 쇠똥구리 관리자 2004.12.20. 3657 202 아동문학   김성범/ 막사발 관리자 2004.12.17. 5557 201 시   김 근 / 홀딱 벗는 이 할애비 좀 보아요 관리자 2004.12.13. 3713 200 소설   이상섭/ 그곳엔 눈물이 모여 산다(1) 관리자 2004.12.09. 5669 199 소설   이상섭/ 그곳엔 눈물이 모여 산다(2) 관리자 2004.12.09. 4299 198 아동문학   이상화/ 참깨나무 들깨나무 관리자 2004.12.06. 7040 197 시   이한걸/ 북면 온천에서 관리자 2004.12.06. 3625 [이전 10개]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다음 1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