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별을 보다
혼자라는 것은 가난하고 외롭다는 뜻이지. 그러나 패배라는 의미는 아니야. 혼자서 세상을 살아갈 때 외롭고 가난하여 힘들 때 그 혼자를 위로하는 방법이 있지. 혼자가 아니면 절대 할 수 없는 것이 있지. 그게 뭘까, 밤에 우러러 혼자 별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혼자서만 별을 보아야 들을 수 있는 별의 음성, 들을 수 있겠니. 혼자라는 것은 외롭고 가난하다는 뜻이지, 그러나 그것이 패배를 의미하지는 않아. 모든 별들이 혼자 태어나 혼자 돌다가 지상의 내 눈과 마주쳤을 때, 들을 수 있는 소리는 나 혼자 있을 때뿐이야. 그 별의 소리를 들었을 때, 너는 혼자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지. 외롭다고 가난하다고 절대 투정부리지 않는 너의 모습을, 네 스스로 알게 되는 것이지.
복력
아내는 생일에 줄 선물이 없다면서 선물 대신에 내 나이에 맞는 숫자만큼 뽀뽀를 해 준단다. 그래서 나는 생일 선물로 내 나이에 맞는 뽀뽀 세례를 받았다. 이것은 사랑인가, 정분인가, 추문인가. 아내는 생일날 내가 보낸 문자에 답장을 주지 않았다. 답장을 줄 때마다 당신에게 연연하는 모습이 된다면서, 심적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일부러 답장을 하지 않았단다. 그러면서 원한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답장을 보낼 수 있다면서 깔깔 대소를 짓는다. 내 생일날 미역국을 끓여 줄 수 있는 유일한 여자, 그게 아내다. 아내가 있는 한 내 생일은 의미가 있다. 별것 아닌 생일이 아내가 지어 주는 밥 한 그릇 국 한 그릇 그리고 아내의 깔깔 웃음으로 특별한 날이 되었다. 정말 별거 아닌 생일마저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아내의 복력이 놀랍기만 하다.
눈물 너머에 시의 바다가 있다
눈물 너머에 시의 바다가 있다. 그러니 아무나 시를 얘기하지만 그러나 아무나 시를 쓸 수는 없다. 모두 눈물을 얘기하지만 똑같은 눈물이 아니라 눈물의 온도가 있으며 삶을 사랑하는 만큼 눈물의 온도도 차이가 있다. 사랑하는 이가 많을수록 흘리는 눈물의 온도가 뜨겁다. 세상이 그나마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것은 누군가 누군가를 위해 고민해 주고 사랑하며 흘려주는 눈물이 있으며, 그 눈물바다가 이 어둠을 조금씩 녹이며 밝은 아침으로 인도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없다고 하지 말라. 너를 위해 흘리는 눈물 너머에 나의 뜨거운 시의 바다가 있다. 너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의 배가 닻을 내리고 돛을 준비하고 있는 바다가 있다.
※ 나정욱 시집, 『눈물 너머에 시(詩)의 바다가 있다』에 실려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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