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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회
팽개쳐져 나뒹구는 실뿌리를 보았다
조 재 도
웬만큼 비껴 섰다 싶었는데
안간힘 써 겨우 자리 잡았나 싶었는데
보았다, 반도에 위태롭게 뿌리내린
나의 실뿌리, 폭우에 할퀴어 갈
민들레 뿌리
양키, 너희 그 광포한 손이 흔들어대기까지 잠시 잊었다
그때 하늘엔 눈이 내렸다
병아리 부리만한 싸락눈 싸륵싸륵 내렸다
나는 오도도 소름 돋았다
그렇게 소식은 날아들었다, SOFA 위
*너희는 무죄였다
안하무인
오만방자 앞에, 갑자기
나는 심란하고 뜨악해졌다
해금 같은 명주실 같은
어떤 흐느낌이 나를 옥죄었다
실뿌리 몇 낱 땅에 박고 흙의 길 넓혀가던
내 생의 웅덩이가 파헤쳐졌다
그렇게 늘
당하면서 또
잊는다
반도의 남쪽언제든지 팽개쳐져 나뒹굴
뿌리엔 꿈꾸다 만 눈망울이 달려 있었다
*2002년 6월 13일 훈련 도중 여중생 효선이와 미선이를 장갑차로 치어 죽인 미 관제병 페르난도 니로 병장과 운전병 마크 워커 병장에게 그해 11월 22일 무죄 평결이 내려졌다.
조재도:시인, 소설가.대전충남지회 회원. 시집 '쉴참에 담배 한 대(실천문학)' '그 나라(세계사)' 소설집 '지난 날의 미래(푸른나무)' 외.
처음 올린 날: 2002년 12월 9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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