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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유형종, 첫 번째 장편소설 <그러나 낯선 당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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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횡성 출신 유형종 `그러나 낯선 당신'

[강원일보 2004-11-01 00:03]

　-"순수해지고 싶다. 하지만..."

　사랑은 봄날의 들불처럼 무섭게 우리를 덮친다. 감기처럼 다가오는 사랑에는 때가 없기 때문이다. 흔히 그렇듯 무균질의 촌스런 사랑은 무섭고 대책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궤도를 벗어난 사랑은 무장무장 아프고 버겁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자욱한 안개 속에서 우리들의 열애는 뿌옇다. 그 순간 뜨겁던 사랑은 차갑게 `낯선 당신'으로 돌변한다.

　소설가 유형종(47)의 첫번째 장편소설 `그러나 낯선 당신'도 그렇다. 가난한 주정뱅이 아들로 지방대학 국문과교수가 된 주인공 김주만은 정신병원에 입원한 아내에게 면회를 거부당한 후 눈 먼 소녀 수아를 만난다. 첫 인상이 낯설지만 강렬한 수아는 아내를 닮아 있다. 주만은 아내를 소녀처럼, 소녀를 아내처럼 착각하며 현실적 혼몽에 빠져 무디어져버린 자신의 영혼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가슴 속에 내재된 순수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정작 주만의 이같은 형이상학적인 고민은 조교 김나영과 관계를 맺으며 형이하학적으로 해결되는 모순을 보여준다. 진보와 보수 사이 선택을 거부하는 이 시대 지식인의 전형이라고 해야 할까. 특히 작가는 연세대 원주캠퍼스 호수와 거북섬의 석상을 모델로 신라시대 화랑 우랑과 그의 연인 우사녀의 불륜이 승화된 `석상설화'를 등장시켜 독자들에게 친밀감을 더해주고 있다.

　시인 박세현씨는 “독자를 흡인하는 문장력과 서사의 긴장감이 겹으로 놓여 있는 소설”이라며 “사랑은 없고 사랑의 전설만 남는 현실에 바쳐진 몽환의 롱테이크”라고 평했다. 유씨는 “이념의 세대를 지나 다양성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 지식인들의 허물벗기같은 삶을 그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횡성출신으로 강원대 영어교육과를 나온 유씨는 지난 1994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회색의 저편'이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현재 민족문학작가회의부지회장으로 활동하며 원주고와 상지대에 출강하고 있다. 푸른사상, 1만원.

<鄭明淑기자·brightms@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