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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최기종
세상에 문 아닌 것 없다.
여닫는 것도 문이고
들고 나는 것도 문이다.
세상의 흥망성쇠도
여닫는 문에서 내려지고
세상의 길흉화복도
들고 나는 문에서 다스려진다.
문이란 문이 관문이 되어서
추위나 맹수를 막아주고
겨자씨, 벌침 한방으로
광활한 우주를 열었고
거기 순백의 싹을 틔웠다.
천애로 세상에 나와서
얼마나 많은 문을 지나왔을까
감싸는 문이 있어서
발걸음에 힘이 붙었고
지키는 문이 있어서
개선의 첨병이 되었는데
꼬임인 듯 낯익은 목소리에
문을 박차고 나섰더니
까마득한 절벽이 기다린다.
피곤한 몸 누이고 싶어서
문 안으로 뛰어 들었더니
개미귀신이 으르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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