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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론
최기종
그는 여린 새가슴이었다.
누군가 기침소리만 내도
가슴이 뛰고 파문이 일고
말미잘 모근처럼 아파했다.
눈물샘이 커서
풀잎 하나 서걱이는 소리에도
여울목 흘러가는 강물소리에도
눈물바람이었다.
오지 않는 때를 기다리며
밤을 새워 귀 세웠고
호랑나비 춤추는 거리에서
찔레꽃 흐드러진 언덕에서
맥박이 뛰고 발이 붙었다.
남산골샌님처럼
남루한 차림새며
꼬장꼬장한 성질머리하며
뻣뻣한 머리 때문에
헛기침들의 눈총이 심했지만
노자 한 푼 없이도 천리를 가고
똥구녁 찢어지는 가난에도
기백은 낙락장송이었다.
그는 영원한 향심의 거울이었다.
무중력 바다를 헤엄치면서
외로움을 타기도 했고
하늘과 교통하면서
영혼을 먹고 자란 자작나무처럼
투명한 기름이 되기도 했다.
깡마른 알몸을 태워서
죽어서 새날을 여는
열사들의 나라
어둔 밤 초지붕 위으로
날아다니는 파아란 불덩이
직녀는 미(美)의 원단을 짰고
견우는 문(文)의 목축을 했다.
그리고 정신을 깨우는 칠석우(七夕雨)
차갑게 내리면
하늘의 계시처럼
말구유에서 아기예수가 태어났고
그는 팔각 흙집을 지었다.
천안(天眼)으로 창문을 내고
회초리로 다져진 조형물
마침내 시인이여, 이방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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