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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국작가회의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도종환 사무총장님의 긴 편지였습니다. 겨울비를 맞은 것처럼 깊게 마음속을 후벼 파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편지에 그늘이 담겨 있어 읽는 저로서는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습니다.
시절이하수상하다 보니 별 일을 다 겪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도종환 사무총장님의 고민이 더 커 보였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문화예술위원에서 보낸 공문 내용이 한국작가회의를 욕보이고 있다는 생각에 이르자 화나는 것 보다는 치욕스러움이 먼저 찾아들었습니다.
2천3백명의 회원을 가진 한국작가회에 소속되어 있는 제가 참으로 무능하고 부끄러운 존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생각에 이르자 스스로 우리들을 돌아보아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저의 단순한 생각은 딸아이가 배우고 있는 초등학교 2학년 수학 문제로 옮겨갔습니다. 2천3백명 회원 한 명당 한 달 회비가 1만원인데 얼마나 될까. 이 회비가 있다면 이런 굴욕을 당했을까. 겨울비가 오니까 말도 안 되는 별별 생각이 몰려왔습니다.
2009년 한국작가회의 총회 때 도종환 사무총장님이 회원들 회비 이체에 대해 말했지만 지금 얼마나 내고 있는지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회보에 나오는 명단을 보면 300명이 안 되는데 전체으로 600백 명 정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러 사정으로 회비를 내지 못하는 회원님들이 있다는 것은 십분 이해가 갑니다. 작가라는 것이 돈과 거리가 멀어서 생활이 다들 빈곤하고 힘들어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문제는 2천 3백명의 회원 중 70프로가 회비를 내지 않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작가들의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 정말 한 달에 1만원 내는 것이 힘이 들 수 있을 겁니다. 70프로의 회원들이 이런 현실에 처해 있다는 것도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오늘 한겨레 신문에 한국작가회의에서 문예진흥기금으로 받는 금액이 3천4백만원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문인단체가 이 정도의 진흥기금으로 문학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게 대한민국 문학 사업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이 돈이 없어 내일을 여는 작가, 세계작가화의 대화, 4.19 세미나 등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몰려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준비하지 못한 한국작가회의 현실이 답답합니다. 사실 이 정부에서 하는 일을 볼 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히 많았습니다. 이미 여러 시민단체들이 지원금이 줄어들었고 어떤 단체는 기금에서 배제되기도 했습니다.
편지에서 도종환 사무총장님은 대안을 이야기 해 달고 했습니다. 대안이 어디에 있습니까. 어떤 대안을 말해야 할까요. 고개를 숙이고 3천4백만원을 받아야 할까요. 아니면 사업을 접어야 할까요. 답은 이미 나와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문예진흥기금의 정책적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앞뒤를 돌아보아도 회원들이 풀지 않으면 답이 없습니다. 내일을 여는 작가나 세계작가화의 대화, 4.19 세미나 모두 회원들의 몫입니다. 돈이 없어 회원들이 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시위 불참확인서/'/ 요구를 회원들 스스로 풀지 못한다면 그 자체로 이미 한국작가회의는 이명박 정부에 굴욕을 당했다고 보면 맞을 겁니다. 회원들이 나서야 합니다. 단 몇 사람의 회원들이 나서서는 안 됩니다. 지금이야 말로 회원들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것이 이 문제를 풀고 한국작가회의를 밀고 가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대전에서 김희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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