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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5
최기종
대궐로 가는 행길이 막혔다.
임금님의 홍색증 이명을 고친다고
마파람 막는 인의장막이 쳐졌다.
문지기가 겹으로 음원을 차단했고
고관들의 사인교가 산성을 쌓으면서
헐벗고 애끓는 백성들의 행길이 불통이다.
육조대로(六朝大路) 사대문이 막히면서
사통팔달(四通八達)하던 강물이 불어나더니
궐밖으로 역류하기 시작했다.
청계천 광통교, 수표교가 넘치면서
백성들은 답교놀이를 그만 두었다.
시전, 사전, 난전거리가 침수되고
집을 떠나는 이재민이 늘어났다.
문제는 임금의 귀마개 때문이었다.
성가시고 거슬리는 이명을 고친다고
고막을 때린다고 반동의 소리를 차단했는데
그것이 고스란히 궐밖사람들을 애타게 했다.
거리마다 높은음자리 소리꾼들이 늘어났다.
벽이란 벽에는 인내천 대자보가 먹칠되었고
시천주(侍天主)하라는 주문이 성벽을 넘어왔다.
입만 성한 포격전이 벌어지면서
임금의 귀는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꽉 막힌 입의 분신이 되어서
마파람은 물론 마이동풍까지도 색깔이라며 끌어 내렸다.
그러다보니 민루락(民漏落), 원성고(怨聲高)가 쌓이고.
비를 머금은 바람만 궐내에 흉흉했다.
시도 때도 없이 임금의 귓속을 파고 들어
위천주(爲天主)하라며 아픈 소리를 냈다.
소리들은 아무리 막아도 어디든지 갈 수 있었다.
대궐에서 마포나루까지 늘어선
아픈 소리들은 불가항력이었다.
임금도 아예 귀마개를 벗어 버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게 소리를 아프게 들어 주었더니
거짓말처럼 이명이 사라졌다.
막힌 강물도 원래대로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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