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자료 전체 소설분과 아동문학분과 시분과 젊은작가포럼 특별기고 칼럼 조회 1686 제목 [젊은작가포럼] [벽시]손세실리아/ 다시 격문을 쓴다 이름 관리자 첨부 손세실리아.jpg (42.7K) 다시 격문을 쓴다 손세실리아 자유와 평화의 나라 너희 아메리카여! 네가 군홧발로 깔아뭉개 으스러뜨렸던 건 내 아버지의 손목이다 자식들 먹이고 가르치느라 평생 볍씨 뿌리고 낫질한 농투성이 갈퀴손이다 이 땅의 밥줄이다 내 어머니의 허리다 갯벌 메워 논배미 다지느라 활처럼 굽어버려 기를 쓰고 용을 써도 펴지지 않는 가난의 등고선이다 팬티 속까지 소지품검사 받으며 퇴근하는 피엑스 일용직 우리 오빠 구겨진 자존심이고 장다리꽃 황토동산 솔부엉이들의 목구멍이다 황새울 들녘을 휘감고 흐르는 실개천의 똥구멍이다 숨통이다 박애와 인권의 나라 너희 아메리카여! 네가 고함지르며 밀치고 거꾸러뜨렸던 건 제발 농사만 짓게 해달라고 통사정하는 내 늙은 부모다 형제다 이웃이다 배추노랑나비 날개짓과 바람과 일상의 소소한 평화다 핵탄두와 장갑차와 최신예 F16기에 호미와 삽자루와 벽그림과 벽시로밖에 대항할 줄 모르는 힘없는 민간인이다 다윗이다 온갖 수사와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놓고 정작 어느 하나 이름값도 못하는 너희 아메리카여! 反자유 反평화 反박애 反인권 反평등의 나라여! 오늘 여기,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늙은 농부의 통곡 앞에서 피를 부르는 너의 육식성 탐욕을 고발한다 사월 제주와 매향리와 노근리와 효순이 미선이와 아프간을 다시 고발한다 한반도 곳곳의 알토란 같은 땅을 한 입에 꿀꺽하고도 한 뼘 농토마저 날름 삼키려드는 후안무치인 너여! 지나가던 개도 코웃음 칠 너희 미합중국 민주주의여! 지금 우리가 서있는 대추분교는 사선이다 벼랑 끝이다 싸움은 이제부터다 로그인 하신 후에 의견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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