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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켜들고
-미선이 효순이에게
강 영 환
너희 죽음 앞에 촛불을 든 손이
왜 이리도 떨리는가
너희 이름 부르는 입술이
숨도 제대로 못 내쉬는 내가
촛불이라니 아, 조국은
너희에게 해줄 것이 없구나
촛불 하나 지킬 힘이 없구나
그런 나라도 조국이라고
너희 작은 가슴속에 심어 놓고
나라 사랑의 길을 또박또박 걷고 있을 때
무한궤도의 질주가 너희를 부수었구나
그때 너희 조국도
미국 장갑차에 무참히 압사당했구나
입 닫고 살아오던 수천의 손들이
촛불을 켜고
미선이 죽음 앞에 섰다
효선이 죽음 앞에 섰다
그리고 미국의 패악 앞에 섰다
우리가 부르는 너희 이름이 지금은
조국을 대신한다
우리 가슴에서 민족을 살려내고
조국을 일으켜 세우고 있는 효선아
그리고 미선아
미국보다 더 미운 것이 조국이더라도
이 땅의 눈물은 믿어다오
침묵의 눈시울을 사랑해 다오
할 말 잃은 조국 앞에 촛불을 켜 들고
나는 소파 개정을 부르짖지 않겠다
효선이와 미선이를 살려내면 그뿐
그러지 못할 때는 가라
이 땅을 떠나라 그림자도 남김없이
더 이상 안하무인의 횡포를 묵과할 수 없느니
이 땅에 사람 있음을 느끼라
강영환 197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뒷강물》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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