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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괜찮아
김수열
우리나라 축구선수들이
월드컵 4강전에서 독일에게 지던 날
거리와 경기장을 가득 메운 붉은 응원단은, 그래도
대∼한민국! 대∼한민국!
더 큰 목소리로
괜·찮·아, 괜·찮·아, 했다
집에 앉아 오징어포에 캔맥주를 마시면서
나도 따라 그렇게 했다
그런데, 지금도
대∼한민국! 대∼한민국!
괜·찮·아, 괜·찮·아, 인가?
대통령의 아들은
부정한 짓 저질러 가막소 가고
대통령 후보 아들은
병역면제비리에 올가미 쓰고
힘 없고 빽 없는 죄로 자식놈 군대 보낸
이 땅의 애비 에미들, 에라이 니기미 씨펄
마른 가슴 안주 삼아 깡소주 털어놓을 때,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인가?
코큰놈들 말발굽에
여리디 여린 여중생 여지없이 짓이겨지고
다시는 그런 일 없게 하자며
효순이를 살려내라!
미선이를 살려내라!
목놓아 울부짖는 우리들의 조국 앞에서, 그래도
한결같이 입을 다문, 대∼한민국이여
천형처럼 퍼부어대는 물벼락에
산은 내려앉고 강둑은 무너지고 가야할 길도 허물어져
아, 한꺼번에 수장되어버린
옷이여, 밥이여, 집이여, 가난한 마음들이여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인가?
오늘도 여전히
괜·찮·아, 괜·찮·아, 인가?
김수열 1959년생. 1982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어디에 선들 어떠랴》《신호등 쓰러진 길 위에서》 산문집《김수열의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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