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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광과 참혹
김정환
전쟁의 반대는 평화가
아니고 일상이다 보라 이라크,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 강 사이
빛은 문명을 밝히지 않고 밤마다 포탄의
섬광이 다리 잘린 어린애를 드러낸다
두번째 섬광이 잘린 다리만 드러낸다
잘린 다리는 신음소리도 못내고
죽은 자는 아픈 것도 모르고
지구 반대편 대한민국 TV를 바라보며
일상을 버티던 나의 다리가, 6.25 전쟁으로 아프다
미국과 영국 정치가들은
다리도 없나, 참혹한 기억도 없나.
그래 `충격과 두려움`
그 옛날 앗시리아인들의 무기는 두려움이었다
다시는 대들지 못하게 만드는 두려움. 그 결과 앗시리아 제국은
흔적도 없다…이것은 앗시리아인 자신들이 남긴 기록이다
오라, 위대한 일상. 빛은 찬란한 빛으로 밤은 안온한 밤으로
오라, 위대한 역사. 제국은 제국의 멸망으로
나는 아픈 다리로 외친다
앵글로 색슨족, 이라크 침공을 중지하라
앵글로 색슨족, 이라크 침공을 중지하라
**2003년 3월 25일 작가회의 주최 종묘공원 반전집회에서 낭독
김정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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