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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면
-부시 친서
배재경
그대는 나의 뜨거운 우방국일세
오늘날 그대 집안을 일으킨 건
우리의 배려와 협력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일세
그대 몸조심하게
함부로 고래고래 소리치지 말게나
그러다 이웃들 놀래키면 어쩔 것인가
그리고 북쪽 친구들 너무 감싸안지 마시게
북쪽은 위험한 사람들의 공화국이지 않은가
우리 같은 평화주의자와는 다른 사람들일세
우리가 이라크 해방을 위해서 얼마나 고생한 줄 아는가?
나는 아메리카를 위한 일이라면 세상 그 어떤 불상사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네
중동이 박살이 나고 아프리카 사람들이 굶주림에 죽어가도 나는 꿈쩍 않을 걸세
그대가 무지하다 하여도 나는 좋네
그리고 바다 가운데 종이조각 같은 돌부리에 뭐 그리 난리질인가
너무 핏대 세울 거 없지 않은가
신경통은 잘못 다스리면 큰 병이 나는 법이네
다, 그대를 걱정해 하는 말일세
자네와 나는 목숨을 함께 한 친구 아닌가
요즘 무더워지는 날씨에 그대의 집을 지키는 우리 아이들이 고생이 많다네
그러니 내년에는 주둔비 좀 두둑이 올려주게나
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그럼, 그대만 믿네
그리고 그대도 내 집에 함 들리세
혹 내가 없더라도 섭섭다 말고 차나 한잔하고 가시게
그대 잘 알다시피 지구를 다스리는 게 쉽지가 않아 언제나 바쁘다네
아무튼 잘 버티고 살아보게나
배재경 : 1966년 경북 경주 출생, 1994년 <문학지평>으로 작품활동,
시집 <절망은 빵처럼 부풀고>, 부산작가회의 회원, seepo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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