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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책을 낼 무렵 아버지가 사고를 당했다. 소나무 우듬지의 전지작업을 위해 사다리에 올랐던 당신은 이십여 미터 높이에서 그만 추락하고 말았다. 나는 작가의 말을 쓰던 중이었다. 소설가가 소설만 쓰면 되지 작가의 말까지 쓴다는 건 군더더기에 지나지 않는 일인 듯해 머뭇거리던 중이었다. 서둘러 고향에 내려가 아버지를 큰 병원으로 옮겨 수속을 마친 뒤 나는 홀로 병원 앞 포장마차에 앉아 마찬가지로 다음날 수술을 위해 하루를 금식한 뒤 홀로 병실에서 잠들었을 당신을 생각했다. 어둠은 운명처럼 두껍고 완고했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예후를 지켜보다 서울에 돌아간 나는 작가의 말을 마무리지었다. 그 책이 나왔을 때 아버지는 고향의 작은 병원에서 요양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당신은 퍽 신기해했다. 하긴 머슴의 마을에서 나고 자란 당신의 자식이 감히 책이라는 걸 낼 줄이야 짐작도 못 했을 테니. 아버지는 책을 이리저리 들춰보았는데 기어이 어머니의 지청구를 먹고야 말았다. 눈도 안 뵈는 냥반이 뭘 본다요? 당신은 계면쩍은 듯 책날개를 들춰 거기 박힌 내 사진을 향해 히물쩍 웃는 걸로 갈음했다.
언제고 당신이 작가의 말을 읽게 된다면 거기에 우리가 말로는 나눌 수 없는, 그래본 적 없어 낯설 수밖에 없는 말들도 나누게 될 것이다. 소설이 별 건 아니지만 소설가에게 소설은 삶이다. 삶을 쓰는데 소설가가 완벽히 글 뒤로 숨을 수는 없다. 이를테면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다가도 슬며시 웃음이 나오는 때가 있다. 괴테도 동시대 다른 작가들을 험담하지 않고는 못 배겼던 거다. 책을 읽다 그런 대목을 만나면 이처럼 흠조차 인간적이어야 완전한 작품이 탄생하는 거라는 생각조차 들기도 한다. 완전한 인간이란 흠 없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적이기 위해 기꺼이 그처럼 흠집이 날 것을 감내할 줄도 안다는 뜻이려니 싶어서.
<2010. 0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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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in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