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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글을 쓸 수가 없다. 이렇게 써 놓은 뒤 한참을 우두커니 앉았다가 누군가의 울음에 이끌려 창가로 다가갔다. 한밤중에 들려오는 서럽고 서러운 사내의 울음이란 얼마나 기이한 것인가.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소리의 진원지를 가늠해보았다. 한참을 귀기울인 뒤에야 나는 울고 있는 사내가 근처 인쇄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라는 걸 알았다. 어느 나라의 언어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내가 알 수 있는 건, 저 사내가 자신의 근원과 마주하는 유일한 순간이 바로 지금이라는 것뿐이었다. 사내는 자신의 모국어로 울었다. 묻고 싶었다. 울음은 왜 그토록 닮았는지를. 왜 그토록 눈물은 전염성이 강한지를…. 사람이니까, 우리 모두 사람이니까. 그렇게 답하는 듯했다.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모두 사람인 것은 아니다. 이미 사람이었다고 해서 늘 사람으로 남으리라 장담할 수 없듯이 아직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사람이 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대를 사람이 아니라고 손가락질하는 이들은 대부분 이미 사람이기를 포기한 자들이다. 그러니 괜찮다. 존재의 조건을 넘어 사람이 되기 위해 고뇌해본 그대는 저기 사람이 가네, 라는 문장이 얼마나 지독한지를, 사람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얼마나 사람다워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그러니 더더욱 괜찮다. 그대의 그림자는 어둡지 않다. 사람이란 그늘마저 눈부신 존재이므로.
울고 싶다면 울어야 한다. 우니까 사람이다. 이빨에 짓눌린 입술에 피멍이 들어도 좋다. 아프니까 사람이다. 지금은 괜찮다. 그러나 그대 때가 되면 눈물을 그쳐야 한다.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일어서야 한다. 누군가 그대 곁에서 울고 있다면 손을 내밀어 그이의 눈물도 닦아주시라. 그리고 손을 내밀어 주시라. 가야 할 곳이 있으니. 다행히 사내는 자신의 모국어로 위로해주는 동료가 있었다. 창문을 닫았다. 저기, 사람들이 간다.
<2009. 5. 26 손홍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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