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 시인 약력
1995년 계간 <<시인과 사회>> 신인상 수상, 1998년 월간 <<신동아>> 제34회 논픽션 당선, 2000년 SBS 제2회 TV문학상 수상, 2006년 소설집 <<잘했어 흰털>> 발간
* 추천사(평론가 김봉진) 중에서
시가 시인의 내면 풍경을 보여준다면 이 시를 쓴 시인의 내면은 아직도 삶의 방황하는 흔적을 지니고 있다. 이는 머물 곳이 정해지지 않은 떠돌이의 심정이기도 하지만 또한 떠돌 수밖에 없었던 심정을 드러내 보여준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위로하듯 ‘공포란 그저/ 작아진 마음속으로 끼어든/ 바람난 벌거숭이 어둠일 뿐’(<유유상종>)이라고 속삭이며 자신과 이웃들을 위로한다. 그리고 시인의 마음속 풍경이 쓸쓸하듯 시인의 마음에 투영된 프라하의 풍경도 그래서인지 쓸쓸하게 제시된다. 아름답고 슬픈 역사의 현장도 오늘날 힘들게 살아가는 그네들의 삶과 대비되면서 더욱 쓸쓸함만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탓일까. 시 <징후>에서 보여주는 세상은 암울하기만 하다. 이제 세상은 100세 삶이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게임처럼 전쟁을 하는 시대가 되어가면서 인간조차 동물화 된 모습으로 제시된다. 그런 속에서는 신조차 제대로 쉴 곳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성모 마리아도 예수도 쉴 곳 없는/ 가는 곳마다 수리중인 고풍스런 성당만 있는/ 소문 무성한 유럽 어디쯤’(<징후>)에서 말세의 징후를 느끼는 것이다.
과거의 영광에 묻혀있는 도시 프라하에서 이처럼 시인은 영광스런 과거의 모습보다도 아프고 어두운 그림자만을 뒤쫓고 있다. 그래서 시인이 느끼는 아픔은 퇴락해가는 프라하 성의 낡은 모습으로 전이되기도 하고, 시인이 한때 머물렀던 ‘우 블라젠키’ 지역에서 사는 주민들의 힘든 일상으로 투영되어 나타난다. 이는 나그네 되어 떠도는 시인의 마음이 퇴락해가는 성처럼 나이 들고 힘 잃은 늙은이들의 마음과 연결되어 동화되거나 공유하게 되어버렸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일 것이다. 어쩌면 시인이 그린 나그네의 아픔은 이방인이 되어 떠도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이제 나그네 길에서 벗어나 고향에 돌아온 시인이기에 앞으로는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삶의 모습들이 더 많이 그려졌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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