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김 요아킴 시집 『왼손잡이 투수』

김 요아킴 지음

국변형판/136쪽/값 8,000원

발행일 2012년 10월 31일

ISBN 978-89-97318-25-4-03810

김요아킴 시인(본명:김재홍)은 1969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경북대 사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2003년 계간 『시의나라』, 2010년 『문학청춘』 제1회 신인상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가야산 호랑이『『어느 시낭송』이 있다. 한국작가회의와 부산작가회의 회원이며 현재 부산 경원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유년 시절의 동네야구를 잊지 못해 2004년 본격적으로 사회인 야구에 입문하여 지금까지 부산 노스리그의 ‘실버스타’ 팀과 북구리그의 ‘굿모닝’ 팀에서 선수와 코치로 즐겁게 야구를 하고 있다.

메일: kjhchds@hanmail.net

블로그: http://blog.naver.com/kjhchds (김요아킴의 ‘시야’)

『왼손잡이 투수』는 우리나라 최초의 야구시집이다. 야구를 대상으로 그린 시집이 아니라 야구의 내부에서 삶을 이야기한 시집이다. 그래서 최초의 ‘야구시집’이다. 어린 시절부터 야구를 좋아하다 아마추어 야구클럽의 선수가 되어 휴일이면 야구에 몰입하는 시인, 김요아킴. “공수가 평등하게 분배되는 야구”는 그에게 인생의 한 축도(縮圖)이다. 김요아킴은 직접 선수로 뛰거나 프로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할 때 그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위와 장면을 삶의 은유로 표현한다. 그는 야구를 통하여 인간의 한계와 비애, 희망과 기쁨을 노래한다. 또한 사회적 관계를 설명한다. 야구 속에는 의지와 고통, 정의와 불화, 우연과 필연, 공감과 배반의 경험들이 다 스미어 있다. 그는 야구장에서 배역을 부여받은 선수들이 서로 힘을 모아 승리를 염원하듯이 하나의 점들로 존재하는 개인들이 삶을 구성하는 모든 감정과 생각이 교차하는 사회 속에서 함께 소통하며 연대를 형성하는 장면을 꿈꾼다. 김요아킴은 야구를 하면서, 야구시를 쓰면서, 자주 희망이 절망이 되고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기도 하지만, 우연처럼 찾아드는 환희가 생을 긍정하는 에너지가 되는 경험을 잊지 않는다. “홈런”을 날려도 다시 시작한 장소로 돌아오고 말듯이, 그의 야구시는 매번 다른 과정이 만드는 삶의 두께와 깊이를 확대하고 있다.

-구모룡(문학평론가)

김요아킴 시인의 시 한 편 한 편엔 그의 유년시절에서부터 불혹(不惑)을 넘긴 나이까지의 야구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또한 그가 사회인 야구를 통해 직접 그라운드에서 흘린 땀을 토대로 야구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시대의 현실 문제와 함께 시로 형상화한 최초의 시도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의 야구 시편들은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한국에 야구가 소개된 지 백 년이 넘는 세월의 삶이 실루엣처럼 펼쳐져 있어 이를 통해 앞으로 우리의 야구 문화가 한층 더 풍요로워지는데 조그마한 보탬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

-허구연 (MBC 스포츠 플러스 야구 해설위원)

김요아킴 시인은 고등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이자, 구도(球都) 부산에서 사회인야구를 십여 년 가까이 한 열성 야구팬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자신의 소박한 야구경험을 꼼꼼하게 시로 옮긴 시집을 발간한다는 것에 프로야구 선수로서 무척이나 기대되고 기쁘기만 하다.

-김사율 (롯데자이언츠 투수, 주장)

시를 읽으니 마치 야구 경기의 한 장면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그래서『왼손잡이 투수』에 실린 그의 시 한 편 한 편이 소중하고, 또한 이 시집이 야구를 즐기고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유용한 지침서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민호 (롯데 자이언츠 포수)

정병근 시인은 다음과 같이 썼다.

야구 시! 김 요아킴의 이번 시집은 철저하게, 작정하고, 인생을 야구에 빗댄 시들로 채운 시집이다. 일찍이 야구(스포츠)와 인생을 접목시킨 몇몇 시편들은 보았지만, 이처럼 전면적이고 노골적인(!) ‘야구시집’은 이 시집이 유일하지 싶다. 필자도 야구를 하는 한 사람으로써, (나는 시인야구단 ‘사무사’의 선수이다.) 그의 시를 대하는 느낌이 각별한 데가 있다. 그는 야구를 구경하는 사람(관객)이 아니고 야구를 수행하는 사람(사회인 야구 선수)이다. 그런 만큼 그의 야구(시)에는 남다른 현장감과 땀 냄새가 배어 있다. 시 한 편 한 편마다 야구의 디테일이 살아 숨 쉰다. 야구의 온갖 국면 속에 인생이 들어있다. 야구를 통해, 시인은 집요하고 끈질기게 인생을 파고든다.

스포츠는 흔히 인생에 비유된다. 혼자 하는 운동이든 여럿이 함께 하는 운동이든, 스포츠와 인생은, 승리(성공)를 향한 집념과 노력, 기쁨과 좌절이 점철된 각본 없는 드라마를 공유한다. 특히, 축구와 같이 접촉성과 지향성이 강한 운동은 총성 없는 전쟁에 비유되기도 한다.

야구는 무척 정교한 규칙과 장치를 기반으로 한 운동이다. ‘치고 달리는’ 공격의 시간과, ‘던지고 받는’ 수비의 시간을 번갈아 수행하면서 승패를 가른다는 점에서, 공수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여타의 구기 운동과는 구분된다. 여기에 야구의 매력이 있다. 홈 베이스를 중심으로, 3개의 베이스를 거치도록 설계된 그라운드는 마치 인생의 축소판 같다. 홈베이스는 삶(인생)이 드나드는 ‘집’이고, 누상의 베이스는 각각의 삶(인생)이 거쳐 갈 ‘목표’이며, 베이스와 베이스 사이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길’임을 그대로 상징한다.

접점을 찾아야 해

달려오는 봄의 속도에 맞춰

정확한 탄성을 내지를 때

꽃봉오리는 탁 피어오르듯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허공을 가르는 배트의 원심력

(……)

생의 딱 한 번 있을 법한

주어진 운과

만들어야 할 노동이 행복하게 만나는 점

그 어떤 떨림도 없이

손맛을 찾을 때

타구는 달콤함을 느끼며, 하염없이

센터를 향해 날아갈 예정이다

- 스위트 스폿sweet spot 부분

만물이 펼치는 풍경은 서로의 시점(時點)이 교접하여 이루어 낸 ‘접점’의 세계이다. 각자의 시간이 서로 필요충분조건을 갖출 때, ‘접점의 순간’이 찾아온다. 접점의 순간은 어느 일방의 힘만으로는 이뤄낼 수 없다. ‘너’와 ‘나’가 도정道程하는 우연과 필연의 상호 작용 속에서 문득 찾아오는 것. 인생의 행복은 ‘너’와 ‘나’의 접점이 피워 올리는 꽃과도 같다. 대부분의 생명은 “생의 딱 한 번 있을 법한” 접점의 순간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부지런히 굴리며 나아간다. 야구에서는 공과 배트가 만나는 ‘히트의 순간’이 곧 접점의 순간이다. 시인은 이 히트의 순간을 “스위트 스포트sweet spot”(달콤한 지점; 필자 주)로 명명하고, 그 ‘달콤한 지점’에 닿고자 소망한다. “주어진 운과/만들어야 할 노동이 행복하게 만나는 점“은 요행과 왜곡이 지배하는 세계가 아니라, 정직한 노력과, ‘필연적인 우연’이 함께 북돋는 어질고 따뜻한 세계이다. 어쩌면 시인의 야구인생은 이 ‘딱 한 번의 접점’을 만나기 위한 긴 여정인지도 모른다. 시인은 그런 심정으로 야구를 하고 인생을 살아간다.

시인은 ‘입’으로 하는 야구가 아닌, ‘몸’으로 하는 야구를 사랑한다(「입 야구」 참조). ‘입’으로 야구를 하는 사람은 그 ‘입’만큼 실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야구는 ‘몸’이 하는 운동이다. 인생에도 이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 하루하루를 견실하게 다져가는 ‘몸의 삶’을 도외시한 채, 부의 화려한 겉모습만 쫒으며 ‘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오죽 많은가. 시인의 야구는, 유년시절부터 ‘몸’으로 다진 ‘정직한 야구’이다.

가진 거라곤/움켜쥔 주먹과/내달려야 할 허벅지의/여물지 못한 힘줄/내 힘으로 친 만큼/밟을 수 있는 베이스처럼/서로에 꼼수를 부리지 않는/조막손들의 최소한의 룰//유년 시절/동네 야구는 참 정직했다

- 「주먹야구」 부분

시인은 쉼 없이, 야구를 통해 인생을 갈고 닦는다. 야구에 임하는 김 요아킴 시인의 진지한 태도와 정직한 자세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