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책 소개>

궁금증 풀어 줄 사람 누구 없나요~
책 속 친구들은 궁금한 게 너무 많아요.
마을 어귀에 세워 두었던 표지판은 어디로 사라졌지?
항상 오줌을 누고 가던 또리는 왜 요즘 나타나지 않을까?
수박 한 통엔 씨가 몇 개나 들어 있을까?
소파 밑에서 나온 일 원짜리 동전으로는 뭘 샀을까?
지훈이네 화장실에 사는 유령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서 소곤거리는 책 속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김이구의 첫 동화집으로 꿈소담이 출판사에서 나왔다.

<수록 작품>

우리도 아파요
또리가 보고 싶어
궁금해서 못 참아
화장실에 사는 유령
바다 다시마 마당발

<작가 머리말>

환한 햇살 아래서 이야기를 들어 봐

일요일 날 나는 동네 공원에서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았어요.
그림뿐이 아니었어요. 종이를 오리거나 접어 붙인 것도 있고, 작은 나무토막을 쌓아 만든 건물도 있었어요.
공원 풀밭에 어린이 작품이 수백 개나 펼쳐져 있었어요. 동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그리고 만든 것이었어요. 그렇지만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어요. 아이들의 작품이 예쁘고 훌륭해서 아이들을 보고 싶었지만 볼 수가 없었어요.
요즘에는 아이들이 모두 공부방이나 유치원, 학교에 가 있기 때문에 동네에서도 아이들을 만나기 어려워요. 또 나는 아침 일찍 회사에 갔다 어두워진 밤에야 집에 돌아오기 때문에, 공원이나 길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가 없어요. 잘 보이지 않던 아이들이 어느 날 멋진 그림과 만들기 작품을 환한 햇살 아래 예쁘게 펼쳐 놓았듯이, 나도 우리 아이들 앞에 이야기 마당을 깔아 주고 싶어요.
그래서 여기 이야기 다섯 자루를 풀어 놓았어요. 책 속에서 소곤소곤 들려오는 목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보세요.
그리고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활짝 열어 보세요.

<언론 보도>

“유년동화는 상상을 마음껏 펼치는 공간”

-첫 동화집 ‘궁금해서…’ 펴낸 문학평론가 김이구씨

“전통적으로 아동문학과 성인문학이 분리돼 있고 문단에서도 소통이 단절된 편인데, 근본적으로 작가가 세상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차원에서 사실 서로 다르지 않습니다. 어떤 건 시로, 또 어떤 내용은 소설로 써야 어울리는 것처럼 동화나 청소년 소설로 써야 할 당위성을 갖는 내용이 존재하게 마련입니다. 좋은 유년동화에는 아이들이 읽어가며 생각과 상상을 펼칠 공간이 항상 존재합니다.”

문학평론가와 소설가로서 이른바 ‘성인문학’에 복무하다가 2000년대 들어 아동문학 평단과 창작 일선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김이구(51·사진)씨가 첫 동화집을 묶어냈다. 저학년용 동화집 ‘궁금해서 못 참아’(꿈소담이)에 수록된 5편의 동화에는 그가 소설과 문학평론으로는 담아낼 수 없었던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우리도 아파요’에서는 산속으로 난 도로를 횡단하다가 차에 치여 죽는 동물들이 늘어나자 동물들이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다. 어느날 교통사고 위험을 알리는 인간들의 표지판이 동물들의 마을 주변 도로에서 발견된다. 생명과 죽음, 생태계의 문제까지 건드리며 깊고 넓은 상상력을 동원하게 만들면서도 아이들의 수준을 고려한 배려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표제작 ‘궁금해서 못 참아’는 혼자 집에 남아 있어야 하는 아이가 집 구석구석을 뒤지면서 탐구심을 발동시키는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수박 한 통에 몇 개의 씨가 들어 있는지 일일이 세어보기도 하고, 소파 밑에서 희귀한 동전들을 끌어내 스스로 궁금증을 풀어가는 에피소드들이 전개된다.

“마해송, 현덕, 권정생은 동화 장르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걸작 유년동화를 남겼습니다. 요즘에는 몇몇 좋은 작가들의 다양한 모색이 반갑긴 하지만 이런 동화 장르의 특성을 잘 잡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저학년 동화집을 내면서 유년동화가 갖고 있는 매력을 새삼 느꼈는데, 유년동화를 더 쓰고 싶은 의욕이 생겨요.”

김씨는 1988년 ‘문학의 시대’에 단편 ‘성금’을 발표하며 소설가로 데뷔한 뒤, 1993년에는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으로 당선돼 소설가와 평론가의 길을 걸어왔다. 이후 2005년에는 평론집 ‘어린이문학을 보는 시각’을 펴내 평단의 논쟁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1991년부터 틈틈이 동화를 발표해온 그는 “사실 소설보다 먼저 동화에 관심을 가져 신춘문예 최종심에 오른 적도 있다”며 “동화는 소설에 비해 현실을 반영하더라도 격하게 부딪치지 않고 자기 안에서 좀 더 단순하고 따뜻하고 녹여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권정생의 ‘하느님의 눈물’, 린드그렌의 ‘엄지소년 닐스’, 필리파 피어스의 ‘학교에 간 사자’와 같이 아이들의 생활과 내면을 동시에 파고들면서도 간결함의 묘미를 지닌 동화를 쓰고 싶다”며 “그렇다고 소설을 포기한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조용호 기자
[세계일보] 기사입력 2009.04.03 (금)

<작가 소개>

1958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문학과와 서강대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문학의 시대』 4집에 단편 「성금」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고,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되어 평론가로 등단했다.
소설집으로 『사랑으로 만든 집』, 『첫날밤의 고백』, 평론집 『어린이문학을 보는 시각』을 냈고, 1991년 『통일은 참 쉽다』에 동화 「현수의 일기」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