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강기희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개 같은 인생들]
(화남출판사, 2006년 6월 26일)


2001년 <도둑고양이>로 5천만원 고료 제1회 디지털문학대상을 수상한 작가 강기희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린 인물들이, 성남 모란시장에 위치한 '희망여인숙'에 모여들어 겪는 비루한 삶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는 개발주의 시대, 배금주의 시대에 인간이 어떻게 무너져가는가에 대한 탐구를 보여준다. 또한 극도의 우울감과 좌절 속에서도 인간이 삶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를 진지하게 되물으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희망을 꿈꿀 권리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강기희 1964년 강원도 정선 출생. 1998년 「문학21」 신인상으로 등단. 2001년 <도둑고양이>로 제1회 '디지털문학대상' 일반소설 부문 당선. 지은 책으로 <아담과 아담 이브와 이브>, <동강에는 쉬리가 있다>, <은옥이>, <도둑고양이>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최승달이 술을 따르며 "술이 알딸딸해야 밤거리가 더 아름다워 보이는 법입니다" 하고 말했다.
"아름다움이라..."
문가가 중얼거리며 술을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맨 정신으로 밤거리를 보면 열밖에 더 받겠습니까? 그러니 같이 취하는 거죠. 아줌마도 취하고 아저씨도 취하고 영계도 취하고 자동차도 취하고, 그렇게 다같이 취하면 문제될 거 없잖아요."
"그렇게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수. 그러나 그런 중에도 맨 정신으로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나 같은 놈 하나 정도는 있어야하지 않겠수."
- 본문 189쪽에서


::작가의 말

오늘도 어김없이 해는 뜨고 진다. 뜨는 해를 바라보는 사람이나 지는 해를 등지는 사람이나 희망 없기는 마찬가지인 세상이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더 절망스럽다. 어쩌면 주어진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이처럼 힘겨운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면 답답증과 함께 멀미가 날 것만 같다.

희망 없이 그저 주어진 목숨만 부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직자가 그러하고 병들고 가난한, 이 땅에서 소외 받은 이들이 그러하다. 그들에게선 한줄기 빛조차 보이지 않는다. 문학이 그들을 위로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기에 이런 글이나 쓰고 있는 내가 더 한심스럽다.

그럼에도 나는 이 땅에서 실종되어버린 희망이라는 단어를 되찾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희망이라는 단어를 찾는 일은 좌초된 보물선을 찾는 일보다 더 힘들었다. 내게도 없는 희망을 누구에게 찾아 준단 말인가. 내 오만이 하늘을 찌르는 듯하여 부끄럽기 그지없다.

- 강기희


::추천글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망을 키우려는 강기희의 근원적인 생명력에 감사한다. 그의 건상성이 마침내 '오랜 시간 희망이 비어 있는 사회'에 안도감을 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 이경자 (소설가)

경기도 어디 옥탑방에서 도시를 견디던 작가가 문득 고향 동강의 푸른 물을 지키러 떠났다던데 그러는 사이 그는 어떤 절망을 만나고 어떤 희망을 만들어냈을까. 희망은 사실 절망의 덩어리를 싸안고 있는 얇은 보자기 같은 단어이다. 때문에 단돈 천원으로 숙식을 해결하는 희망여인숙은 '희망' 외에는 바라볼 게 없는 절망의 서사이다. 그곳에 모여든, 절망의 또다른 이름인 '사람들.' 그들 이야기는 해부되길 기다리는 시체의 입에 의해 시작되는데 귀기울이다보면 인생을 아프게 꿰뚫는 메스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희망의 또 다른 이름은 다시 '사람들' 아니겠는가. 작가가 이토록 모란시장 그 어두운 곳으로 찾아들어가 희망을 키운 것은 물소리를 꿈꾸기에 최적의 장소가 사막이기 때문일 것이다. - 한창훈 (소설가)

강기희 장편소설 <개 같은 인생들>은 희망이 부재한 자들 혹은 희망이 결여된 자들에게 삶의 쉼터이자 삶의 전환점으로,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게 하는 곳이지, 삶의 온전한 가치를 훼손하고, 삶을 위협하는, 그러한 곳이 결코 아닙니다. <개 같은 인생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우리들의 희망에 대해 다시 성찰하게 됩니다. 그리고 희망의 정수를 새롭게 발견하고자 하는 당신의 서사적 진정성, 그 오롯한 맛에 흠뻑 취해봅니다. - 고명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