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미얀마 오, 광주 Myanmar Myanmar Oh, Kwangju

  미얀마 군부 쿠데타 테러리스트들이 국민을 학살하는 만행을 지켜보며 시를 쓴 시인이 시집 『미얀마 미얀마 오, 광주 Myanmar Myanmar Oh, Kwangju』를 출간하였다.

  시집 속의 시인의 말이다. “방송을 통해 미얀마 사람들이 쿠데타 독재 세력으로부터 고통받는 모습을 보면서 연대의 시를 한 편 2월 10일 처음으로 쓰고 나서, 트위터에서 미얀마 사람들을 팔로워로 신청하였었다. 매일 끊임없이 전해지는 사진과 동영상은 그야말로 끔찍하고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고 비극이었다. 그것들을 보고 분노하며 5월 10일까지 쓴 것들을 모았다.……짧은 기간에 급히 쓴 글들은 살인의 현장에 있는 듯 오직 애도와 저항과 저주와 징벌의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고 그런 감정에만 충실했으므로 현장 고발의 즉시성만 앞선 작품들이라 생각한다.……구원의 헛되고 절박한 심정으로 목숨을 빼앗기는 미얀마 사람들과, 같은 고통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작은 한풀이가 되기를 바라며.”

  시인이 등록한 1인 출판사를 통해 2021년 5월 23일자로 간행한 종이 시집은 판매하지 않고 미얀마 사람들이나 관심 있는 사람에게 나누어 드릴 생각이며, 시집 간행의 흔적은 남기기 위해 한 인터넷 서점 전자책 코너에 등록할 예정이다.

  자유와 민주와 정의와 인권과 평화와 평등을 외치는 국민을 살상하는 미얀마 쿠데타 세력들을 향한 저주, 희생자들을 향한 애도, 물러서지 않는 저항 의지를 담았으므로, 군부 쿠데타 세력들의 폭력을 기록하고 증언하는 성격이 짙은 작품들은, 거친 표현이 많고 정화된 시적 언어의 범주를 넘어서는 경우도 흔하다.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울분의 표출로 국제 사회의 구원을 받지 못하고 죽어 가는 인류를 향한 어찌할 수 없는 절규로 보인다.

  가능하면 많은 수의 작품을 공유하기 위해 시인이 고른 작품들을 선보인다.

애도(哀悼)

먼 나라에서 총을 쏘아 사람을 죽이면

천만리 내가 여기에서 피 흘리며 죽네.

죽은 사람이 찾아와 내 총상을 어루만지네.

먼 나라에서 학살된 사람을 두고 어떤 이가 통곡하면

다음 생을 살던 내가 그때에도 함께 우네.

전생의 어느 울음소리 나를 불러 흐느끼게 하네.

오랜 훗날 먼 나라를 여행하다 나는 한 곳에 멈추네.

그 자리에 바쳐져 시들지 않는 한 떨기 꽃의 비밀

가슴속 핏줄 한 가닥 꺼내 뿌리를 만들어 심네.

열사의 부활

독재자 명령을 따라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군경을 향해

조금 전까지 군중과 함께 두려움 없이 나아가던 여성이

청년이 아저씨 아주머니 어린이가 흉탄에 맞아 숨졌다.

빼앗긴 민주 자유를 외치던 그의 입에서는 한줌 피가 흐른다.

그들을 막아서던 하수인들에게 쏘던 분노의 눈은 감겨 있다.

저 너머 숨은 독재자 향해 돌을 던지던 손은 다소곳하다.

그들의 입과 눈과 손은 살아 있는 사람의 가슴에 아픔을 남기고

이제 썩어 갈 것이다. 산 자의 울음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그러나

그들은 재빨리 빠져나가 다른 곳에 이미 살아 있다. 저기를 보아라

더 커지는 목소리, 거세지는 분노의 눈길, 무수히 쏟아지는 돌팔매질

저 속에 그들은 살아 있다. 그들의 죽지 않는 저항의 의지

한 걸음 한 걸음 대열을 이끌고 앞장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검은 그림자

밤이 되면 검은 그림자가 길거리에 무리 지어 나타난다.

긴 그림자를 끌고 다가와 철문이든 콘크리트 벽이든 마음대로

건물 속으로 잠입한다. 어디든 무단으로 흘러들 수 있는 능력

납치해 끌고 올 자들의 리스트를 낮 동안에 정하고 주소지를 찾아

냄새 맡으며 접근하는 거친 발자국 소리가 어둠 속에 울려 퍼진다.

문을 부수고 내뱉는 욕지거리들이 낮과는 다르게 변성되어

한층 더 끔찍하고 괴기스럽게 길거리를 흔드는 소리의 검은 그림자.

그들 일그러진 몸통마다 들려 있는 살인 무기의 검은 그림자가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자의 목을 겨누며 위아래로 흔들린다.

끌려 나온 사람이 그림자로 들리면 끌고 가는 데 성공하는 것

가로등 조명 앞에서 어김없이 무차별로 이루어지는 폭행

발자국 그림자 검은 군화로 무자비하게 가격한 뒤

네 명의 검은 그림자가 사지를 들어서 차에 던져 넣는다.

올 때와는 반대편으로 긴 그림자를 끌면서 사라지는 살인자들

어느 비밀스러운 골방에서 고개 숙이고 있는 한 사람을 두고

여러 검은 그림자가 고문을 가하는 현장에도 조명이 어둡다.

벽에 줄지어 있는 살인 도구들의 검은 그림자가 일어섰다가

바닥에 던져져 그림자를 잃으면 앉거나 서 있던 자도 쓰러진다.

길거리에서 쏘고 끌어온 자의 뱃속 장기를 뽑아내기 위해

길게 가르고 꿰매는 손길이 검은 그림자로 벽에 비치기도 한다.

살아 있는 자들이 햇빛을 받고 걸어 다녀야 할 길거리

간밤 그곳에서 검은 그림자들에게 체포되어 그림자로 끌려간 자들은

다음날 시체로 그 자리에 던져져 사람들의 눈에 발견된다.

검은 그림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던 가로등 불빛들도 꺼져

납치된 사람 행방을 모른 채 밤이 들고 검은 그림자들은 다시 온다.

추모(追慕)

강에 나가 물고기를 잡아 팔아서 가족의 생계를 잇던 가장

거리로 뛰쳐나가 외치다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아버지

영정 사진을 안고 아이가 처음으로 가장 긴 울음을 우네.

가족을 먹여 살리던 고기들이 찾아와 사진을 둘러싸고

아이의 눈물을 머금고 돌아가네. 서녘 노을 강물이 붉네.

가난한 집으로 돌아가다 군경에게 붙들려 맞아 죽은 청년

집으로 향한 길 중간에 그가 흘린 피가 흥건하네.

생전에 찍힌 발자국들 돌아와 그의 핏자국 위에 서 보아도

스며들지 않고 굳어 버려 살아날 수 없는 한 생명의 행방

그 자리에 뿌려 놓은 붉은 꽃잎들이 빛깔을 잃고 검어지네.

시위대 맨 앞에 서서 외치고 전진하다 저격당한 사람들

그들이 남기고 간 용기를 이어받아 뒷사람들 나아가네.

어지러운 총격에 대열이 흩어지고 모두가 돌아간 뒤에도

떠나지 않고 소리치며 앞으로 향하는 보이지 않는 무리

두려운 테러리스트들은 어둠을 조준 위협사격을 가하곤 하네.

우리는 하나다

미얀마 사람들

군부 독재자에 맞서

외치는 소리

언어는 달라도

그 뜻은 하나다.

미얀마 사람들

총칼에 맞서

분노하는 얼굴

나라는 달라도

그 표정은 하나다.

미얀마 사람들

정의와 자유를 찾아서

불끈 쥔 주먹

시대는 달라도

그 염원은 하나다.

저 외침 저 깃발

총성을 잠재우고

언제나 그랬듯이

저 불길 저 발길

독재자를 떨게 하리.

두려움의 기억

나무에 앉은 새들이 일제히 흩어지고

그들의 노래가 비명이 되는 순간을

바람은 기억한다. 그날의 공포를

뛰어가는 사람이 총에 맞아 쓰러지고

머리가 깨어져 골수가 터져 나온 순간을

길거리 흙은 기억한다. 그날의 유혈을

평화와 안식을 기도하던 수녀가 얼굴 감싸고

죄악의 현장에서 Oh My God 외치던 순간을

햇살은 기억한다. 그날의 살육을

온 나라 사람들 일순간 저승으로 내몰리고

불탑 불상마저 피로 물드는 붉은 꿈의 순간을

부처는 기억한다. 그날의 지옥을

피와 울음과 상처와 외침

저 사람의 몸을 총알이 뚫어 흘러내리는 피는

피가 아니다. 몸에서 땅으로 붉게 피어 번지는 꽃

피어나 가시지 않는 향을 영원히 기억한다.

저 몸은 그래서 죽지 않는 불멸의 나무

저 땅은 그래서 시들지 않는 화석을 품은 바위다.

제 국민을 총으로 쏘아 죽이고 몽둥이로 때려죽인 자들이

어느 길거리에서 무희들과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춘다.

노랫소리에 따라 몇 옥타브 낮게 가라앉아 흐느끼는 코러스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없는 저주파로 엎드려 운다.

살인자들의 괴성은 곁에 둔 총구에 감겨 들어가

선량한 자의 목숨을 노린 뇌관을 때리며 저들을 저격하지만

그들의 흥청거리고 비틀거리는 검은 그림자는 웃는다.

먹을 걸 사러 가게에 나왔던 어린아이

군부 독재 쿠데타 하수인 군경에게 걸려

몽둥이로 맞아 얼굴이 터지고 등에 새겨진 붉은 피멍

그렇게 망가지지라 저 치욕의 역사는

두드리고 수없이 죽여도 사라지는 것은

정의와 자유와 인권을 짓밟는 군부 독재의 망령

그렇게 눈부신 낙인으로 기록되리라

어린아이의 몸에 새겨진 그날의 지독한 통증과 상처

피멍에 흉터에 뿌리내린 위대한 민주 헌장의 글귀들

정의로운 투쟁의 역사는 나이를 먹고 성장할 것이다.

날이 밝은 한낮과 날이 어두운 한밤중

잠들지 않고 외치는 민중들의 소리를

탄환으로 저격하여 총성이 울리며 적중시키지만

전 국토를 울리는 저 소리는 빛이다. 빛

새벽을 여는 빛은 아무리 총으로 쏘아도

결코 물리칠 수 없는 불가항력의 밀물이다.

독재 권력자와 하수인들의 음흉한 모의와

살상의 눈을 찔러 대는 우레와 같은 소리

빛살에 눈이 멀어 앞을 못 보는 자들아

너희들을 둘러 포위하는 새날의 명령에 무릎을 꿇어라

죽은 시신의 원한

목에서부터 배 아래까지 꿰맨 저 시신은

장기를 빼앗긴 빈 육신의 장례 전 사후 처리이다.

몇십 년을 이어 왕성하게 움직여야 할 인체 조직들

멈춰 버린 차가운 원한의 몸뚱이가 기회를 노려

언젠가 포승줄이 되고 족쇄로 옥죄고 철퇴로 바뀌어

쿠데타 옹위 세력들을 무참히 참살할 것이다.

길거리 나뒹구는 시신에서 흘러나와 굳은 저 검붉은 자국

피는 피를 부를 것이다. 용서를 구하지 않는 죄악은

반드시 징벌을 받을 것이다. 그들의 몸에 충만한 죄악의 피는

한 방울도 남김없이 빠져나와 이미 사라진 핏자국을 물들이며

앙상한 뼈만 남아 참회할 것이다. 아무도 없는 바닥에 깔린 채로

저 관 속에 누워 있는 시신들 더러 눈을 감지 못한 사람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이제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눈물을 흘리며 얼굴을 쓸어 주는 산 자의 모습을 볼 수 없지만

그러나 마지막 순간은 똑똑히 기억한다.

자신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 자의 한쪽 눈을 감은 모습

그의 귀는 남아 있는 자들의 통곡 소리를 들을 수 없어도

죽여 버려! 쓸어버려! 내뱉던 욕지거리가 아직도 귀에 맴돈다.

자신의 몸과 관을 장식한 꽃향기는 코로 냄새 맡을 수 없어도

목숨이 끊어지기 전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오던 피의 향기는

그의 코에서 생생히 피어난다. 오직 혼자 알고 있는 선명한 감각

그는 아직도 죽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원한은 살아 있다.

유전(遺傳)

너무나 많은 죽음을 맞았네

너무나 많은 시신의 총상을 살폈네

너무나 많은 유혈을 보았네

너무나 많은 피비린내를 맡았네

너무나 많은 절규를 들었네

너무나 많은 눈물을 받았네

너무나 많은 명복을 빌었네

오, 끝나지 않은 불행이여 슬픔이여 비극이여

독재와 살상과 억압과 피의 잔재가

이십 세기에서 이십일 세기로 이어졌네

이십 세기보다 더 먼 어느 극악무도한 때

세상은 과거 어느 한 시기에 멈춰 서 있네

독립군 전사(戰士)의 노래

다민족 국가이므로 서로 공존하면서 살면 될 것이고

우리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지 않아도 될 것을

히말라야 아래 산악 지대 우리 목숨줄 노리는 자들을 막기 위해

총을 메고 있는 젊은 청춘들 방호벽 위에 넷은 앉고 그 앞에 하나

뒤에서 넷은 서서 아홉 전사들이 노래를 부르네.

쿠데타 군부 테러리스트들이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죽이니

버마족 카친족 민족 구분은 이제 저리 가라 하고

우리라도 밀고 내려와 저들을 제압해 주기 바라네.

저들의 공격으로 우리 목숨도 한시에 날아갈 수 있지만

고된 훈련과 전투 속에 동료가 연주하는 기타를 중심으로

우리의 군복 마크와 군모 군화와 총들도 함께 춤을 추네.

전장에서 부르는 즐거운 노래는 아무리 흥겨워도

돌아보면 전몰 용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노래가 되기도 하고

점칠 수 없는 우리 앞날을 잊게 만들어버려 기쁨만큼 슬프지만

잠시 펼쳤다가 접는 환희로 서로의 몸을 울려오는 노래가

고통 속에 떨고 있는 민간인들에게는 구세주의 소리로 다가가리

국민을 살상하는 미얀마 군부 독재 쿠데타 세력에 맞서 출범한

민족통합정부(NUG, National Unity Government)의 이름을 새겨보라

서로를 인정하고 하나로 규합하는 다민족 국가의 지도자 출현

이것이 미얀마를 갈등 없이 뭉치게 할 수 있는 해법이 아니겠는가

국민의 요구와 생명을 존중하고 우리에게도 손을 내밀 수 있는 날

그러나 우리는 독립군이라는 이름으로 변방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전사들

쿠데타 반대 시위를 무참히 살육하는 공포로 울고 있는 그들이

우리의 출현을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끝없는 내전으로 갈 수도 있는 길

이 나라의 앞날은 알 길이 없어 우울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우리 민족의 평화를 위해 젊음을 바치는 전사라네.

전장에서 아홉 병사가 잠시 모여 노래로 만들어 내는 평화와 행복은

서로 흩어져서 겨루는 민족 분열의 나라에 깃들어야 할 소리라서

독재 권력이 짓누르는 공포 정치가 끝나고 와야 할 분위기여서

우리 노래의 기쁨은 슬픔의 메아리로 울려 퍼져 흩어지네.

우리 국가의 슬픔은 기쁨의 메아리를 받아 몇 방울 눈물을 섞네.

끝난 것이 아니다

두개골을 깨뜨리고 골수를 꺼내던 광주의 몽둥이는

자신을 채찍질하는 철퇴가 아니라 피의 냄새를 찾는

살상의 무기가 되어 다시 등장했다. 저기 미얀마를 보라

누군가를 죽이고 콘크리트에 박힌 광주의 총탄은

녹슨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초속 팔백 미터로

사람을 향해 계속 날아가고 있다. 저기 미얀마를 보라

독재자를 물리친 광주 민중 항쟁의 거센 외침은

평화를 맞아 잠자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울려 퍼져

총칼을 의연하게 받아 내고 있다. 저기 미얀마를 보라

국민의 주권을 무력으로 빼앗은 군부 독재자는

늙은 몸 치매로 퇴장한 것이 아니라 계급장을 꺼내 달고

예전처럼 발포를 명령하고 있다. 저기 미얀마를 보라

타메인(Htamain)

미얀마 여성의 전통 의상 치마인 타메인(Htamain)

빨랫줄에 걸어 둔 그 아래를 지나가면

남자들이 남성성을 잃는다는 그 나라의 오랜 믿음

민주와 자유를 빼앗은 독재 정권에 맞선 민중들을

무참히 학살하고 물밀어오는 군경들을 저지하기 위해

길거리 전깃줄에 걸어 놓아 발목을 잡는 타메인(Htamain)

군용 트럭 위에 올라가 전깃줄을 절단기로 끊어 내려는 남자

그것을 우러러 바라보고 있는 군부 독재자 패거리들

너희들이 걱정해야 할 것은 일신상의 부정한 일이 아니다.

그 아래는 넘지 말아야 할 선(線), 선(善)과 악(惡)의 경계이다.

거기를 넘는 순간 사라지는 것은 너희들 남성성이 아니라

지켜야 할 국민을 무참히 살육하는 자의 인간성이다.

너희들의 마음속에서 피는 연꽃의 자비로운 향기가 빠져나가고

너희들의 심장에서 온몸을 도는 양심의 피가 식는 것이고

너희들의 손으로 죽인 자의 원통함을 덮어쓰는 것이다.

어머니

경찰서 육중한 철문 안을 들여다보며

초조하게 서 있는 사람은

끌려가 취조와 고문당하는 자식을

기다리는 어머니

때로 시신으로 돌아올지도 모르는 운명에

온몸이 절망에 감전되어 녹슬고 부식당한다.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말살하고

그들의 민주 외침을 탄압하는 독재자와

하수인들의 어머니인들 마음속이 편할까

살인과 폭행을 자행하고 만인의 지탄을 받는

당신 자식 못 잊어 죽어서라도 돌아와

처형당한 자식의 시신을 거둘 어머니의 손

역사의 죄인을 가둔 감방 철문을 부여잡고

들리지 않는 소리로 부르기도 할

또 다른 어머니의 슬픈 운명

저항의 도구

숲속 나무에, 땅바닥에, 보도블록에, 인형들에

붙이거나 세우거나 들리게 한 저항의 외침들

그것을 설치하고 부르짖는 사람들이 떠나면

숲속 나무는 땅바닥은 보도블록은 인형들은

살아서 큰 목소리로 외친다. 타도하라!

물러가라! 우리는 승리한다! 민주 자유 정의!

온 땅이 들고 일어나 분노의 목소리로 외친다.

저항하는 사람처럼 도구들도 나서서 저항한다.

독재 나라의 개

거리에 어지러운 발자국 곁으로

개 두 마리가 간다.

코를 대고 맡는 냄새

목덜미를 쓸어 주고 다정히 불러 주던

사람이 남기고 간 낯익은 발자국

그 곁에 더 많이 낯설게 찍힌

모양이 같은 발자국 사이로

허공에 들린 그의

없는 발을 핥는다.

그 곁에 뿌려진 피

말라 가는 검붉은 자국 곁으로

가지 못하고

끝없이 맴돌며 서성이는 개의

꽃을 닮은 발자국

눈물이 흘러내렸는지

물기가 배어 찍혀 있다.

지난밤 들려오던 총소리 비명소리

어둠을 물고 찢어 물리치지 못한

독재 나라의 공포를 품고 있는 개

거리에 나가면 머리 조아리고

쓸모없는 이빨을 입에 조용히 숨기고

땅에 묻힌 냄새를 살려 내며

꼬리 내려뜨리고 짖지도 않고

힘없이 배회한다.

나무 방패

Monywa Sagaing 지역 어느 마을

나무 방패를 들고 나타난

열 살이 될까 말까 한 나이의

키 작은 아이

무기인 듯 장난감인 듯한

작은 무언가를 왼손에 들고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잡아

어깨 위로 들어올린 나무 방패

바깥에 새겨져 있는 UN 두 글자

LIΛI로 보이기도 하는 문자는

하늘에 구원을 요청하는 주문일까

자신을 지켜 내는 신비의 방패라는 것인지

여러 가지 생겨나 다가가는 생각들

저 아이가 갖고 있는 방패는 정작

UN의 뜻을 빌어 자신을 쏘지 말라는 것이겠지만

구세주같이 기다리는 UN

평화 유지군은 올 리 만무하지만

자신의 마을을 지키기 위해

콘크리트 구조물과 모래 부대와 나무들

쌓아 놓은 바리케이드 곁을 늠름히 지나가는

위대한 전사여 부디 무사하기를

잔인한 쿠데타 군경들이

아이까지 살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저 아이의 방패를 향해

총알이 날아가는 일이 없기를 빌 뿐

PS : 나는 보았다. 이 아이를 닮은 전사가

자기 키보다 긴 총대를 메고 산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뒷모습을, 5월 16일 트위터에서.

총소리와 목소리의 교전

Sanchaung 길거리 여자아이인지 아가씨를 끌고 가다 꿇어앉히고

뺨을 치며 여러 놈이 발길질을 해 대자 이 모습 지켜본 시민들이

건물 속에서 집단으로 큰소리치며 항의한다. 곧이어 경찰들이

총을 들고 위를 향해 쏘아 댄다. 총소리와 목소리의 교전

옛날의 전법으로 치면 저 경찰들이 위치한 곳은

양쪽 건물의 주민들에게 갇혀 몰살당할 위치이다.

던져서 공격하면 맞아 죽을 물건이 집안에 얼마나 많겠는가

돌덩이 같은 살림 집기, 뜨거운 물, 화학 제품, 철제 용구, 칼 등

그러나 미얀마 사람들은 끝까지 큰소리로 비난하고 항의할 뿐

그들을 공격하지 않는다. 남의 목숨을 무자비하게 다루고 빼앗는

흉악스러운 집단이 목숨을 담보로 잡힌 가소로운 처지를 알기나 할까

1분 정도 짧은 동영상 고발은 끌려간 사람 행방을 궁금하게 한다.

얼마나 많은 국민이 납치되고 잡혀가 고문을 받고 있는지 제발

별일 없이 풀려나게 해 달라고 새들이 애태우며 날개 저어 날아다닌다.

길거리, 군인의 날, 저항의 날

1945년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얀마가 점령군 일본에

무장 저항을 시작한 날을 기념하는 3월 27일 군인의 날

전날 국영 MRTV가 머리와 등에 총 맞을 각오를 하고 시위에 동참하라

경고했지만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를 타도하는 저항의 날로 맞섰다.

하루만 해도 40여 개 도시에서 140여 명이 희생된 날

Mandalay 사망자 중에는 5세 아이가 있었고

15세 소녀가 Meitila 집에서 가슴을 총에 맞아 죽었고

13세 소년이 살해되어 절규하는 아버지 품에 안겨 실려갔으며

더 어린아이들도 표적으로 삼아 죽이거나 치명상을 입혔다.

Thamine ZayBuThar의 플랫폼에서 놀던 한 살배기 아이도

오른쪽 눈에 고무 총탄을 맞아 쓰러진 날

세 사람이 타고 가는 오토바이를 향해 다가오던 군경이

2인 이상 탑승 금지를 어겼다고 차 안에서 근접 사격하여

한 명을 쓰러뜨리고 차에 싣고 갔다.

(며칠 후 그 청년은 시신으로 돌아왔다. 운전 미숙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했다는 병원 발행 의료보고서와 함께.)

길거리는 살해와 폭력이 난무하는 무법천지

길거리는 분노와 절규가 폭발하는 민주성지

길거리는 나라의 모든 길이 하나로 이어진 뫼비우스

길거리는 나라의 모든 날이 한날로 기억되는 장소

길거리는 핏자국이 덮고 있는 킬링필드

길거리는 민주 시민들의 생이 마감된 곳

임종을 지켜봐야 할 사람들의 눈높이를 뚫는 총탄이

한마디 유언도 없이 그가 남긴 외침을 덮으며 날아와도

총 맞아 쓰러져 길거리에 방치된 그의 자리를 향해

시위대 사람들이 그의 소리를 받아 던지며 접근하고 있다.

나와 앉아 있다가 누구든 죽을 수 있는 길거리

쓰레기를 줍다가도 사살당할 수 있는 길거리

납치되어 끌려갔다가 다음날 살해되어 장기를 빼내고

시신을 돌려보내는 공포의 경찰서가 있는 길거리

풀려난 범법자들이 8888항쟁 시절처럼 우물에다

독극물을 넣어 몰살당할 수 있는 길거리

잠을 자다가도 불탈 수 있고 갑자기 들이닥친 군경에 의해

경황도 없이 목숨을 빼앗길 수 있는 길거리

평화와 다정한 인사와 정담과 새소리 깃든 길거리가

살인과 폭행과 파괴와 방화와 분노와 원한의 길거리가 된 것은

길거리 저 너머 군인의 날을 맞아 온갖 무기를 갖다 놓고

자신감에 넘쳐 군사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는 살인마 군부 독재자,

러시아 중국 동남아 등 8개국에서 파견한 외교 사절단과 함께

그날 저녁 축포를 쏘고 하얀색 상의 연미복과 나비넥타이 차림에

국민을 가장 많이 살해한 공포의 만찬으로 성대한 파티를 즐겼다는

민 아웅 흘라잉(Min Aung Hlaing)과 추종 세력들이 있기 때문이다.

엽기적 만행(蠻行)

3월 27일 군인의 날에 맞선 혁명의 날

자녀 4명의 과자 팔던 40세 남성이 Mandalay 거리에서

산 채로 불태워져 뼈만 남은 상태로 발견되었다.

3일 뒤 30일 South Dagon 56 Ward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도

한 청소년의 불에 탄 시신을 시민들이 목격하였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채 전 세계로 퍼진 사진 몇 장

하얀 연기로 변해 버린 죽은 사람의 살과 피가

뼈에 다시 엉겨붙어 생명을 되살리려 해도

자신을 뜨겁게 불태운 방어용 바리케이드 골조인

수없이 겹쳐진 가는 철사 위와 검은 재 속에서

스스로 마지막 모습을 고발하고 있을 뿐이다.

깨어져 나간 정수리 두개골과 뒤틀린 아래턱

몸통으로부터 분리되어 떨어져 있는 다리뼈 등

싣고 가기 힘들어 불사를 정도로 망가뜨린 시신

살상 행위의 추정은 가능해도 알 수 없는 것은

왼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고 있는 희생자의 모습

너무도 참혹해 진실의 종적을 떠올리기 힘든 상황

무조건의 살해와 폭행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

단지 잠재우는 임무와 죽어야 할 의무밖에 없다.

반항하면 따지지 않고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들

무자비한 악행을 향한 집단의 원한과 분노가 앞서다 보면

죽임당한 개인의 원한과 가족의 분노는 묻히게 되지만

눈감을 수 없는 원한과 분노는 복수할 것이다.

밤마다 살인자는 살이 불살라지는 악몽에 시달릴 것이다.

그의 행위는 제 눈 속에 뼈로 박혀 빠지지 않으리라.

죽여서 불로 태우는 저와 죽어서 불로 태워지는 저로

1인 2역의 행위를 주고받으며 영원히 고통을 맛보리라.

머리에 손을 얹으면 깨진 두개골로 손이 빠지고

빠진 눈 속을 후비는 자신의 살아 있는 행동에 흠칫 놀라

누운 다리가 손가락 없는 뼈마디 팔이 되어 벌떡 올라붙을 때

깨져 버린 턱과 잇몸 없는 이빨이 비웃으며 조롱하리라.

우박 보석

5월 5일 오전 8시경 Mandalay Division의 Mogok

많은 우박 비가 내려 길들에 깔린 하얀 보석이 눈부신 날

세계적으로 유명한 루비 보석 광산에서 캐는 보석이

미얀마 사람들이 흘린 피가 맺힌 것처럼 생각되는 올해

우박을 모아 희생자의 피가 스민 길에 새긴 사람들의 염원

우박 알갱이는 보석이 아니어서 녹아버리겠지만

그들의 간절한 정신은 루비보다 강한 보석 날이 되어

하늘에서 떨어져 군부 쿠데타 무리 정수리에 박힐 것이다.

CRPH, CDM, We support NUG,

Military regime cannot rule as at all.

CRPH, CDM, 우리는 NUG를 지원한다,

군사 정권은 우리를 전혀 지배할 수 없다.

민주화를 외치는 사람들의 입김이 큰 물방울로 솟구친 하늘에서

복수하고자 하는 희생자의 찬 기운을 만나 결정된 격퇴의 자탄

수억 길 창공에서 번개보다 빠른 속도로 내리쳐

우레와 같은 소리로 모든 독재 세력들을 부숴버릴 것이다.

파다욱(Padauk)

미얀마의 설날인 4월 17일쯤에 맞춰 4월 중순이나

5월 초에 개화한다는 ‘Padauk(파다욱)’이라는 나무의 꽃

아래로 처지지 않고 하늘을 향해 피어난다는 노란 꽃

꽃은 젊음과 사랑을, 나무는 힘을 상징하지만

하루만에 떨어져서 땅을 노랗게 물들인다는 고결한 꽃

새해를 맞은 미얀마 여인들이 머리에 꽂거나

행복을 기원하며 잘 보이는 곳에 둔다는 꽃송이

미얀마에서는 국가를 상징하는 꽃으로 여긴다는데

Kyun Hla, Kant Balu, Sagaing 등의 길거리에 등장한 Padauk

2021년은 비극적인 살인 행위가 이어지던 3월 하순부터 피어서

꽃을 한 가지씩 꺾어 오토바이 앞에 얹고 3월 31일 시위에 나선 것.

새해를 맞아 새로운 마음으로 서로를 위하고 행복을 빌어 주듯

참혹한 비극 끊이지 않는 나라 사람들이 원하는 마음들

저 노란 꽃송이로 나무에 매달려 있으니 올려다보아라, 아니

세 손가락을 올려세우는 사람들이 받들고 온 꽃송이들

거기에 있으니 정녕 그 사람들 노란색 소망을 굽어보아라, 그러나

나는 저 나무를 베면 흘린다는 붉은 진액을 떠올리네.

사람들이 흘린 피가 땅에 스며 저 나무의 목질이 되었으려니

솔로몬 왕이 성전 기둥으로 삼고 루이 15세 16세도 애용했다는 재목

볼펜 자루나 악기 건반, 기타 몸체, 실내 용구 등으로 쓰이지만

나는 미얀마 사람들을 죽인 살인자들의 관을 떠올리네.

몇백 년이 흐른 뒤에도 미라로 출토되는 한국의 매장 관습처럼

썩지 않게 겉은 회를 두텁게 발라 공기 한 모금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그 속에 외관과 내관을 Padauk으로 짜서 범죄자를 묶어 넣으면

그들에 의해 흘린 피의 강물에 떠서 썩지 않는 일생 눈뜨고 살리.

희생자가 흘린 피를 들이마셨다 내뱉으며 천만년 영생하고 다시 살리.

네가 죽인 사람은

네가 죽인 사람은 적이 아니다.

네가 죽인 사람은 폭도가 아니다.

네가 죽인 사람은 반역자가 아니다.

네가 죽인 사람은 분열분자가 아니다.

정의와 자유와 민주와 인권을 수호하는

영웅이다. 투사이다. 열사이다. 전사이다.

전쟁도 아닌 혼란기에 자국민을 죽인 너는

그 나라의 군인이다. 그 나라의 경찰이다.

그 사람을 죽인 네가 적이다.

그 사람을 죽인 네가 폭도이다.

그 사람을 죽인 네가 반역자이다.

그 사람을 죽인 네가 분열분자이다.

네가 죽인 그 사람은 남이 아니다.

네가 죽인 그 사람은 너의 아우이다.

네가 죽인 그 사람은 너의 어머니다.

네가 죽인 그 사람은 너의 누이이다.

네가 죽인 그 사람은 너의 아저씨다.

적을 죽이지 않고 지켜야 할 국민을 겨누어

아우를 어머니를 누이를 아버지를 죽인 너는

역사의 죄인이다. 심판받아야 할 부역자이다.

꿈이 아닌 생시

네가 군부 독재자를 추종하는 하수인으로

무고한 사람을 폭행하여 피를 흘리게 하는 때는

꿈이 아니다. 살아 있는 이승의 생시이다.

네가 사람을 조준하여 쏘아 죽인 여기는

이전 세상이 아니다. 다음 세상도 아니다.

네가 살아서 악행을 벌이고 있는 현세이다.

네가 쏘는 총소리 네가 내리치는 몽둥이

네가 쫓아가던 발소리 네가 내뱉던 욕지거리

씻지 못할 죄악이 기록되고 있다. 네 악업으로

너로 인해 죽은 사람 너로 인해 깨진 머리

너로 인해 짓밟힌 몸뚱이 너로 인해 추락한 인권

지금까지 네가 벌인 일들을 떠올려 보라

생생히 기억하는 것은 네 악행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탕!

우리나라 가장 높은 산 바위 위로 올라가 사격 자세를 취한다.

내가 있는 곳에서 너희들이 있는 곳 바다를 건너고

몇 개의 나라를 가로질러도 타격할 수 있는 장비

유효 사거리 3,600여 km 분노의 다연발 자동 소총에

쿠데타 테러리스트들을 식별하는 원거리 망원경을 장착하여

복수의 총알 단 한 발로 조준하여 사살한다. 탕!

시가지 궐기하는 시민들을 향해 총질하는 옥상 난간의 저격수

길 가는 오토바이에 탄 평범한 사람들에게 총을 쏘는 경찰

도로에서 둘러싸고 몽둥이로 무자비하게 때리는 놈들

게임하듯 쫓아가 구석에서 쏘아 죽이고 끌고 오는 살인 마니아들

최루 가스를 터뜨리고 도망가는 시민들을 무차별 난사하는 무리들

죽이고 죽은 자를 거꾸로 끌고 가는 잔학무도한 악귀들

건물 속에 숨어서 총구를 내놓고 기다리는 군인들

시민 방어용 모래 부대를 치우게 하고 힘에 부쳐 들지 못하는 여자를

기어가라 하고 달려와 엉덩이를 걷어차는 무법자들

길가의 차량과 오토바이를 마구잡이 쏘고 부수고 약탈하는 폭력배들

무단 가택 침입하여 저항할 수 없는 시민을 폭행 납치하는 조폭들

집을 뛰쳐나와 밭으로 도망치다 다시 건물로 향하는 시민을 사방에서

쫓으며 뛰어넘는 담장에 총탄 먼지 피우는 토끼몰이 사냥꾼들

밤이면 길거리를 활보하며 불지르고 총을 쏘는 집단들

한 놈씩 대여섯 명씩 십여 명씩 모두 다 처단한다. 탕!

남을 죽인 자 죽음으로 죗값을 받아라.

한 달 이상 국민을 지속적으로 학살하는 자들은 용서란 없다.

밤중에도 지구 반대편을 꿰뚫어 보는 야간 투시경으로

너희들 일거수일투족을 다 들여다보고 있다.

너희들 존재를 분명히 밝혀 주는 너희들 방화의 불길

국민의 외침 소리 공포의 비명소리 냄비 두드리는 소리를 찾아

그 앞으로 처형의 총알을 날려 보낸다. 탕!

그리고 선량하고 정의로운 국민을 학살하도록 명령한

반역의 주역들을 사살할 총알들은 열 배로 남겨 두겠다.

정의와 민주와 자유의 이름으로 분노와 복수의 처단을

집행한다. 분노의 자동 소총으로 복수의 총알을 날려

탕!

일 대 일

네가 맨살의 몸을 가진 누군가를 겨눌 때

너보다 먼저 네 목숨을 노려 날아오는 흉탄

방탄조끼 뚫고 명중당하는 너의 심장을

생각해 보았느냐 생의 마지막 처형의 순간을

이윽고 쓰러져 피 흘리는 너를 네 동료가

옷을 벗어 싸안고 뛰어갈 때 뜨거운 피가

식어 가는 너에게 온기를 줄 때의 감촉

아니면 달리 생각해 볼 수도 있겠구나

너를 쏜 자들이 몰려와 너의 두 다리를 끌고 갈 때

땅에 네 몸통 넓이로 물드는 핏자국의 흔적

그들이 너의 온몸의 피를 뽑아 거대한 붓으로

휘갈겨 놓은 것 같은 피비린내의 굵은 획들

그런 악행을 저지르며 너는 지금 살아 있느냐

비무장 평화주의를 택한 그들에게 당한다고 보라

네가 쫓기는 자를 겨누어 방아쇠를 당길 때

너보다 먼저 너를 겨누어 쏘는 자가 있다고

네가 몽둥이로 머리통을 내리칠 때

너보다 먼저 네 머리를 깨뜨리는 자가 있다고

네가 죽인 사람이 싸늘한 시신으로 누워

가족과 이웃들 통곡하는 소리 네 귀에 들려올 때

네가 죽인 자들이 돌아와 죽은 너를 내려다보고 있다고

결행(決行)

저 나라에서 벌어지는 학살극은 그 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소중한 생명을 가진 인류라는 점에서 한 종족이다.

참혹한 범죄로 죽어 가는 사람의 고통은 곧 나의 것이다.

우리가 절대적 가치로 여기는 민주 자유 정의 인권은

모든 곳에서 지켜져야 할 초헌법적 천부 권리이다.

그것이 침해되었을 때 어디서든 분연히 일어서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나약한 무리인지 돌아보라

하이에나에게 동족이 무참히 뜯기고 있는 순간

제 갈 길을 가고 한줌 풀을 뜯어 배를 채우는 자들

그러나 우리에겐 하이에나를 물리칠 무기가 있지 않은가

그들 갈빗대를 발굽으로 짓밟아 부러뜨려 버리자

그들 주둥이를 날카로운 뿔로 들이받아 머리통을 짓이겨 버리자

띤잔(Tingyan) 축제

‘Ah-Tar-Oh’, ‘Thingyan Pot’는 띤잔 축제 기간 동안

4월 17일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내놓은 꽃 항아리로 한 주의 칠일

월요일 별꽃 화요일 자두나무 잎 수요일 크로톤 잎 목요일 구아바 잎

금요일 오이제니아 잎 토요일 인도 멀구슬나무 잎 일요일 코코넛 나뭇잎

일곱 개의 꽃이나 잎 중 자신의 요일에 해당하는 것을 그 안에 담고

빌고 빈다는 소망의 그릇이지만 올해는 사람들이 자신의 기원 대신

단지 표면에 잎사귀 사이에 저항의 글귀를 새기고 써서 담아 놓았다.

개인의 행복을 물리치고 세상을 향한 간절한 저들의 절박한 소원이

그들의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먼 이국에서 머리 숙이고 손 모아 빈다.

꽃목걸이 걸고 활짝 웃으며 옆에서 받쳐든 황금 단지 물을 황금 잔으로

아내 머리에 부어 주는 군부 쿠데타 테러리스트 수장과 졸개들의 미소

반대로 목숨을 빼앗긴 가족을 둔 집에서 피눈물 흘리고 있는 사람들

미얀마 사람들이 드쟈민 신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띤잔 기간 동안 인간 세계에 내려와 작성한다는 살생부 때문

황금 공책에는 공덕을 쌓은 사람을 적고

개가죽에는 악업을 행한 사람을 적어 간다는데

박해가 심한 나라의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희생된 사람들은

황금 공책에 이름이 적힐 것이고 그들을 살상한 자들은 개가죽에

맨 위에서부터 욕된 이름들 빠짐없이 줄지어 설 것이다.

한곳에 모여 춤추는 사람들에게 물을 뿌려 주고 지나는 사람에게도

한해 액운을 다 씻어 내고 복을 빌어 준다는 물 축제 의식을 올해

행하지 않는 이유는 많은 사람이 피 흘리고 죽어 갔기 때문인데

집단으로 한 곳에 모여 광란의 춤을 추고 물을 뿌려 대는 저들

방송 화면 속 미얀마 사관학교 생도들은 어설픈 후예들이겠지만

살해된 자들 피가 원한의 물결을 짓는 강으로 달려가서 퍼 담아 와

저들의 새해맞이 축제의 장으로 몰래 들어가 한 그릇씩 가득

죽어 간 사람의 피를 살인자들에게 뿌려 대면 어떨까 생각한다.

죽어도 몇 겁을 영생할 악업의 몸에 사자의 피를 퍼붓는 날

그들에게 새해는 정화되고 축복이 시작되는 날이 아니다.

그들에게 새해는 저주를 받고 액운이 시작되는 날이다.

역사의 기록(記錄)

양심상 방아쇠를 당길 수 없어 도망친 경찰에 의하면

자유와 민주를 외치는 비무장 국민을 진압하기 위해

남녀노소 가리지 말고 머리에 맞게 쏘라고 지시했다는 것

총격에 숨진 사람 4명을 봤는데 임신부도 있었다고 한다.

인도로 탈출한 또 다른 전직 경찰관도 같은 증언

시위대 해산 시 고무탄을 쏘거나 무릎 아래만 겨눠야 하지만,

죽을 때까지 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것이다.

3월 27일에는 자동 소총을 쏘라는 명령을 받자 거절했고

다음날 총을 쏠 거냐는 전화 확인에 6명 동료와 함께

거부하고 가족을 남겨 두고 국경을 넘었다는 것이다.

3월 탈영한 동부 샨주 528 경보병 여단 장교 대위는

군인 절반이 군부를 반대한다고 밝히면서

털어라, 남기지 말고 다 가져오라는 군부 명령에 따라

본인은 물론 자기 가족 몫까지 훔치는 군인들이

통행 시민을 붙잡아 고문했고 여성들을 성폭행했다고 한다.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악행을 그만두고 물러나기도 전에

스스로 죄악에 떨고 있을 순간에 죄상은 만천하에 밝혀진다.

누가 어떤 지시를 했는지 그 명령을 따라 살상을 저지른 자

어느 날 어느 장소에서 몇 시에 누구를 때리고 죽였는지

세상에 열려 있는 귀로 들려오고 모든 이의 망막에 잡혀 온다.

거리 한가운데 있지도 않았고 경찰 저지선을 넘지도 않았으며

거리 가장자리 서서 경찰을 향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며

언니의 증언대로 동생이 그곳을 떠나려는 순간 총에 맞아

최초로 머리에 총알이 박혀 쓰러진 먀 뚜웨 뚜웨 카잉

Mye Thwe Thwe Khaing을 조준 사격한 난다 니 Nyi Nanda

페이스북 계정과 그의 이름 얼굴을 추적하여 공개한 네티즌들

지나가는 사람들을 막아 세워 휴대전화를 뒤지고 압수하여

시위 사진과 동영상이 있는지 검색하고 잡아들인다 해도

길거리 CCTV를 보는 대로 부수고 떼어 낸다고 해도

위성 접시 둥근 안테나를 사다리 타고 올라가 끌어내려도

검문하고 파괴하는 모습까지 찍는 사람들은 곳곳에

은밀하게 있다. 자칫하면 사살당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목격한 대로 세상에 전파하여 불의를 고발하는 정의의 파수꾼들

죄악과 살인을 지켜보는 눈들은 하나로 연결되어

그 사실들은 하나씩 하나씩 역사의 기록으로 저장하고 있다.

사회 질서와 치안을 명분으로 무고한 국민을 학살한 자들은

민주 자유 정의의 외침을 저격한 군부 쿠데타 테러리스트들은

얼마 안 있어 처형장에 서야 하리라 한 명도 빠짐없이

그들이 지은 죄상을 낱낱이 드러내 죗값을 물어야 하리라

네가 거리에서 범한 살인 행위를 알 이가 누가 있겠냐고

밤중에 몰려가 몰래 저지른 행위를 어둠 말고 누가 알겠냐고

너희들의 죄를 도피시키고 안도하는 네 마음의 구석까지

두려운 눈빛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스스로 달래는 속말까지

우리의 귀는 다 듣고 있다. 우리의 눈은 다 꿰뚫어 보고 있다.

죄악은 아무리 작은 소리라 할지라고 큰소리로 들려오기 마련이다.

죄악은 어두울수록 선명하게 찍히고 더욱 또렷이 보이기 마련이다.

CNN 관계자들이 거리에서 인터뷰를 청하는 장소마다 나타나

대화자를 체포해 가게 정보를 채집하고 보고하던 체크무늬 옷

찍는 자를 찍어서 그자의 신원을 결국 밝혀내었듯이

숨이 붙어 있는 40세 남성을 불타는 바리케이드에 던졌던 자들을

죽은 시신의 얼굴에 계속 사격을 가했던 잔악한 군경들을

사살한 시민을 거꾸로 끌고 가 시궁창에 던지던 살인자들을

무력 분쟁 난민 돕기 모금 운동 중 친구 집에 간 박애주의자

반군부 시인 Sein Win 머리에 휘발유를 붓고 태워 죽인 자를

8학년 10대 소녀 두 명을 강간한 테러리스트 흉악범을

우리는 이미 죄다 알고 있다. 범행을 저지르려는 너의 생각까지

다음의 행동이 어떻게 이어질지도 벌써 눈치채고 있다.

공동으로 저질러 책임이 모호한 행위들이라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우리가 못 보고 지나쳤던 은밀한 죄상은 덮어질 것이라고

안심하고 있다면 그것은 혼자서 품는 착각일 뿐이다.

죄악의 그늘 속에 숨어 고개를 묻고 있는 너희들을 조만간

개인별 욕된 행적을 조사하여 온몸에 낱낱이 장식할 것이다.

그들을 던져 태우던 불길로 너희 살과 뼈를 수만 곳 지져서

그들이 흘린 피가 굳어진 검붉은 딱지로 문신을 새겨 넣으리라

너희들 살인마 테러리스트들은 서로가 저지른 서로 다른 죄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언젠가 상대를 고발하는 열풍이 불리라

모두가 스스로 범한 죄를 견디지 못하고 미치고 발광하여

용서를 구할 날이 죽기 전에 온다는 것을 예감하지 못하지만

너희들 스스로도 서로의 죄를 감시하는 또 다른 눈인 것이다.

너희들 스스로도 자신의 죄를 지켜보는 거울 눈인 것이다.

복수(復讐)

사거리 신호등 가로수 위에서 시끄럽게 울어 대는 새들

건너면서 보니 까치 한 마리가 차에 치여 땅에 죽어 있다.

거두어서 인근 식당 화단 속에 넣어 주고 출근하는데

내놓으라고 따라오며 정수리를 위협하는 까치 한 마리

저녁 퇴근길에 지나치다 화단 속을 엿보는 나를

또다시 나타나 빼앗아 간 생명을 돌려놓으라 부르짖는다.

분노가 어찌나 깊은지 찍어 대는 나뭇가지 속살이 파이고

사정없이 쪼는 길거리 건물 부착 금속 간판도 흠이 생긴다.

5월 2일 Sagaing Wat-Lat 거리 거국적 봄철 혁명 시위에서

무참히 사살되어 피에 젖어 쓰러져 죽어 가는 사내

그를 둘러싸고 사진을 찍으며 무어라고 지껄이는 경찰들

피가 낭자한 머리 헬멧을 벗겨 던지고 그가 안고 있는 가방에서

내용물을 줄줄이 끄집어내며 저주처럼 던졌다는 말

“너는 죽을 자격이 있다.” 그래, 너는 죽을 자격이 있다.

저 까치가 나의 자전거를 기억하고 내가 입던 옷을

까치 사체를 들었던 나의 손을 잊지 않고 있다가 공격했듯이

절대로 잊지 않겠다. 모여서 두런거리던 너희들의 목소리를

하나하나 새기겠다. 너희들의 손모가지를 너희들의 신발 사이로

피 흘리는 사내의 발아래 놓여 있는 화염병 옆을 서성거릴 때

삐져나온 악마들의 칼날 같은 발가락을 “너는 죽을 자격이 있다.”

내뱉던 말의 억양을 거기에 섞여 들던 감정을 잊지 않고

있다가 머잖은 날 너희들을 찾아내 원수를 갚으리라

저 까치가 나무와 쇳덩어리를 찍어 대듯 너희들의 정수리

노려서 솟구치게 하리라 저 사람이 흘리고 간 피를

마지막 숨이 붙어 움직이던 그를 향해 너희가 던지던 말

되돌려 주리라 “너는 죽을 자격이 있다.” 너희 귀가 닫히기 전

피가 빠진 몸뚱이에 너희가 그에게 안기던 원한을 채우리라

에필로그(epilogue)

4월 말 어느 날 길을 가다가

떨어진 푸른 오동꽃 몇 송이 보고 나서야

고개 들어 거기 거대한 오동나무 한 그루 서 있음을

처음인 듯 비로소 알게 되었네.

총탄에 맞서며 외치는 민주! 정의! 자유! 인권!

한동안 잊었던 소리 내 귀를 때리고 나서야

고개 돌려 거기 소중한 인류의 명제 있음을

처음인 듯 비로소 알게 되었네.

함께 나아가던 길 앞에서 혹은 뒤에서

땅바닥에 쓰러져 붉은 피 흘리는 동지를 붙들고 나서야

고개 숙여 거기 영웅의 몸속에 분노하는 저항의 심장이 있음을

처음인 듯 비로소 알게 되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