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가고 있다
최 일 화
조금씩 식어가고 있다.
삼십삼 년 뜨거웠던 것이 식어가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지나가면서
교문을 드나들던 아이들 얼굴이 잊혀지면서
저녁별이 떠오르고
아침해가 솟아나면서
삼십삼 년 뜨겁던 것이 미지근해지고 있다.
미지근해지는 것 옆에서
다시 뜨거워지는 것이 있다.
그 옛날의 것이 아닌 것이 점점 뜨거워지다가
옛날에 뜨거웠던 것과
새로 뜨거워지는 것이
서로 엇비슷하게 뜨거워지다가
마침내 새로 뜨거워지는 것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
새로 뜨거워지는 것도
결국 다시 미지근하게 될 것이다.
미지근해지다가 다시 식을 때까지
뜨거워지는 것은 계속 뜨거워질 것이다.
시집『그의 노래』(2016.10)에서
.
회원작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