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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저] 정수경 / 닭,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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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
사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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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날다
정수경
붉은색 스프레이가동네 입구에 속속 도착했다
닭장을 지키던 맨드라미 대신
스프레이는가새표로 출입금지를 못 박았다
단단히 봉인된손발은 더 이상 드나들 수 없었다
평생걸려 가꾼 과수원
복숭아꽃의 시름이 깊어도 꽃을골라 열매를 준비할 수 없었다
가새표를떼어머리띠로 둘렀다
확성기에 대고 목이 터져라속삭였다
분양권 계약서 끄트머리에 기어코 적어 넣었던 한 줄
진압대 쇠몽둥이 끝에 매달려가물거리는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은
아무래도 지나치게 작고 깨지기 쉬운알이었다
봄이 지나가고 있는데 봄은 멀기만 했다
표정 없는 검정 세단이 미끄러지듯 지나갔다
*
볕 좋은 날 마당에 모여 한가하게 모이를 쪼면 되었다
그들이 목청 돋우는일은
집안 경사나 약간의 다툼 정도를 알리는 것일 뿐
옥신각신시비가 붙어도깃털 부비며
한 바퀴 돌고나면 끝나는예삿일이었다
벼슬이나 발목에 상처를 내는 일은의미가 없었다
벽을 사랑하는 손의 그림자가덮치고 지나갔다
벼슬마다 피가 흐르고 울대들은 허공에 갇혔다
닭장에는 더 이상 새벽이 오지 않았고
암탉은 수탉없는알을 낳았다
그림자 뒤로 슬픔이 배제된 죽음이방치되었으며
벽은 금기처럼견고해졌다
불행이선명해질수록 사라진 둥지를 기억했다
동트는 하늘은 쇠창살 안에 갇힌 날개의 꿈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도미노 풍경
정수경
아파트안에서 풀려난 통통 튀는 목소리들
단숨에20층 창문에매달린다
날카로운햇살이유리창을 막 통과하는 중이었다
햇살 파편에찔려 물풍선처럼 터진 목소리들
풍경을 포식하고 길게 드러누운
그림자가점령한인도로 일제히 뛰어내린다
발갛게들뜬 목소리들
엉덩이에 붙은 눈동자 빠르게 굴리며
맞은편놀이터를 향해 내달린다
갑자기 뛰어든 목소리를비켜 선
자동차 급브레이크에 타이어 비명이 출렁 엎질러진다
입 꼬리 살짝 들어올린목소리들
발뒤꿈치 들고 혼절한타이어를빠져나온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꼬리는 구름의손을 치어다보고
구름은 타이어의 일 모르는 척손을내민다
마른침 삼키던나무들기립 박수를 친다
자동차 바퀴에 느닷없이 얻어맞은아스팔트
까맣게 혈압오른 얼굴이 목소리들의 뒷덜미를 쫓아간다
목소리들은 아스팔트 시선을 벗어나려
머리로엉덩이 받쳐주며 벚나무 가로수를 기어오른다
볼록거울에 비친아스팔트얼굴에
지레 놀란 벚나무 하얗게질린 꽃잎 떨어뜨린다
한번도 연착하지 않은
봄의 맥박 속으로목소리들 빨려들어 가고 있다
약력: 2008년 <詩로 여는 세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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