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 낚시
정여운
긴 머리카락의 바람이 빠져 죽은 저수지
고요하다
찌를 던져놓고 기다린다
썩은 내장 냄새가 찌 끝을 살며시 흔들어 놓는다
독한 여자, 어린 자식들 남겨두고 먼저 가다니
삼 년 전, 딱 한 번 정류장에서 마주친 적 있었다
찐득한 욕지거리가 너울거리다가 기슭을 삼킨다
순간, 치솟은 찌가 공중에서 부르르 떤다
잡았다, 월척이야! 뜰채 가져와!
종아리보다 크고 굵은 송어
낚싯대를 휘어놓은 채 버둥거린다
집에 갖고 가서 회쳐서 먹어, 맛있을 거야
재빨리 아가미에서 낚싯바늘을 빼는 사내
피도 눈물도 없는 것, 잘 만났다,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
몸통을 잡다 커다란 눈과 마주쳤다
송어를 안아 검정 비닐봉지에 담는다
퍼덕거리다가 금세 숨을 거둔다
기사님, 회 좋아하시면 이 송어 가져가실래요?
택시 타고 저수지를 빠져나오는데 자꾸만 그 눈빛이 아른거렸다
-《시와문화》 2023년 겨울호
▲정여운
대구 출생.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수료. 2013년『한국수필』로 수필, 2020년『서정시학』에 시 「문에도 멍이 든다」 외 2편으로 등단. 2019년 불교신문 10·27 법난 문예공모전 산문 부문 대상 수상, 시집『문에도 멍이 든다』,(2021. 현대시학), 詩에세이집 『다알리아 에스프리』(2023. 지혜) 출간. 공저 시집 『서러울수록 그리울수록 붉어지는』(2023, 한그루)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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