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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의 길
최기종
다산초당 오르막길
나무뿌리들이
땅속이 아니라 땅위로 뻗어서
정희성 시인은 이것을
/'/뿌리의 길/'/이라고 읊었지
바위투성이 척박한 땅이라
뿌리들이 앙상한 몰골인데
객客들이 오가면서
드러난 뿌리를 밟아대니
그 때마다 뿌리의 비명소리
아얏! 악!
소나무 잣나무 동백림 우거진 틈새로
햇볕 한 줌 얻어 보겠다고
귀한 수분 찾아보겠다고
길바닥을 기는 뿌리의 치열함
거북등무늬처럼 얼키설키 얽혔는데
필사적으로 등판에 힘이 들어간
그 알몸둥이
객客들이 오가면서 밟아대니
그 때마다 뿌리의 신음소리
허억! 헉!
하루에도 수백번 질러댔지
오소리도 고라니도 청솔뫼도 밟아대고
장삼이사도 귤동리 나뭇군도 밟아대고
초의선사도 백련사 주지승도 다산 문하생도 밟아대고
비바람도 눈비도 일월성신도 밟아대고
세상의 뿌리란 뿌리까지 밟아대니까
짓밟히는 것도 다져지는 인내가 되었는지
객客들이 오가면서
드러난 뿌리 밟아대도
나무뿌리 면역이 되었는지
등줄기 두텁게 굵어져서
아픈 것도 모르고
안녕! 잘가!
지 몸둥이 계단삼아 받쳤다고
하루에도 수백번 풍風을 떠는데
밟히면 밟힐수록
반질반질 광채나는
뿌리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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