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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마을에 사는 것들
전주천에 잉어가 돌아왔다.
덕진보를 헐어내고 3년 만에 잉어 수백 마리가
알을 낳으러 온 것이다.
전주천에는 갈대랑 달뿌리풀만 사는 게 아니라
붕어, 버들치, 쉬리, 메기, 꺽지만 사는 게 아니라
왜가리, 백로, 넓적부리, 고방오리만 사는 게 아니라
고덕산, 승암산 자락 그 숲속 향기도 흐르고
밤새 별들의 아득한 이야기도 모이고 모여서
만경강으로 흘러가지.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말고도 우리들
이 강들에는 대대로 백성의 마음이 녹아 있지.
고려의 얼굴, 조선의 향기가 살아 있지.
아직 이루지 못한 민주주의의 꿈이 살아 있지.
강의 추억은 우리들 어머니에 대한 기억―
한때 방황하다가도 우리를 다시 돌아오게 하는
가없는 어머니의 품이거늘
오늘 우리들 어머니가 하염없이 울고 있다.
달빛 속에서 머리를 풀고 붉은 피를 토하고 있다.
영글어가던 강마을 민주주의가 울면서 간다.
강에는 갈대도, 버들치도, 넓적부리도 살고
신새벽을 안고 흘러가는 우리들 꿈도 살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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