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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던 시집 <별들은 따뜻하다> 86쪽에 /'/가난한 사람에게/'/라는 시 아래에 당신이 제게 써 준 말입니다. "시는 인간을 위안해 줍니다." 그러나 나는 이제 더 이상 당신의 시를 통해 위안을 느낄 수 없습니다. 중3교과서를 가르치면서 더 이상 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시인이라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아니, 그렇게 얘기해 왔던 제 혀를 뽑아버리고 싶었습니다. 1정연수에서 사진도 찍고, 서울산업대 공연에서 사인을 받았다고 자랑했던 그 혀를요...... 아버지와 같은 나이인 당신의 모습을 보면서 당신의 자식들은 참으로 행복하겠다고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나봅니다.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해 1년 넘게 구본홍씨와 싸웠던 YTN 기자 후배에게 대학시절 선물했던 시집도 <별들은 따뜻하다>였습니다. 그 후배에게 괜스레 미안해지는 밤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집엔 휴전선, 철원역, 두만강, 백두산, 천지, 북한산 명태, 또하나의 조국 등이 자주 나옵니다. 이제 그 시집을 보면서
"생활은 시보다 더 진실하고 / 시는 삶보다 더 진하다는데 / 밥이 될 수 없는 거짓말의 시를 쓰면서 / 어떻게 살아 있기를 바라며 / 어떻게 한 사람의 / 희망이길 바랄 수 있을까"(/'/거짓말의 시를 쓰면서/'/ 중에서)
이런 내용을 떠올려야 할까요?
제가 좋아하는 다른 것들과 이별하지 않게 해 주세요. 더 이상 제가 좋아하는 가수 안치환씨의 목소리를 통해서 당신의 시를 듣지 않게 해 주시고, 제가 좋아하는 창비에서 당신의 글을 볼 수 없게 해 주세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나팔꽃에서도, 작가회의에서도 당신의 이름을 볼 수 없게 해 주세요. 당신이 진정으로 회개하는 삶을 살지 않는다면 이 부탁 꼭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당신의 시집 네 권과, 당신의 시로 만든 안치환 9.5집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되는 밤에 한 때 당신의 팬이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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