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등단제도의 개혁론에 대해 건의하는 하창헌입니다.
“한국문학의 위기와 새로운 미래(작가 등단시스템의 진보)”의 실천논리를 담은 3부의 건의서를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8일까지 한국작가회의 등의 한국문학 대표문단의 게시판에 올려두었습니다.
3부의 마지막 건의를 드린 뒤 한 달이 더 지난 시간이 흘렀습니다.
짧은 기간이 될 수도 있겠지만 문단이 서론적인 답변을 내놓아야할 충분한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떤 문단도 이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으며 문단사회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조용합니다.
저는 이 중요한 건의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한국문단에 한 번 더 문학적인 호소를 하고자 합니다.

저는 1부의 건의서에서 글을 올리기 전에 이 문제에 관한 모든 내용을 담은 인쇄물을 한국작가회의와 대표 출판사들에 이미 전달하여 드렸다고 했습니다.
그 편지에 썼듯 저는 이 과제를 문학주체가 풀어나가는 아름다운 과정이 돼야한다고 했으며,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3부의 건의서에는 있지 않은 소설적인 모든 내용에서 이 과제가 얼마나 심각할 수 있는 문제인지를 적나라하게 썼으므로 문단은 결코 이 문제에 대해 모른다는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정상적인 식견의 사람이라면 한국문학이 피할 수 없는 과제에 직면해있음을 깨달을 수 있을 내용입니다.
그런데 한국문학 문단의 대표, 책임자라는 분들이 꿀먹은 벙어리도 아니고, 저는 당신들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술의 병폐가 될 수 있는 것은 모호한 구조 속에 온갖 악행이 저질러지고, 그것이 절대적인 권위와 두려움이 되어 그 세계의 정신을 지배한다는데 있다고 했습니다.
3부의 건의서에서 이 부분의 문제가 가져올 수 있는 폐해에 대해 충분히 썼으므로 같은 말을 되풀이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니 쇠귀에 경 읽기가 되어야 반쯤은 알아듣는 그런 사회가 한국문단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문단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
저는 이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떨어진 발등의 불에 대해 철저히 외면만 하고 있는 문학사회에 대해 더욱 우려스런 시선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 이 문제의 처음 부분부터(충분히 논의되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할!) 왜 이렇게 처절하게 외면되는지 제가 추측해보겠습니다.
공모등단제도는 어느 시점인지 모르게 크게 변질되었을 것입니다.
그들 권력구조의 안위와 승계를 위한 중요한 장벽으로(폐해는 꾸준히 지적돼 왔지만 부서지지 않을, 그리고 저항할 수 없게 할!) 지금까지 역할을 해왔는데, 막강한 기득권을 위한 절대적인 장치를 문단은 쉽게 포기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그것이 사회의 암덩어리가 돼있다 해도).  
이 문제에 대해 아무도 말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은
유기적인 한국문학사회가 그렇듯, 작가며 평론가며 출판사며 문단 모두가 발을 뺄 수 없게 권력구조적으로 엮여있다는 의심을 품게 만듭니다.
자! 이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문단은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공모등단제도”는 문단 스스로를 위한 권력이지, 결코 문학청년과 문학대중을 위한 문학의 길이 될 수 없습니다.
시대와 대중은 작품발굴의(등단과 출판제도의) 새로운 시스템을 원하고 있으며, 그것이 등단공모제도를 대체할 때, 한국문학에 진정한 문학적인 길이 열리게 됩니다.
새로운 시스템의 정당성과 실천방법으로써의 합리성은 논리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의 구체적인 설계도까지 나와 있습니다.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문학적 과제가 한국문단에 던져진 것입니다!

지금의 제 글은 문학적인 건의입니다.
저는 문학청년으로서 당연히 가져야할 문학정신을 한국문단에 묻고 있지만,
저는 (반대로) 문단이 대중과 문학청년들에게 문학정신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읽고 싶습니다!
어떤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문학을 품는지, 그들에게 진정한 문학의 길을 깨우쳐주는 어른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것은 문단이 작품발굴의 새로운 시스템을 대중들에게 천명하는, 문학과 시대의 진보를 향한 이상을 묻는 새로운 ‘문학적 길’에서 이뤄질 수 있습니다.
문단은 더 이상 문학을 꿈꾸는 이들에게 권력을 의심하게 만들고, 공모전의 기호나 묻고 따지는 비겁한 마음을 품게 두어서는 안 됩니다. 문학청년이 세상의 진정한 이야기를, 즉 출판되어 엄정히 비판받을 수 있는, ‘자신의 책’을 쓰는 문학토대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한국문학의 죽음이 달리 오는 것이 아닙니다!
구조가 그 세계를 만듭니다. 모호하고 합리적이지 못한 제도가 법으로 구조로써 존재할 때 권력과 욕심의 악행이 자라며 문학은 선의를 잃어버리고 후대들의 문학정신까지 말려죽이게 되는 것입니다.  
제 건의를 무시하는 것은 문단이 문학청년들에게 문학정신의 죽음을 종용하는 모습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두드려도 소용없는 장벽이니 숨죽이고 복종만 하라는 소리 없는 공포가 아니겠습니까?
이 공포의 침묵에 대해 문단은 결코 핑계를 댈 수 없습니다.
이것이 몰랐다고 말할 수 있으며, 외면할 수 있는 문제인지 문단은 자각하길 바랍니다!
한국작가회의, 창비, 문지가 이 질문을 받고 뭘 하고 있었는지, 훗날의 한국문학이 묻게 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문학과 사회의 진보와 대중성을 외치고 있는 많은 문단과 출판사들에게도 예외일수 없는 질문입니다).
지금이 역사적인 순간임을 인식하십시오!
선배님들이 주장하는 외침처럼 이상사회를 만들 수 없어 안타까운 게 아니라, 자신들이 수구권력이 되어 그러한 세상의 길을 막고 거부하고 있는 모습이 아닌지 말입니다.
그러한 문단권력이 돼버린 선배님들은 한국문학사적인 책임을 져야합니다!
훗날에 이 질문을 몰랐다고 말할 생각 절대 마십시오. 그렇다면, 문학의 책임자로서 문학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야하는 소통의 창구조차 만들어놓지 않은 기본적인 그 책임은 어떻게 면할 것인지! 문단의 개혁을 위해 지금 무엇부터 준비해야하는지를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각종 문학게시판에 이 질문을 공개적으로 올렸고, 공개적 답변을 요청하였습니다.
문학동네 게시판을 통해 알 수 있듯(바람직하지 않고 기능적으로도 훌륭하지 않지만(공모전 소식 정도 묻는 창구로써), 많은 문학인(청년)들이 등단제도의 개혁론을 읽었고, 한국문학에 이 문제는 분명히 던져진 것입니다.  
새로운 제도에 우려를 표하던 분들도 제가 건의하는 열린 시스템을 통한 작가발굴의 등단제도가 합리적이고 상생적임을 인정하였습니다(뭐, 미미하지만 문학동네 홈페이지가 사실상 ‘문학게시판’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요).
건의서에도 썼듯, 문단이 풀어주면 쉽게 진행될 수 있을 만큼의 짜임새가 갖추어진 시스템입니다. 완벽함을 말할 순 없겠지만, 10%의 부족, 10%의 단점이 90%의 완전함과 장점을 막을 수는 없으며, 그 10%라는 게 문학권력에(문학도와 대중들이 아니라!) 저해되는 논리라면 더욱 인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권력자로서 큰마음을 품고, 시대의 대세를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믿었던 한국문단은, 문학의 이상이란, 문학 진보의 건의가 ‘문학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식적인 세계였습니다. 개혁론의 도입이 물리적인 저항으로 나아가는 순간, 한국문학은 문학적인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입니다.
(저는 정말로 선배님들의 상식 없는 모습을 우려합니다!)
 
한국문학의 생존과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훌륭한 밭을 일궈야하는 그 책임을, 그리고 그것의 실재적인 토대를 묻는 이 문제에 대해 저는 한국문단에 답변을 다시 요청합니다!

  
하창헌 올림 (nabybo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