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등단시스템의 개혁론에 대해 지난주 글을 올렸던 하창헌입니다.
2부와 3부에서 본격적인 실천방안을 정리해볼 것인데,
2부에서는 현재의 등단시스템이 개혁되어야하는 이유를 생각해보겠습니다.


1. 대중적 글쓰기 시대에서의 등단제도

한국소설계의 고립성은 대중적 글쓰기시대에 ‘엘리트주의’에 빠져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이 영원히 독자로만 남아있어주길 바라듯, 한국소설은 제도권의 권력을 통해서만 책을 낼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합니다.
“공모전”이라는 폐쇄적 구조에 있는 한국소설의 모습은 “문학고시 10년”을 말하는 응모자들이 적지 않듯, 사실상 한국문학의 독자들이 읽을 수 있는(그리고 참여할 수 있는) 출판의 권리를 권력구조가 지배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한국소설이 문학권력에 독점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떤 예술보다 문학이란 “대중들의 것”이 되어야 하며, 제도권에서 작가를 길러내는 행위는 예술의 본질에도 맞지 않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가의 글은 저는 읽고 싶지 않습니다.
한국문학 스스로가 현재 한국소설의 첫째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문학계는 바로 보아야 합니다.
신인작가들에게서 기대하는 새로움과 힘과 진실이 없다고 선배님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책임을 누구의 탓으로 돌려야하는지, 저는 선배님들이 만들어놓은 “한국문학의 구조”를 성찰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문학에 주어진 성찰은 자꾸만 권력구조적으로 향하고 있는 이 구조를 개혁하는 노력입니다. 인프라를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며, 그 중심에 “등단시스템의 개혁”이 있다고 저는 주장합니다.

엘빈 토플러가 ‘프로슈머 시대’라고 했습니다.
소비자가 능동적인 창조자의 역할로 나아가는 시대입니다.
한국소설은 버려지고 있지만, 대중들은 글쓰기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문학공모전에 응모하는 작품 수는 해마다 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으며, 인터넷문화 등에서 보듯 대중들이 매우 작가적으로 사는 시대입니다.
독자를 잃어가는 한국소설은 대중참여적인 새로운 시스템을 만듦으로써 공급과 수요의 인프라를 새롭게 창출해야 합니다. 문학권력적인 엘리트주의를 버리고 발굴과 소비의 개념이 자연발생적인 토대위에서 진화하는, 규모적인 질적인 성장을 이뤄야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소설이 버려지는 이유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읽을 만한 새로운 소설이 없기 때문이란 현실을 부정하기 힘듭니다.
과연 공모전을 통해 뽑힌 그 한 편이 독자들이 (선택권 없이) 읽을 수 있는 최고작이 되며, 문학청년들은 그 결과에 얼마나 동의하고 있는지 저는 의문입니다.
그렇다면 위기에 처한 문학권력은 정말로 좋은 작품과 새로운 작가를 찾아다니며 발굴해야 하거나, 공모당선작을 뽑아놓는 심사위원들이 목숨을 걸어야할 정도의 엄격한 심사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왜냐면 그들 개인의 시각과 양심으로 한국문학의 미래를 맞바꾸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저의 과격한 용어처럼 무리가 많은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러한 문제 모두를 타파할 수 있는 문학의 새로운 시스템을 말하고자 합니다.
문학계가 획기적으로 주관하는 새로운 등단시스템을 만들어서
대중의 삶속에 함께하는 그런 문학으로서 한국문학이 새롭게 다가가야 합니다.
엘리트로 뽑힌 가짜소설가의 책이 읽히기를 강조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만의 문학이 아니라, 미래의 대문호가 등단장벽에 막혀 문학의 꿈을 쉽게 버릴 등단시스템이 아니라, 책을 낼 수 있는 기회를 동등하게 인정받는, 그래서 일생을 살면서 소설 한 편 쓰고 싶은 그러한 “문학의 꿈”이 함께하는 한국문학을 이뤄야합니다.  
제가 말하는 시스템은 일정 수준을 갖춘 소설작품이 범우사의 “작은책 시리즈”처럼 새로운 시리즈형식으로 출판되고, 이것이 실질적인 등단제도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폐쇄적인 시스템을 열어둠으로써 얻을 수 있는 모든 장점을 다 얻게 됩니다.
공정성과 엄격함, 진정한 작가와 작품의 발굴, 대중적 지지와 문학의 성장....!
마치 다가오지 않을 먼 미래의 이상 같지만, 이러한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그 길을 만드는 노력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럼으로, 문학권력은 문단과 대중이 함께 참여하는 그러한 토대에서 그 시대와 함께할 진정한 작가와 작품이 자연스럽게 선택되어지는 문학의 이상적인 미래를 결코 거부할 수 없을 것입니다.  


2. 공모전을 통한 등단제도의 권력적 위험성 / 작품(작가) 발굴의 합리성과 시대성  

서점에 소설책을 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1) 공모등단을 통해, 2) 일반투고에 의해 채택되어서, 3) 작가의 독자적인 출판으로....
그러나 작가 독자적으로 책을 내는 건 사회적인 배경을 가진 경우이거나, 무명인의 경우 자비출판의 형식이 대부분입니다.
즉, 젊은 날의(무명의) 톨스토이가 책을 낼 수 있는 현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일반투고”는 형식적으로 열려있습니다. 그러나 제 경험에서 보면(소설책 4권의 원고를 일반투고해본 경험에 비추면) 잘 받았다는 연락이라도(“평가”를 해주는 게 일반투고에 대한 예의일 텐데!) 해주는 곳이 거의 없었습니다.
(다른 경우는 본인이 아니어서 모르겠지만, 등단을 통하지 않은 작가가 유명출판사를 통해 책을 낸 경우가 거의 없고, 일반투고작을 열심히 받는다는 문학동네에서도 몇 년 동안 출판된 일반투고작이란 게 <헤르메스의 기둥> 한 편 정도가 유일하지 않습니까?)
과연 한국소설계에 일반투고제도가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저는 이런 의심을 해봅니다.
사실상 일반투고란 문학권력이 받지 않는다고 해놓으면 크게 욕먹을 일이므로 형식상만 받는다고 해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요.
문학권력은 정말 대중문학을 꿈꾸고 있으며, 민중들이 작가가 되는 문학의 이상을 바라고 있습니까....?
더 극단적인 의심으로, 원고는 훌륭하나 문제작이어서, 또는 자신을 능가할 자여서, 또는 권력구조를 침해할 자여서가 그 이유가 된다면 한국문학계는 독재권력의 짓을 하고 있는 것이 됩니다.
자, 공모전에 적용시켜봅니다(한국문학에선 공모전이 등단제도가 되고 있습니다!).
증인도 심판도 없는 문학공모라는 제도는 형식상으로 부정이 일어나기에 좋은 제도입니다.
한 개인의 시각과 양심으로 진행하기에는 엄청난 엄격함을 요구하는 시스템이 됩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것은 그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어떤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그러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면 진실의 문제보다 “형식”에 분명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위험성이 없으며, 작품 선별의 합리성에도 유감이 없을 새로운 시스템이 등단제도를 대신한다면, 등단제도도, 공모전도 보다 자유롭고 새롭게 진화할 것입니다.  

일정수준을 갖춘 소설책이 작은 책 시리즈를 통해 세상에 나오고,
그것의 선별은 1차적으로 문학계의 역할이 됩니다(즉, 공모심사의 역할을 개인이 아닌 문학계 전체가 맡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책이 세상에 나왔다면, 대중이나 후학들에 의해 재발견될 희망까지 있으니 이것은 그 책이 부여받는 최선의 기회(평가)가 됩니다.
저는 이러한 열린 토대에서 한국문학을 심사하고 있는 많은 책임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그 시대의 작가를 보다 엄격하고 참여적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은 “새로운 작가”를 문학의 미래라고 말하고 있는 문학계의 책임인 동시에, 현재 많은 비중을 들여서 낭비하고 있는 문학계의 중요한 역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한국문학은 평론가들에게 이러한 역할보다 게으름과 권력적인 힘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등단제도 위에서의 역할이란 마치 히딩크가 전국 고교축구를 돌아다니며 뛰어난 선수를 발굴하듯이 해야 할 것입니다. 문학평론가가 그 시대의 평론가로서의 책임과 양심과 이름을 걸고 작품을 발굴한다면, 현재의 공모전이 가지고 있는 모든 불합리한 요소와 부정의 소지는 단번에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평가는 역사의 심판을 다시 받게 됩니다.

저는 공모전의 허구를 상상해봅니다.
그것은 표면적으로 문학청년들을 위한 제도 같지만 사실은 “권력을 위한 행위”입니다.
그들 세계를 위한 권위가 되고, 장벽이 되고, 또 권력구조가 만들어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공모전이 사실상의 유일한 등단제도로 존재하게 되면 문학청년들은 어떻든 그것의 눈치를 살피게 됩니다.
문학권력이 등단제도를 통해서 그 세계를 독점하고 지배하며 문학청년들과 독자를 기만하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어떻겠습니까.....?
그런데 한국문학이 이렇게 위험한 등단제도를 고집하고 그것이 악용된다면, 한국문학은 그것으로 인한 부조리함에 문학정신이 썩게 될 것입니다.
인간에게서 선악이 분리된 게 아니라면 양심에 의존하는 시스템은 불합리합니다. 법(제도)의 엄격함이란 그 사회를 지키는 기본틀이 됩니다. 때문에 문학공모전을 과신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문학계는 불합리함보다 과학을 생각해야합니다.
과거 선배님들이 외치던 그 문학정신은 “엄격함”을 통해 지켜져야 하며, 그러한 세계의 모습을 문학청년들에게 심어주고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진정한 엄격함이란 투명함에서 진행되며, 합리적인 선택을 인정받습니다.
작가로서의 기본권인 출판권은 보장되고, 그 다음에 문학으로서의 그 책이 시대의 선택이며 작가 자신의 책임이 될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 확실한 것은 그 무대 위에선 진정한 작가만이 살아남는다는 사실입니다.


3. 한국문학의 성장과 문학권력의 역할

저는 한국문학계가 아주 유기적인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국문학의 ‘행정부’가 어딘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문학계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건의하는데, 마땅히 들어주는 곳이 없습니다.
‘한국작가회의’에 이 문제를 건의하면 들어주는지, 문학의 실질적인 업무를 맡고 있는 ‘창비 문지’에 호소를 해야 하는 건지, 문광부에 건의하면 답변은 주겠지만 그러나 문광부에 건의할 성격은 아닌 듯 합니다.
한국문학에 권력은 있는데, 책임을 맡는 곳이 없다는 것은 이상한 형태가 아닙니까?
만약 문학권력이 그들만의 이권을 위한 행정부 역할을 하고 있다면, 한국문학이 풀어나가야 할 이 같은 문제를 무시하는 행정부를 시민들은 자신들의 정부라고 부를 수 없을 것입니다.  
“공모전”의 함정처럼 문학계는 다만 모호한(그러나 막강한) 권력으로서 존재하길 바라는지, 그래서 예술이라는 추상주의에 숨어 자신들의 권력에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저는 의문을 던지게 됩니다.

문학계가 공통으로 추진해야할 시스템의 개혁과제가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문학의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문학이 실제적으로 “대중적 민주주의”로 나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며, 이것으로 인해 문학의 구조와 미래가 바뀐다고 저는 설명 드렸습니다.
문학은 앞으로도 대중들에게서 밥을 벌어야하며, 그 밥벌이 행위는 숭고해야합니다. 그러기위한 첫째 원칙은 투명함 속에 최선의 선택을 얻어내는 것이고, 그러한 과정이 존중받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뭐, 어쨌든 지금도 앞으로도 책은 팔리겠지만, 출판계는 대중들에게 현명하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대중들도 한국소설이 이젠 아니라고 말합니다.
문학에 있어서 이 시대의 절대적 과제인 ‘한국문학의 성장’과 ‘대중의 진보’....!
새로운 시스템에서 그 두 가지 사명이 동시에 추진되어 나갈 것이기에 저는 감히 “문학의 미래”라는 말을 씁니다.

한국문학에 진정한 마당이 생겨야 합니다.
문학에 대한 모든 것이 논의되고 개혁과제가 반영될 수 있는 곳.
독자로서의 대중들이 한국문학을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곳(즉, 한국소설에 대한 현황과 평가와 대중적 참여가 있는 곳).
문학의 꿈을 품고, 그 꿈이 실천될 수 있는 곳.
새로운 시스템은 이렇게 한국문학의 큰 마당으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문학은 인프라를 새롭게 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고, 미래로 나갈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의 이 순간이 아주 중요한 사활의 기로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문학이 문화재 취급을 받으며 권력적으로 유지돼 나갈 것인지, 대중들의 품속에 문학정신이 다시 한 번 꽃피는 시대를 열어갈 것인지 문학권력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문학청년이나 저의 역할이 아닙니다.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은 권력의 역할이고, 후배를 위한 선배님들의 책임입니다.
제 건의를 끝까지 읽어보신다면 전혀 무리되지 않는 시스템을 말하는 것임을 상식적인 사람은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력이 풀어주면 아주 쉽게 해결되는 과제이고, 한 개인이나 시민들이 풀어나가자면 제 경험상으로 볼 때 잘 되지 않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문학권력에 이러한 선택이 주어졌고, 선배님들은 한국문학사적인 책임을 맡으신 겁니다.
전해드린 편지에서 말씀드렸듯 이 과제는 문학주체가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모습이 돼야합니다. 대중들이 사랑할 수 있는 한국문학이 어떤 모습이 돼야하는지, 지금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소설이 어떻게 출판되고 유통되며 선별되어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지,
‘시스템의 형태’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에 대해서는 3부에서 상세히 적어보겠습니다.
제가 자신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은 실천논리로써 부적합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등단시스템이 시작될 수 있도록 관심가지고 많이 참여해주세요)


하창헌 올림 (nabybo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