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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럼비가 무너져 내린다
김 광 철
구럼비 너럭바위가 폭약에 무너져 내린다
순박한 사람들 정화수 긷던 그 용천수 바위를
기어이 부수어 버리란다
그 많던 구럼비나무도 다 죽이고
말똥성게도 다 죽이고
그래서 이제
강정혼 마저 다 죽이러 든다
도의회 의장, 도지사의 호소도 아랑곳 없다
제주 섬것들이 사람이냐
못 들은 척 밀어 붙이면 그만인데
이제 저기에
커다란 항공모함도 들락거리고
잠수함도, 크루즈함도
바다에는 기름 때가 둥둥 떠 다니고
미역, 톳, 소라, 보말, 성게......
이 많은 생명들 다 죽는단다
머지 않아 양키 코쟁이들 들락거리면
거기에 따라 붙는 양공주들
대낮에도 양주 판 걸판지고
옷은 입었는지 벗었는지 다 풀어헤치고
코를 찌르는 향수 냄새
코쟁이 하나씩 끼고 거리를 활보하니
이곳이 라스베가스인지 제주 갯마을인지
육지놈들 제주 사름덜 다 죽인 4.3이 부활한다
평화의 섬, 세계 자연유산은 허상이고
이제 강대국 간 대결의 격전장으로 넘겨
제2의 청일전쟁, 러일전쟁 다 끌어들이려는가
인조는 있고, 광해군은 없단 말인가
해군기지 없을 때도 대한민국 영토 잘만 보전하며 살았거늘
이제 와서, 하필 이제 와서
그 많은 한반도 땅 중 하필 제주 강정이란 말인가
아! 국민들이 얼마나 큰 권력을 주었길래
지역민들, 도민들, 국민들 의사 다 무시하고
내땅 갈아엎듯 밀어 붙이는 저 난폭함에
민주주의도 환경도, 생명도
3.11후쿠시마와 함께 혀 빼고 기어이 죽어간단 말인가
하늘이시여, 하늘이시여
민주주의, 정의, 생명, 평화의 땅
강정을 기어이 버리시려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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